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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달러 2년 내 최저치 외국인 매수 요인은 아냐 

 

미국 5차 경기부양대책과 백신 개발 속도 주목해야

▎8월 5일 코스피가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1년10개월 만에 장중 2300선을 넘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32.7%(전기 대비 연율)를 기록했다. 1947년 이후 최대 하락이다. 민간소비가 34.6% 줄고, 고정자산투자도 29.9% 줄어들었다. 유럽도 9~10%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 폐쇄 조치로 경제활동이 중단된 영향이 컸다.

2분기 성장 둔화는 이미 예상됐었고, 시장 전망치와 실제치 사이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시장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은 하반기 이후다.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3분기 성장률은 20%대 초반이 될 걸로 보이는데, 이는 3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이다. 33% 하락하고 20% 상승할 경우 하락 전의 1/3 정도밖에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기대했던 V자 반등보다 훨씬 약한 형태다.

6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이 경제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의문이다. 7월 들어 지표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의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좋지 않을 걸로 생각해서인지 달러화 지수가 2018년 6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지난 2년간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진행된 강달러의 60%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달러가 이렇게 약해진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주식을 포함한 투자자산의 가격 상승으로 위험선호심리가 강해졌다. 둘째, 유로화의 저평가가 해소됐다. 7월 중순 유럽 정상들이 경기회복을 위한 유럽공동회복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유로존 해체에 대한 우려로 고조되던 유로화 약세를 단숨에 만회하는 이벤트였다. 셋째, 미국과 유럽의 경제 격차가 줄었다. 신속한 경제 봉쇄 해제와 소득 보전 정책으로 미국의 경기 반등이 빨리 진행됐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개선 속도가 다시 둔화될 지경에 처했다. 그 사이 유럽은 질병 확산 방지와 경기 개선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11월 대선 등 미국의 부정적인 경제 여건까지 가세해 달러화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국가별 주력종목 달라 주식시장도 다른 모양새

시장에서는 환율 변화가 자산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달러가 약세일 때 미국보다 다른 지역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시장이 선진국보다 괜찮은 성적을 냈는데 과거처럼 이번에도 국가 간 자금 이동이 이루어질 걸로 판단하고 있다. 7월말 시작된 외국인 매수를 그 증거로 보고 있다.

달러 약세가 약간의 자금 이동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7월 외국인 순매수는 반도체 때문이었다. 이는 전체와 비슷한 규모인 2조7000억원의 순매수가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집중된 걸 보면 알 수 있다. 6월 이후 신흥국으로 자금 유출입도 소폭의 유입에 그쳤다. 신흥국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수한 나라가 한국, 대만, 인도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 지나지 않는 점 역시 달러화 약세와 자금 이동은 별개임을 보여준다.

글로벌 주식시장 대부분이 나스닥 하나를 바라보면서 움직이고 있다. 7월 마지막 주 국내외 시장 흐름을 보면 한국과 대만이 한 주에 3% 이상 상승한 반면 유럽과 일본은 3~4% 하락했다. 이런 차이는 각 나라의 주력 종목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 독일은 자동차주식의 비중이 큰데 2분기 자동차업종의 실적이 나빠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일본과 다른 유럽 국가 역시 주력 종목이 전통 제조업체들이어서 지수 하락이 컸다.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의 1/4을 넘을 정도로 반도체의 역할이 크다.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포함하면 IT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인텔이 7나노 반도체 개발을 연기하면서 국내 반도체기업이 수혜를 볼 걸로 기대해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지수 역시 크게 상승했다.

미국은 FAANG기업이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종목에 대한 집중도가 계속 강해지면서 전체 시장을 끌고 가는 힘이 더 세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나스닥의 영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과 일본 주식시장은 나스닥이 없었다면 상승 탄력을 잃었을 걸로 추정될 정도로 내부 힘이 약해졌다.

짧게는 8월, 길게는 3분기 전체 시장은 두 개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첫 번째는 미국의 5차 경기 부양대책이다. 정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더 큰 영향을 발휘하는 건 이번 부양책이 마지막이냐 아니냐 여부이다. 정책 규모가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커도 사람들이 이번이 마지막인 것 같다고 판단하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7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더 이상 내놓을 금융정책이 없음을 암시했다. 이런 상태에서 재정정책까지 한계를 드러낸다면 사람들은 정책의 내용보다 지속 여부에 더 관심을 가진다.

두 번째는 백신 개발이다. 이제 코로나19는 예방을 통해서는 감염을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미국은 인구 100명 당 감염자가 1명이 넘는 상태가 됐고, 세계적으로도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백신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백신 개발이 이루어질 걸로 보인다. 상황이 급해 신약 개발 순서를 따라가지 않고 미흡하더라도 개발이 이루어지는 즉시 대량 투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백신 개발은 경제 활동을 정상화시키는 계기가 되지만, 그 동안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재료로 주가가 크게 상승한 제약과 바이오 기업에게는 재료의 소멸을 의미한다. 첫 번째 개발회사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가 빠른 시간에 보급을 끝낼 경우 다른 개발사들은 비용만 쓰고 개발을 접을 수밖에 없다. 언텍트 주식 역시 백신 개발을 계기로 주가가 끝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실적은 내년 말에나 원상회복될 듯

3월말 주가가 바닥을 친 이후 나스닥이 61% 상승했다. 코스피도 58% 상승했다. 코로나19로 급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4개월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주가가 60% 가까이 급등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부담 때문인지 선도종목의 주가 지속성이 옛날만 못하다. 이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하반기 경제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될 때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곧바로 기업실적에 영향을 준다. 상반기에 미국의 기업실적이 작년에 비해 40% 이상 줄었는데 이 상태는 빨라야 내년 말쯤 해소될 것이다. 시장이 이미 과거 최고 실적을 기록했을 때 이상으로 오른 만큼 FAANG은 실적이 잘 나와도 주가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나스닥에 대한 국내외 주식시장의 의존도를 감안할 때 종목의 약세가 시장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47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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