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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조선업계 새 먹거리 될까] ‘그린 뉴딜’ 훈풍에도 해상 풍력 주저하는 조선 3사 

 

부유식 구조물 새로운 기회?… “대형 조선사가 할 일은 아냐”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 피터헤드항 연안에 있는 2㎿급 반잠수식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십수년간 잔바람만 무성했던 풍력발전산업에 커다란 훈풍이 불어온다. 4차산업혁명 시대 성장 동력을 잃은 철강·중공업 기업들은 이 바람이 돌릴 바람개비에 올라타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에 반해 풍력발전사업에 진작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본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승선을 주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9월 8일 “현대중공업이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참여해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석유공사는 동해1 가스전 생산시설을 활용한 200㎿ 규모의 이 사업을 한국동서발전, 노르웨이 국영석유사인 에퀴노르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가속화하는 ‘그린 뉴딜’ 바람에 세계 최고의 조선·해양 기술을 가진 한국 조선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기대감이 커졌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먼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풍력발전은 점차 바다로 향하고 있는 추세다. 발전기 구축 부지 확보에 대한 걱정이 적어 발전기를 대형화 할 수 있고, 육지보다 해상의 풍속이 빠른데다 난류가 적어 발전에 걸맞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해상풍력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영국은 현재 10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했는데, 이를 2030년까지 40GW 규모로 늘릴 방침이다. 독일(20GW), 네덜란드(11GW), 폴란드(10.9GW) 등도 2030년까지 발전기를 신규로 설치할 계획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참여 신중한 대형 조선사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풍력발전 설치량 60.4GW 중 10% 수준인 6.1GW가 해상풍력이었다. 2015년엔 5%였다.

다만 현재까지 해상풍력은 대부분 연안에 집중돼 있다. 풍력발전 업계는 점차 육지에서 더욱 멀고 깊은 바다에 ‘부유식 풍력발전’을 설치하려고 나서고 있다. 연안보다 더 많은 바람이 불고, 발전기 규모를 대형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유식 해상풍력은 초기단계로 평가받는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30㎿ 규모로 시범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형 뉴딜’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12GW의 풍력발전을 구축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도 ‘부유식 해상플랜트’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육상과 연안 해상풍력에서 뒤쳐진 산업 경쟁력을 ‘부유식’을 통해 역전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정부가 부유식 풍력발전 사업에 기대를 거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해양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는 조선업계의 능력이다. 기존 연안에 설치되는 해상풍력 발전기는 ‘재킷’이라고 불리는 구조물이 해안가 바닥에 박혀 설치되는데, 더 깊은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선 수면에 떠 있는 구조물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심해에 풍력발전기를 띄워놓는 일은 쉽지 않아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를 지탱할 구조물을 제작하는 걸 과제로 꼽는다. 국내 조선사들이 부유식 해상 발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국내 조선사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면 한국식 부유식 해상발전이 빠르게 경쟁력을 가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에너지업계의 기대완 다르게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행하는 조선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근 동해1 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힌 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은 하부구조물 시장 등에 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

현대중공업도 그다지 적극적이진 않은 모습이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9월 8일 MOU 체결식에서 “(현대중공업의 참여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지만 MOU의 내용은 현대중공업의 완전한 참여가 아니라 부유식 구조물에 대한 ‘기술 검토’에 그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MOU의 세부 내용을 묻는 질문에 “울산시 쪽에서 참여 요청을 해 MOU를 체결하게 된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지에 대해서는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 측의 설명 역시 현대중공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진 않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부유체 해상구조물을 설계 제작 운송 설치하는 기술을 현대중공업의 R&D를 통해 개발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다는 내용”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사업에 출자하는 내용은 아니고 설비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선 3사가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과거 풍력 발전사업에서 실패했던 경험’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조선업 최대 호황 사이클이 지날 무렵부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모두 각각의 방식으로 풍력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

풍력사업 진출해 10여년 만에 철수했던 조선 3사

현대중공업은 2008년 9월 풍력발전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군산 산업단지 내 풍력발전기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11월 풍력발전 진출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대우조선은 이듬해 미국 전선회사 CTC의 자회사인 ‘드윈드’를 5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풍력사업 진출에 발을 들였다. 연구개발 측면에선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국내 최대인 5.5㎿급 풍력발전기도 사실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기술을 두산중공업이 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바람개비 도전은 10여년 만에 끝이 났다. 장기불황이 이어진데다 2015년 해양플랜트 쇼크가 일어나며 생존을 위해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은 모두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래 성장 가능성이 충분했더라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쉽게 풍력을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 빅3가 풍력발전을 접은 것은 단순히 위기 탈출을 위해 적자 사업부를 접은 것으로 볼 순 없다”며 “풍력발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선도기업과 기술격차, 수익성 등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다는 사업검토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조선사들은 부유식 구조물을 따로 제작하는 방식에도 회의적이다. 사업 규모 자체의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현대중공업은 사실상 이름만 빌려주고 협력사인 세진중공업 등이 구조물의 설계와 제작 등을 주도할 것이란 게 대형 조선사들의 전망이다. 국내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과거 해양플랜트 계약은 EPC 계약으로 다양한 협력사를 통해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업이었다”며 “구조물을 제작해 풍력발전 주도 기업에 납품하는 것은 대형 조선사가 아니라 협력사들에게 걸맞은 일”이라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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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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