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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교수 & 구태언 테크엔로 변호사 대담] “배달 앱 경쟁은 플랫폼 전쟁 전초전… 글로벌 무대 향해야” 

 

검색·물류·페이·e커머스 등과 결합해 플랫폼 비즈니스 급변… 독과점 부작용은 사후 규제로 관리해야

▎정유신 서강대 교수(오른쪽)와 구태언 테크엔로 변호사는 “많은 플랫폼 기업이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시장의 확장성 때문”이라며 “AI에 기반을 둔 서비스 차별화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사진:김현동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쿠팡이츠가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위메프오도 가세했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각 플랫폼의 1등 사업자끼리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런 경쟁은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불가피하지만, 기업은 과도한 마케팅 비용 등 소모적 경쟁에 내몰리며 해외시장 진출 타이밍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어 다들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 배달 앱 산업의 발전 방향과 플랫폼 사업자 간에 바람직한 경쟁 구도는 무엇인지 짚어보기 위해 정유신 서강대 교수(기술경영대학원장)와 구태언 테크엔로 변호사의 대담을 마련했다. 정 교수와 구 변호사는 “배달 앱 시장의 경쟁 심화는 플랫폼 간 경쟁의 전초전이며, 플랫폼이 날로 거대해지고 정교해지고 있어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유경 기자(이하 사회자): 배달 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뭔가.

정유신 교수(이하 정유신): 배달 앱 시장에 e커머스·검색 분야 등 기업들이 뛰어들며 배달의민족·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여러 사업자가 뛰어들어 시장 전체가 바뀔 수 있어서다. e커머스의 경우 사용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배달 앱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많은 사업자가 융합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구태언 변호사(이하 구태언): 배달 앱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다운로드 받는 서비스다. ‘손가락 안 시대’가 열려서다. 미디어를 비롯해 사용자가 원하는 대부분의 콘텐트를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시대다. 배달은 실물 거래의 라스트마일을 책임지는 서비스다.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약 배달 서비스도 가능하다. 앞으로 배달 앱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물품을 전달해주는 대명사가 될 것이다.

사회자: 경쟁이 사용자 효용을 높여주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소모하지 않나.

구태언: 경쟁에 과잉은 있을 수 없다.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한다면 경쟁은 산업과 기술 발전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LG전자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것은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했기 때문이다. 배달 앱도 최대주주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글로벌 관점으로 접근해야 선진 기법이 등장하고, 다른 국내 기업들도 더 좋은 기술·마케팅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다.

“장벽 낮고 확장성 커 신규 진입 이어질 것”

사회자: 앞으로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흐를 것으로 보나.

정유신: 배달 앱은 진입 장벽이 낮은 데 비해 확장성·융합성이 커 다른 산업 분야에서 많이 뛰어들 것이다. 배달 앱은 e커머스·검색포털·페이·모빌리티 등 어떤 분야와도 융합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큰 분야가 경쟁력을 낼 것이다. 배달의민족으로선 초조할 수도 있다.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 공정위의 고민도 일리가 있다.

구태언: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 인수를 결정한 뒤 6개월 만에 시장이 바뀌었다. IT·유통 공룡들이 나서며 배달의민족의 생존 여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의 성공 사례가 나왔고 사업에 라이선스가 없으니, 다들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정유신: 이제 데이터 경제가 본격적으로 막 올랐다. 뭐든 시장이 통합될 수 있어야 한다. 아날로그 유통이 디지털 모바일로 바뀌고 있다. 금융·결제 정보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소비습관, 취향, 동선 등과 관련한 데이터가 쌓이고, 다양한 융합모델이 나올 것이다.

구태언: 동남아시아 그랩은 이제 단순한 승차공유 회사가 아니다. 배달·금융 서비스도 시작했다. 운전자들의 신용·소득정보, 스케줄 등을 확보해 자투리 시간에 그랩 드라이버를 제안하거나, 대출의 월 상환액을 계산해 그랩 드라이버로 몇 시간 일해야 하는지 등을 컨설팅 해준다. 이렇게 시장이 바뀌는데 산업 분야를 좁게 획정하는 것은 아날로그 시대, 수직 규제 시절의 얘기다. 정부 체계를 국토교통·해양수산 등의 방식으로 나누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 조직도 수평적 레이어의 적층 구조로 바꿔야 한다.

