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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군중심리 

 

해외 투자시 환율보다 자산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야

미러링(mirroring)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신세대들은 스마트폰부터 떠올릴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실행되는 화면을 TV나 네비게이션 화면에서 그대로 실행하는 것을 미러링이라 일컫는다.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언어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미러링이라고 한다. 미러링은 상대에게 무의식적으로 신뢰감이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심리적 기법이다. 엄마가 아기를 마주보고 흉내낼 때 아기가 즉각 까르르 반응하는 것도 미러링 효과다. 생물학적 현상이자, 비슷한 대상에 끌리는 일종의 법칙이다. 미러링 기법은 설득에 효과적이기에 미연방수사국(FBI)이 즐겨 사용하는 협상 기술이기도 하다. FBI에서는 방금 상대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세 단어를 반복하는 식으로 미러링을 활용하고 있다.

스트라이커 11명이 아닌 포지션으로 뛰는 축구팀


우리는 의도치 않게, 심리적 군중과 한 배를 탈 수 있다. 심리적 군중의 일원이 되면 개인으로 고립되어 있을 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는 아주 달라져서,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갖게 된다. 군중심리는 강력해서 군중을 이룬 사람들 간에 모든 감정이 순식간에 전염된다. 이렇듯 군중의 여론과 신념은 감염으로 전파되는 것이지, 이성적 추론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고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은 19세기 말의 역작 [군중심리]에서 역설한다. 군중심리는 정치적 집단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주식시장이 과열되어 상승할 때도 흔히 군중심리가 나타난다. 과장된 상승기는 하루 이틀 지속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성공담을 만들어 내고, 주변의 성공담에 혹하여 뛰어든 사람들이 또 다른 성공담을 만들어내는 것을 반복하며 군중심리를 더욱 강화시킨다. 붐 없이 폭락 없고, 폭락으로 끝나지 않는 붐도 없다지만 붐이 상당 기간 이어지는 동안에 군중심리는 점점 폭락의 두려움을 잊어간다. 이때 군중에 속한 투자자로서의 나는 더는 내가 아니다. 그저 집단의 심리에 휩쓸려, 달리는 시장에 올라탄 잃어버린 ‘나’일 뿐이다.

주식시장의 군중은 주가가 오를 때만 사고, 그렇게 주가는 계속 더 오른다. 이 국면에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언론 보도 역시 긍정적이어서 주식시장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인다. 요즘 관찰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남들이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발동하는 것이다.

투자자 자신이 군중심리라는 개념과 특성을 이해하고 의식하는지 여부는 금융시장을 대하는 관점과 투자 성과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가가 줄기차게 상승하거나 환율이 미친 듯이 상승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지금이라도 살까 하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이러한 시장 움직임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남들과 반대로 행동해서 이득을 본 사람들은 이러한 군중심리를 역으로 이용한 셈이다.

군중심리는 주식시장만이 아니라 외환시장에서도 종종 관찰된다. 2007년 이전 5년간은 달러 약세기가 진행되면서 누구나 쉽게 달러 하락을 얘기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한 방향 움직임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반대 방향 움직임을 예상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 근거를 대기도, 징후를 포착하기도 어렵다. 그럴 때, 시장의 쏠림이 일어난다. 시장의 가격이 반대 방향 움직임을 시작하면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2008년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많은 기업들이 환율의 급작스런 상승으로 피해를 본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환율은 그 본질이 두 개의 통화 간 상대 가격이기에, 주가나 금리에 비해 한 방향 움직임이 지속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만약 장기간 한 방향 움직임이 지속되었다면, 반대 방향 움직임의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 가능성 자체는 끊임없이 의식해야 한다.

시장에서 롱런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예측을 잘하는 사람들일까. 사람인 이상, 아무리 뛰어나도 미래 예측을 잘 해 봤자 도긴 개긴이다. 종목 하나 샀다 팔았다를 반복해서 롱런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종목을 잘 고르는 눈도 필요하지만 자산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강속구 투수 9명만으로 구성한 야구팀이 아니라 포지션별 경쟁력 있는 선수로 짜임새 있는 야구팀을 구성하고, 스트라이커 11명이 뛰는 축구팀이 아니라 포지션별 베스트 멤버로 축구팀을 꾸리듯 자산도 좋은 종목 하나에 몰빵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성격의 경쟁력 있는 자산을 다양하게 보유하는 것이 좋다. 한국 부동산 보유자는 부동산만 계속 구매하는 것보다는 주식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좋고, 한국 주식만 투자하기보다는 미국 주식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 더 좋다. 금이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도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예금도 일부 보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금융시장의 군중과는 마음의 거리 필요

여기서 핵심은 단지 다른 자산이 핵심이 아니라 자산 가격의 움직임이 가급적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자산의 성과를 보완해주며 전체 자산 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좋은 자산들이라도, 특정 기간을 잘라 보면 움직임을 함께 하는 자산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도 있다.

한국 부동산과 한국 주식은 자산의 성격은 다르지만, 원화 자산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반면, 한국 부동산과 미국 주식은 자산의 성격도 다를 뿐 아니라 원화 자산과 달러화 자산이 가지는 다른 특성 때문에 서로 보완적인 자산을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의 자산을 추가하여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때 해외 자산에 투자하면 환율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며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오히려 해외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한국에만 몰빵하는 리스크를 지는 것이다. 환율은 상대가격이기에 장기적으로 보면 거기서 거기다. 해당 자산의 고유한 가격 움직임에 비하면 해당 통화의 장기적 환율 차이는 미미한 경우가 많다. 단기 투자로 모험할 생각이 아니라면 환율 리스크에 신경쓰기보다는 해당 자산 본연의 가치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낫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1549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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