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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금 통장 뺏긴 금호타이어] 공탁금 200억원 없어 위기, 사태 본질은 ‘경영난’ 

 

추가 지원 절실…2000억원 대출 약속한 채권단 나설까

▎금호타이어 용인 중앙연구소 / 사진:금호타이어
더블스타에 인수되며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던 금호타이어가 2년 만에 다시 ‘시계 제로’의 상황에 돌입했다. 금호타이어는 운영자금이 묶이며 사실상 금융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 상황이 장기화 되면 신용도 하락에 따른 기한이익상실(금융기관이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을 회수할 권리)로 부도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트리거(방아쇠)가 된 건 회사와 근로자 지위소송을 진행 중인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운영자금 통장 압류’ 조치다. 하지만 이는 트리거일 뿐 문제의 본질은 인수합병(M&A) 이후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경영정상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의 운영자금 문제가 당장 해결되더라도 회사의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대주주나 채권단의 추가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좁혀지지 않는 노사 갈등


금호타이어의 단체 하계휴가를 앞둔 7월 29일, 광주지방법원은 이 회사 비정규직노조가 제기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인용했다. 우리은행에 개설된 이 회사의 법인계좌엔 임직원의 급여와 협력업체에 지급할 대금 등이 담겨있는데, 이 계좌에서 일체의 인출이나 송금이 불가능해 졌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동조합이 소속 회사의 운영자금을 압류한 건 이례적이다. 이 회사 비정규직 직원들은 회사와 정규직 지위확인소송을 벌이고 있다. 올해 1월 1심 판결에서 이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 613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하고, 2012년 6월부터 2018년 3월 사이 원고들이 직접 고용으로 간주했을 경우 받았을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 지연손해금 250여억원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중 414명이 이번 채권압류 신청에 참여했고, 1심 판결에 따라 이들이 지급받아야 할 금액 204억원에 대해 압류가 이뤄진 것이다.

운영자금 압류를 놓고 금호타이어와 비정규직 노조의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비정규직 노조에 경영환경이 나아질 때까지 만이라도 비용지급을 유보하길 요청하며 일부 금액을 우선 지급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할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과거 많은 노사관계 사례에서 경험한 바 있듯 집단이기주의는 결국 위기를 가져올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는 “1심 판결 이후 수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회사가 구체적인 정규직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가압류를 신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정규직 노조가 원하는 것은 ‘정규직 전환’이다. 천병열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 사무국장은 “회사의 어려움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 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가 전향적인 안을 내놓을 경우 가처분 신청을 취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비정규직 노조가 채권압류 신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5월에도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는데, 사측이 만류하며 협의체 특별교섭을 통해 해결하자고 제안해 신청을 취하한 바 있다. 천 사무국장은 “이번에 다시 채권압류 신청을 진행하게 된 데는 채양기 사장이 임원들에게 ‘가집행 문제는 우리은행 및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한 게 계기가 됐다”며 “진행하던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상황에서 채 사장의 이런 발언이 사측의 최종입장이라고 판단해 다시 가집행을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양기 사장은 현대차그룹 출신 인사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직후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취임한 인물이다. 올해 5월부터 관리총괄 사장을 맡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광주시가 노사 중재에 나섰다. 이용섭 광주 시장은 8월 6일 설명을 내고 “금호타이어 노사는 상생의 정신으로 광주시민의 일자리를 지켜달라”며 “하루 빨리 노와 사가 상생의 정신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 경영을 정상화해 시민들의 간절한 기대에 부응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1분기 말 보유현금 500억원 불과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금호타이어에 200억원의 여유자금도 없다는 점에 있다. 금호타이어 측 관계자는 “비정규직노조의 회사 운영자금통장 압류집행에 대해 회사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운영통장 압류사태는 금호타이어가 1심 패소에 따라 지급해야 할 금액을 공탁하지 못한 데서 시작됐다. 204억원을 공탁할 수 있었다면 현재의 운영통장 압류사태는 일어날 수 없었다. 물론 204억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가 한 달에 갚아야 하는 이자만 6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돈 때문에 경영 위기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 2018년 7월 더블스타의 유상증자로 6400억원을 공급받은 금호타이어는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현금흐름이 이어졌고, 올해 1분기 말 별도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05억원에 그친다. 8월 14일 발표될 2분기 실적에서 5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돼 보유 현금은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더블스타에 인수될 당시부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금호타이어라 더 이상의 비용 감축을 하기도 어렵다. 최근 사내협력업체들이 금호타이어에 하도급 계약 종료를 통보한게 이를 방증한다. 더블스타에 매각된 이후 도급금액이 줄어들어 ‘적자경영’이 심화됐다는 이유다. 하도급업체들이 원청에 먼저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적자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들을 떠안을 업체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금호타이어의 비용 절감이 얼마나 크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결국 이번 운영자금 계좌 압류사태와는 별개로 대주주인 더블스타 혹은 채권단으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다. 현재로서 가능성이 큰 것은 채권단이 2018년 약속했던 2000억원의 시설자금 대출이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에서 이 같은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호타이어는 당초 2018년까지 국내공장의 설비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2019년부터 본격 추진할 방침이었는데, 아직까지 투자계획도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금호타이어는 당초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공장과 연계해 빛그린산단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산단 부지 부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채권단이나 대주주(더블스타)의 유동성 지원은 없냐는 질문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건 없다”고 답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47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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