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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기금 최대 수혜자는 아시아나항공”
기안기금 지원 조건 까다로워 기업들 ‘난색’항공과 해운 등 기안기금 지원 대상 기업들 사이에선 지원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원 조건으로 고용안정, 경영개선, 이익공유, 도덕적해이방지 등의 단서를 달았다. 이들 조건 중 대출금리와 관련해 ‘시중금리 플러스알파’ 수준으로 설정한다고도 했다. 기안기금 대상 기업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 동원 여력이 있는 기업 입장에선 무리하게 시중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중금리 플러스알파라고만 밝힌 상태라, 실제 어느 정도로 금리가 적용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리가 제시되자 않아 기안기금을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아시아나항공의 기금 투입 사례를 참고해 기안기금 신청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주식 연계 증권 취득 조건도 기안기금 신청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기금 지원 이후 이익공유 차원에서 지원 총액의 최소 10%를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 연계 증권을 취득하는 형태로 지원한다. 지원금 10% 규모의 기업 지분이 정부에 귀속되는 것이다. 정부는 자금 지원으로 보유하게 되는 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자금 지원 조건을 현저하게 위반해 자금 회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을 남겨뒀다.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현재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상태라, 의결권 행사 예외 조항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예외 조항에 근거하면 향후 정부의 입맛에 따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 최악의 경우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국민연금의 반대로 당시 대한항공 사내 이사였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연임에 실패했던 경험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는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을 지원하는 일종의 구제 금융인데, 정부가 리스크를 모두 반영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은 기안기금을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며 “기안기금 취지에 맞게 대출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또 “정부가 대출금리나 10%의 주식 연계 증권 취득 등에 대한 명확한 세부 조건을 제시하고 예외 조항을 완화하는 등 기안기금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은-아시아나는 밀월 관계” 비판도일각에선 기안기금의 지원 대상, 지원 조건 등을 감안하면 애당초 아시아나항공에 최적화된 기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 매각 등의 초강수를 두지 않는 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안팎에서도 자회사 매각보단 노선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먼저 검토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자산 매각 등으로 자금 확보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당장 기안기금을 신청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의 기안기금을 마다할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이 아니면 현재로선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기금운용심의위원들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산업은행은 “기안운용심의위원들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무산된다면, 대규모 실업 사태뿐 아니라 국내 항공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등 국가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에 그간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심의회는 지난 7월부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 등을 검토해왔다.산업은행과 금호그룹 등이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매각 실패로 발생한 피해를 정부 자금으로 보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무산으로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한 금호고속에 대한 지원이 대표적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9월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금호그룹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은 9월 말까지 1100억원, 연말까지 4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선 12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2800억원은 정밀 실사를 통해 검증한 후에 관리 및 처리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호고속을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해 자금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 실패 등을 근거로 산은과 금호그룹의 악연을 얘기하는데,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악연이 아닌 밀월 관계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공동 운명체’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