사회자: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 규제의 압력은 심한가.

구태언: 플랫폼이 정부 권한을 대신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규제 이슈도 커진다. 구글이 유튜브의 혐오·인종차별 발언을 삭제하겠다는 것도 일종의 정부의 질서유지 기능이다. 미주·유럽에서는 민간의 이런 활동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만약 네이버가 이런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정부가 법을 만들어 권한을 뺏을 가능성이 크다.

정유신: 한국엔 아직 글로벌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없다. 플랫폼은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제약이 많다. 국제적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키우기에 다소 늦었다.

구태언: 축구 경기로 비유하면 선수들은 정부가 지정한 축구화를 신고 항상 오른발만을 이용해 정해진 각도로만 슛을 차야 한다. 정부가 정한 룰에 얽매이면 메시·호날두와 같은 현란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세금 투입도 않는데 개입은 惡, 성공 가능성도 낮아”

정유신: 규제가 많은 게 한계이긴 하다. 다만 한국을 미국·중국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 미·중은 시장이 거대하기 때문에 한 분야에서 100개 정도 기업이 경쟁해도 생존할 수 있다. 한국은 많은 기업이 등장해 경쟁하면 자칫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정부가 핀테크 분야에서 미국·중국식 모델 대신 당국과 일부 금융기관이 끌고 가는 영국식 모델을 택한 이유다.

구태언: 50년대는 생존을 위해 남의 것을 빼앗아도 되는 야생의 시대였지만, 지금은 시민이 존엄과 품위를 아는 시대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정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민의 의사를 묻는 등의 공론화 과정 없이 찍어누르는 정책이 나온다.

정유신: 한국은 대부분 정책을 예방적 차원으로 만들어서 새로운 게 나오기 어렵다. 고성장기 때처럼 민간이 정부 계획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개인기가 작동해야 한다. 정부도 여러 노력을 펼치곤 있는데, 예방적 접근보다는 사후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일벌백계하는 식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구태언: 이제는 5세대(5G) 이동 통신 같은 대규모 인프라사업도 민간이 소화한다. 세금을 투입하지 않는 분야에 간섭하는 것은 악이다. 정부는 항공·우주·에너지 같은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되는 분야를 맡고, 나머지는 민간이 끌어가도록 바꿔야 한다. 정부 주도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

정부는 2008년 IPTV법을 통과시켜 방송을 셋톱박스 안에 가뒀다.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미국을 넘어 글로벌 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도 OTT 시장의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이에 대한 정부와 기존 통신 대기업들에 대한 비판도 크다.

정유신: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혁신 과제를 위해 위원회를 만드는 데 성공 사례는 없다. 부처별로 기능을 정해놨기 때문이다. 신산업과 목표를 정하고, 관련 부처를 열거해 성공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구태언: 독점 기업이 지배력을 남용하면 문제다. 이에 대비한 일정한 규제 시스템은 갖춰야 한다. 다만 배달의민족·요기요의 결합이 독점이냐는 조금 다른 문제다. 양사가 90% 넘는 시장점유율을 갖는데, 아직은 작은 음식 배달 앱일 뿐이다. 앞으로 새벽 배송, 약품 배달, 퀵 서비스 등 시장과 결합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나 카카오가 진입하면 시장 점유율은 크게 바뀐다. 아직 플레이어가 확정되지 않아 시장의 총액을 잡을 수 없다. 극단적으로 5000만 국민을 모두 시장으로 산정할 수도 있다.

정유신: 금융의 경우 이익이 적음에도 결제 분야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고, 기업 밸류에이션도 높다. 모든 매출이 결제를 통해 이뤄지고 다른 산업에 연결할 수 있어서다. 배달 앱도 소비자와의 접점이란 점에서 시너지 밸류가 있다. 여러 플랫폼이 배달 앱 시장에 몰려, 하나의 잣대로는 평가할 수 없다.

