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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 유상증자 궁금증] “왜 하필 지금?” 시기·출처·용도에 다양한 해석 

 

지배구조 개편설에 교보생명 인수설까지

신한금융지주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공식적인 명분은 손실 흡수력 강화와 신성장 영역 발굴을 위해서지만 당장 자본 확충에 나설 만큼 자금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수년간 이어진 금융사 저평가 기조 속에서 급하게 유상증자를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신한지주 주주들 사이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기반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한지주는 최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등 홍콩계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1조1582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할 주식은 3913만주 가량이며 증자 후 전체 지분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로 추정된다. 신주를 배정받기 위한 납입일은 9월 28일이며, 상장 예정일은 10월 20일이다. 신한금융지주 측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향후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신성장 영역 발굴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며 “증자 후 내부 목표치인 보통주자본비율 12%를 초과하면 다양한 주주환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지주의 설명에도 금융투자 업계와 투자자들은 의문을 표시한다. 일단 유상증자 시점이다. 코로나19의 여파 속에 신한지주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4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신한지주는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할 신주의 발행가액을 계산하기 위해 지난 8월 4일 이후 한달 간 주가를 활용했다. 이렇게 산정한 기준 주가는 2만9600원이다. 국내 금융주가 최근 수년간 저평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신한지주는 연초까지만 해도 4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초 대비 25% 가량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상반기 순익 1조8422억원에도 급하게 자본조달?

사모펀드들로부터 급하게 자본을 조달해야할 만큼 신한지주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지도 않았다. 신한지주의 연결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말 기준으로 이익잉여금만 26조원 넘게 쌓여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1조8422억원에 이른다. 신한지주 측에서는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으로 현재 11.4%까지 낮아진 보통주 자본비율을 12%대로 올릴 필요가 있었다고 하지만, 유상증자 없이도 연말이면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보통주 자본비율이 12%를 초과할 경우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설명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번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희석될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는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이 나오더라도 ‘조삼모사’이기 때문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 측이 강조한 증자 이유가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기에 다소 부족하다”며 “향후 배당금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어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신한지주 측 주요 주주들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모펀드에 출자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주가가 저평가 됐을 때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지배력을 높이는 모습이 자주 반복됐기 때문이다.

표면상으로 신한지주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전체 지분의 9.2%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신한은행의 초기 투자자인 일본 주주들로 알려져 있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도 그룹사 사장단이 매년 2월 초 일본을 방문해 재일교포 주주 원로모임인 간친회(懇親會)와 회동할 정도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신한지주 지분 15%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지주의 주요 주주에는 BNP파리바와 씨티은행 등 비일본 외국계 투자자들의 지분도 9.9% 가량이 있다. 더구나 지난 2019년에는 국내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7500억원을 투입해 전환우선주를 확보한 상태다. 이 전환우선주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되면 IMM PE는 약 3.7%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할 신주의 지분율 7.6%는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다.

재일교포 주주모임 ‘간친회’ 다시 관심

사모펀드들의 영향력은 이사회에서도 반영될 전망이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현재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사내이사로 포함돼 있고, 기타비상무이사로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필립에이프릴 전 BNP파리바증권 일본 대표 등이 있다.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재일교포 주주 몫으로 알려진 사외이사는 박안순, 진현덕, 최경록, 히라카와 유키 등 4명이다.

신한지주 사외이사에는 전환우선주에 투자한 IMM PE 측 추천인물로 알려진 이윤재 사외이사가 이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한지주 정관에서는 이사회를 15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에서 추천한 신임 사외이사를 한명씩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 축소가 불가피한데 이 정도 결정을 기존 주주들의 동의 없이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교보생명을 압박하기 위한 사모펀드들과 지배구조의 개편을 염두에 둔 신한지주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모펀드 두 곳은 모두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다. 이들은 현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 행사와 관련한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이달 중으로 첫 대면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FI들은 1조2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교보생명 지분 24%를 들고 있기 때문에 신한지주가 교보생명 지분 10% 가량을 확보하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지분율을 넘어선다”며 “신한지주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위협을 느낄 수 있어 교보생명 FI들은 협상카드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인수 가능성에 대해 신한지주 측은 일단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 인수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은 중소형 금융사를 인수하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악사손해보험만 하더라도 예상 거래가격은 1800억원 수준이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53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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