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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주식 급상승의 끝? 과거 유동성 장세를 보면 안다 

 

현 유동성 장세, 강도·지속성 과거보다 못해... 유동성 끝나면 원상태로 돌아가

▎사진:© gettyimagesbank
이번 상승의 최대 동력은 수급, 특히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이다. 그래서 과거 비슷한 상황과 비교해 봤다.

먼저 1998년 9월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1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코스피가 287에서 시작해 석 달 만에 651까지 127% 상승했다. 이렇게 주가가 급변한 건 출발점의 지수가 대단히 낮았고, 외환위기 이후 30%를 웃돌던 금리가 떨어져 1년 만에 10%대 초반이 됐기 때문이다. 경제도 1998년 4분기 성장률이 -10%까지 떨어질 거란 예상과 달리 2%를 기록했고, 다음해인 1999년에는 분기 성장률이 12%까지 올라가는 급반전을 맞았다.

외환위기·911테러·2007년 당시 반면교사 삼아야

주가가 오르자 주식시장으로 돈이 엄청나게 몰려 들어왔다. 개인 자금이 ‘바이코리아’ 펀드 등 투신사로 몰렸는데 많을 때에는 하루에 1조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였다. 당시 시가총액인 150조의 0.7%에 달하는 돈인데 이를 지금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1조원에 해당한다. 이번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별칭 하에 6개월 넘게 개인 매수가 계속되고 있지만 하루 순매수가 1조원을 넘은 날이 8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998년에 얼마나 많은 개인 자금이 시장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 이 힘으로 주가는 중간에 두 번의 부분 조정을 거치면서 1050까지 올라갔다. 8개월간 상승률이 380%로 우리 주식시장 역사상 전무한 기록이었다.

두 번째는 2001년 9월이다. 911테러가 발생한 직후인데 국내외 모두 금리가 크게 인하했다. 미국은 3.5%였던 금리를 석 달 만에 1.75%로 내리고 유동성 공급에 들어갔고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당시 유행했던 단어가 ‘애국 소비’였다. 가계의 강한 소비를 통해 테러세력에게 미국 경제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주자는 캠페인인데 이를 위해 연준은 돈을 풀고, 의회는 세금을 감면해 주는 조치를 취했다.

금융완화 정책으로 코스피는 테러 발생 직후 463에서 다음해 4월 943까지 상승했다. 6개월 조금 넘는 동안 주가가 두 배가 된 것이다. 당시 상승도 일반투자자가 큰 역할을 했다. 저금리에 대한 기대와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주가를 100% 이상 올랐다. 문제는 상승이 끝난 이후다. 5월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10월에 출발점 부근으로 다시 내려왔다.

세 번째는 2007년이다. 4월 1450에서 출발한 주가가 3개월 만에 2000을 넘었다. 당시 상승은 개인의 주식형펀드 가입에 의한 기관 매수 증가가 동력이었다. 4월말 42조원이었던 주식형수익증권 잔고가 6개월 만에 110조원으로 60조원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 추세는 주가가 꺾인 이후에도 이어져 결국 140조원이 됐다. 당시 시가총액이 750조원 정도이고 지금은 1600조원을 넘으니까 2007년 주식형펀드 유입액 60조원을 지금 기준으로 바꾸면 120조원이 넘는 돈이 된다. 한 달에 20조원 가까운 개인 자금이 시장으로 들어온 것이다. 개인 순매수가 시작된 지난 6개월간 개인의 누적 순매수는 28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 2007년도 유입 규모의 1/5 수준이다. 2007년에도 주식형 펀드를 통해 2000을 돌파한 후 주식시장은 빠르게 힘을 잃고 석 달 만에 1570까지 24% 하락했다. 이 지수는 유동성 장세 출발점 부근이었다.

앞에서 본 과거 사례에서 몇 가지 포인트를 끌어낼 수 있다. 우선, 이번 유동성 장세의 강도는 과거 유사 사례에 비해 약한 편이다. 자금 유입이 크지 않고 기간도 길다.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8월 들어 선진국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유동성장세는 주가가 단 한 번에 자기가 오를 수 있는 만큼 오른 후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중간에 쉬는 게 없는데 최근 국내외 시장이 주춤하는 건 유동성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둘째,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바뀔 경우 주가가 계속 오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시 하락한다. 동력이 바뀐 대표적 경우가 1998년이다. 처음에는 개인 매수를 토대로 주가가 올랐지만 이후 예상을 뛰어 넘는 경기 회복에 전 세계적인 IT열풍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더 상승했다. 반면 2001년과 2007년은 경기가 회복되지 못해 주가가 다시 하락한 경우다. 빠르면 돈이 들어오는 속도가 약해지는 시점에, 그보다 늦더라도 돈의 유입이 끊어지는 시점부터 주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사례가 반복될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유동성에 의해 올랐던 주가가 하락으로 바뀔 경우 출발점 부근까지 내려와야만 하락이 멈췄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승이 뚜렷한 기반 없이 돈에 의해 이루어진 만큼 상승 동력이 약해질 경우 주가가 원상태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

이번 유동성 장세는 규모나 지속성에서 과거보다 못하다. 금융위기 이후 11년 동안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유동성에 의존해 희소성도 없다. 그만큼 돈이 제한된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상승 동력이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예상했던 경기 회복 그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선진국 경제는 7월 중순을 지나면서 회복의 힘이 약해져다. V자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건데, 이 상황이 오래갈 경우 2022년까지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재 주가 상승이 실적을 동력으로 하는 형태로 발전하지 못하고 중간에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V자 반등 힘든 전망에도 PER은 최고 수준

주가도 높다. 미국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30배를 넘는다. 나스닥은 40배 이상이다. 2000년 IT버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12개월 후 순이익 기준 PER이 14~16배로 근래 들어 가장 높다. 이익이 빠르게 증가해 주가 부담을 줄여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높은 주가는 계속 부담이 될 것이다.

투자는 이성으로 시작하지만 본능으로 끝난다. 처음에는 경제 상황, 기업실적 등을 따지지만 주가가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고 탐욕이나 극도의 위험 회피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조급하게 달려든다고 이익이 나는 게 아니다. 지금은 주가가 오르니까 하락이 그려지지 않지만 과거 유동성 장세도 항상 끝은 있었다. 수익보다 위험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우리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좋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49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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