“서비스별 플랫폼 하나로 귀결, AI 경쟁력이 가를 것”


▎ 사진:김현동 기자
구태언: 플랫폼 본질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은 고객의 손을 장악한 기업이다. 현재는 사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잡고 있는데 앞으로는 AI에 기반을 둔 하나의 플랫폼으로 귀결될 것이다.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똑똑한 비서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 AI 시스템이 진화하면 전등이 고장 날 때쯤 미리 구매한다든가, 사용자의 몸 상태를 예측해 병원 예약도 해 줄 것이다. 배달 앱은 이런 경쟁의 전초전 양상이다. 아직 제대로 된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플랫폼을 가질 것이냐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기서 정부의 정책에 따라 글로벌 대전에 출전할 한국 대표 선수가 나올 수도, 못 나올 수도 있다.

정유신: AI를 넘어 블록체인·사물인터넷(IoT)·5G 통신이 유기적으로 연동돼 작동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어 진화 속도도 빠를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산업 구조는 엄청나게 바뀌었는데, 주요 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린 회사는 네이버·카카오뿐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거나, 인프라 산업이 아닌 이상 국내에서 유니콘이 나오기는 어렵다. 해외로 진출의 길을 터주고, 제휴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구태언: 10~20년 뒤 글로벌 빅 테크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있는가는 국가 경제의 성쇠와도 관련 있다. 구글·애플이 전 세계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모두 미국으로 들어간다. 미국은 공정거래 법률이 엄격하다. 독과점 이슈로 벨 시스템을 AT&T와 7개 자회사로 쪼갠 적도 있지만, 플랫폼 이슈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회사도 플랫폼 안에서 콘텐트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물 것이고, 다양한 융합 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 플랫폼이 이런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시대가 와 소비자 후생이 줄어들 수 있다. 공정위의 칼은 그때 휘둘러도 된다.

사회자: 한국 플랫폼이 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통할까.

정유신: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에는 단지 플랫폼에 머물지 않고 AI 등 기술융합으로 바뀌고 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에 천착하는 이유다. 해외 진출을 위한 유연한 현지화 작업도 필요하다. 동남아 시장은 잠재력이 크고, 코로나19 때문에 발전이 지연되고 있는 지금이 찬스다. 산업·경제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에 기존 산업과의 충돌 및 저항 이슈가 크지 않다. 미·일 식민지 지배를 받았고, 강고한 화교 자본에 대한 저항이 있기 때문에 파고들 틈새가 있다.

구태언: 유럽의 경우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미국 플랫폼 기업에 시장을 뺏긴 뒤 세금·공정거래·저작권법까지 동원해서 공격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기업을 차별하지 못한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외와 동등한 구조, 유사한 조건으로 시장을 획정해야 한다. 경쟁이 성장의 동력이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2015년 이후 디지털 만리장성을 쌓아 미국 서비스를 배제하고 있다. 한국도 과거 자동차·전자기기 등 수입을 막아 자국 기업을 키웠다. 이는 거꾸로 해외 시장과 소통을 많이 안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 비즈니스 융합 모델 만들고 VC 글로벌화 해야”


▎ 사진:김현동 기자
정유신: 해외에서 자리를 잡은 국내 유통 대기업들과 손잡고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혁신이 꼭 파괴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 평안보험이 텐센트와 손잡고 혈당측정기를 보급하는 한편 병원으로 네트워크를 넓혀 의료 플랫폼을 구축한 것처럼 새로운 융합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배달 앱은 사용자의 위치와 습관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보까지 알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 벤처캐피탈(VC)도 빨리 글로벌화해 클럽딜에 포함돼야 한다.

구태언: 소비자는 현명하고,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졌다.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시장 원리대로 가야 한다. 정부가 계획을 갖고 손을 대기 시작하면 시장은 경직돼 변화하지 못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과거의 지혜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을 키우려면 시장을 활성화·건전화해야 한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49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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