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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상장에 ‘빚투’ 권한 케이뱅크] ‘최대 4500만원’ 공모자금 대출 마케팅 논란 

 

통상적 증권연계계좌 개설 이벤트?... 금융당국 ‘신용대출 조이기’에 찬물 끼얹어

▎ 사진:NH투자증권
2020년 마지막 상장 대어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 청약에 58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리면서 빚내서 투자한다는 의미의 ‘빚투’가 도마에 올랐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수준을 형성한 뒤 가격제한폭까지 상승 마감하면서 투자 성공 사례가 이어졌고, 이에 자극 받은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빚투’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케이뱅크가 빅히트 공모 청약 자금을 대상으로 ‘대출 마케팅’에 나서면서 빚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일반 공모 청약을 앞두고 청약 증거금과 이자를 지원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케이뱅크 어플리케이션에서 NH투자증권 연계계좌를 개설한 고객 가운데 1만명을 선정해 최대 4500만원을 빌려주는 ‘신용대출플러스’ 상품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또 대출 이자는 캐쉬백 형태로 되돌려 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 청약이라는 점 때문에 부각되는 부분을 제외하면 통상적인 범위의 이벤트”라며 “다른 은행에서도 증권연계계좌나 연계 신용카드 등을 발급하면 상품권이나 현금을 지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 “현금 지급 이벤트와 비슷한 이벤트”


▎ 사진:케이뱅크
실제로 케이뱅크가 이번 이벤트를 위해 준비한 ‘신용대출 플러스’ 상품의 대출 이자는 대부분 1만원 내외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청약 마감 뒤 이틀 만에 상환되는 단기대출 형식인데다 시중 금리가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신용등급 1~3등급 수준의 고신용자 비율이 82.9%에 이르는데 ‘신용대출 플러스’ 상품의 대출 금리는 신용 2등급을 기준으로 2%대 후반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대출일 기준 3개월 KORIBOR(은행 간 단기기준금리)인 0.68%에 신용 등급별 가산금리를 더하는 식으로 금리를 산정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신용대출 잔액과는 상관없이 추가로 대출해준다는 점 때문에 과도한 ‘빚투’를 조장하는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올 들어 급증한 신용 대출 때문에 최근 금융당국에서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행보라는 점은 케이뱅크에도 부담이다.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9월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386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은행권 신용대출과 함께 양대 ‘빚투’ 자금으로 꼽히는 증권사 신용거래 융자 잔액도 지난 3월 이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에는 17조900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 2019년말에 비하면 곱절에 가까운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감독원에서는 지난 9월 중순 국내 5대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 및 카카오뱅크 관계자와 자리를 갖고 신용대출 감독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지난 9월말까지 신용대출 관리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월 25일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0.15%포인트 올렸다. KB국민은행도 9월 29일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금리를 0.10~0.15%포인트 가량 높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도 선제적 자산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지난 9월 18일 마이너스통장 금리와 일반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높였다”며 “빅히트 청약증거금 대출은 청약 기간 증권사 계좌에서 이체가 안되는 데다 청약금 환불 직후 자동상환되는 방식이라 공모 청약 외에 다른 분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신용대출 축소에 나선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한도에 다다르면서 신용거래 융자뿐만 아니라 증권담보대출 등 신용공여를 중단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신용공여액이 자기자본의 20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한 ‘빚투’에 제동이 걸리고 9월 국내 증시가 조정에 들어가자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상승 랠리도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는 최근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코로나19 이후 기업공개 시장을 달궜던 종목들마저 주가가 급격히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장 후 종가 기준 21만7000원까지 상승했던 SK바이오팜은 10월 들어 14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후 2거래일 상한가를 기록한 이래 하락 전환하며 힘을 쓰지 못했고 10월 들어서는 5만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이벤트가 NH투자증권과 함께 진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대표 주관사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NH투자증권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공모 청약에 직접 자금을 대는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 "전반적으로 들여다 보는 중"

따라서 상장주관 증권사가 너도나도 시중은행과 손잡고 청약증거금을 대출해주는 이벤트에 나선다면 상장 공모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용대출플러스’ 이벤트는 케이뱅크 측에서 기획했고 진행 주체도 케이뱅크였기 때문에 NH투자증권은 연계 계좌의 주체라는 점 외에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증권 연계 계좌 개설 이벤트는 통상 증권사가 계좌 개설 이벤트를 진행한 은행이나 플랫폼 사업자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 다른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이런 수수료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손실을 225억원이나 줄였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KB증권이나 NH투자증권 주식 계좌를 개설하면 5000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을 뿐 공모 청약에 직접 대출해주는 이벤트는 진행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벤트와 관련해 살펴보고 있다. 상장 공모 청약증거금 대출과 관련해 상장 주관 증권사가 은행과 연계 이벤트를 진행한 적은 처음이라 일단 전반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4500만원 신용대출을 받아도 실제로 청약 받는 주식은 몇 주 안 되고 대부분은 다시 상환될 것이라고 감안하고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독규정상 문제가 있는지는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55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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