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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미분양,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줄이려 임대 줬는데 ‘독’이 돼 돌아와 

 

임대차3법, 조정대상지역, 취득세 인상에 발 묶여… 할인 분양 올 스톱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와 아파트 / 사진:박정식 기자
두산건설 좌초의 도화선이자 미분양 무덤의 대표작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또 다시 암초에 걸렸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올해 대규모 할인분양으로 반짝 호조를 보이며 미분양 540여 채를 팔고, 대형 평형 60여 채를 남겼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도를 높이자 분양행진이 멈췄다.

지금 분양 중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8년 된 헌 집이다. 두산건설과 대한토지신탁이 자금부담을 덜려고 전·월세로 들인 세입자들이 살고 있는 미분양 물건이다. 세입자의 임대기간 만료시기에 따라 매매·대출·입주·수리 등 분양조건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주택정책이 수차례 바뀐 데다, 가 계약을 해도 훗날 정책이 또 바뀌면 매매조건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기를 끌던 할인분양이 멈췄다. 매물 예약 선착순 분양 조건으로 받았던 가계약금도 환불할 예정이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발표했지만 세부규정이 없어 분양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질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해 할인행사를 접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로 누적 미분양 처리에 제동 걸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맞닥트린 고비는 세 가지다. 우선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3법이다. 임대차3법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으로 이뤄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전월세신고제를 골자로 한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이 중 세입자가 현행 2년에서 4년(2+2)으로 임대차계약을 연장하도록 보장해준 계약갱신청구권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에 제동을 걸었다. 미분양을 해소하려고 들인 세입자의 거주기간이 늘게 돼 처분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세입자 중엔 보증금반환 보증, 관리비·금융이자·가전 무상지원 등 두산건설이 제시했던 임대혜택을 받고 입주한 입주민들이 적지 않다. 2년 전 입주한 이들의 경우 임대차 계약 종료는 2년 뒤인 2022년 여름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수요자 입장에선 부동산경기를 지켜보며 좀 더 저울질 할 여유가 생겼지만, 두산건설은 가계약까지 끌어들였던 미분양 처리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두 번째는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있는 고양지역이 6·17부동산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된 것이다. 삼송·지축 등 신규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한 고양 전역이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는데 7개월 만에 다시 묶였다.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담보대출금이 절반으로 깎이고, 6개월 안에 이주해야 한다. 다주택자는 대출도 안 된다.

세 번째는 취득세 중과 대상을 4주택에서 2주택까지 확대한 7·10대책이다. 기존엔 3주택 이하 취득세는 주택가액에 따라 1~3%를, 4주택 이상은 4%를 적용했다. 하지만 7·10대책으로 주택가액과 상관없이 2주택자는 8%로, 3주택 이상은 12%로 인상됐다. 이를 적용하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취득세는 2주택자는 약 7000만원, 3주택자는 약 1억원으로 증가한다.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엔 악조건이 될 수 있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그 동안 주변 시세에 비해 집값이 낮고 전세가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3000만~5000만원으로 뛰어드는 갭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시중엔 대규모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분위기였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초저금리 상황과 매수자 대출금을 활용해 미분양을 해소하려 했지만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가계약으로 붙잡았던 가수요까지 놓치게 되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고양시 일산서구 경의중앙선 탄현역 초역세권에 있는 총 27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다. 아파트 분양시기를 2006년에 예정했으나 3년이나 지연됐다.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자금 횡령과 정관계 로비 파문으로 부도처리 되고, 두 번째 시행사는 옛 시행사와 소송전을 벌이는 등의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제니스 시세 8년째 하락세, 상가도 20% 문 닫아

우여곡절 끝에 착공과 함께 2009년 12월에 첫 공개 분양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순위 청약결과 2693가구 모집 평균경쟁률이 0.1대 1이었다. 2순위 청약도 (이하 전용면적) 94, 119, 120, 145B㎡에는 접수자가 없었다.

두산건설 측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 등을 미분양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당시 수요자 입장에선 고분양가 논란이 컸다. 59~170㎡ 분양가가 3억1300만~13억6200만원으로 평당(3.3㎡) 1724만~2632만원 수준이었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을 넘기 시작한 것이 2016년부터다. 지금은 8월 기준 3.3㎡당 약 2676만 수준이다.

두산건설이 공사대금 손실을 끌어안고 2013년에 단지를 완공했지만 미분양 꼬리표가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다. 두산건설은 이를 떨어내려고 온갖 마케팅을 동원했다. 처음엔 초고층·초호화 시설을 뽐내며 ‘일산에 살지 않는다, 제니스에 산다’는 광고로 부유층을 유혹했다. 이와 함께 주변 개발 호재들을 언급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자랑했지만 분양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이후 두산건설은 매매보장·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금 안심대출 등의 혜택을 내걸었다. 공용관리비·대출이자·가전도 무상으로 지원했다. 전세로 먼저 살아보고 구매는 나중에 하라는 것이다. 당시 호응이 좋아 계약인파가 몰렸다. 두산건설은 이 덕에 누적손실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집값은 8년 동안 제자리를 맴돌거나 뒷걸음질이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를 보면 94㎡는 7층이 2013년 3분기에 5억9558만원이었으나 2020년 3분기에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43층도 같은 기간 6억7276만원에서 6억1500만원으로 하락했다. 대형인 170㎡도 같은 기간 4층이 10억0724만원에서 8억6240만원으로, 37층이 12억5214만원에서 9억7200만원으로 하락 거래됐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145㎡와 170㎡를 각각 28% 30% 할인가에 팔고 있는 이유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창릉 등 3기 신도시, 디지털미디어시티 인근 덕은지구, 장항동 등지의 개발사업들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수요를 빼앗아갈 것”이라며 “단지 내 상가도 경기 침체와 코로나 사태로 20% 정도가 문을 닫은 데다 두산건설의 매각까지 추진돼 미분양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1555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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