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라임자산운용 관련 제재… ‘우리은행 행장·부행장 로비설’까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 사진:우리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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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6000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책임을 묻기 위한 금융당국의 징계 절차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금융권 전반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고강도 제재를 결정한 데 이어 해당 상품을 판매사들에게도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부 증권사 대표이사들을 상대로 이미 직무정지 권고 통보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라임 사태 후폭풍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다.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20일 라임 사태와 관련한 첫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등록 취소를 결정했다. 금융 당국이 금융사에 제재를 내릴 때는 5단계로 구분되는데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순서로 수위가 높아진다. 등록 취소는 라임자산운용에 주어진 자산운용사 라이센스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사회적으로 중요 사안인 점이 고려됐고, 운용사 측과 검사국의 진술 설명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라임자산운용에 최고 수위 제재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제재와 함께 핵심 경영진에 대한 제재도 이어졌다. 원종준 대표와 이종필 전 부사장 등 라임자산운용 핵심 인력에 대해 해임 요구가 결정됐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구분되는데 해임권고는 가장 높은 수위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의 남은 펀드를 웰브릿지자산운용으로 이관하기 위한 사전 조치인 ‘신탁계약 인계명령’도 함께 결정했다. 일종의 배드뱅크인 웰브릿지자산운용은 라임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 및 정상 펀드들을 이관 받아 투자금 회수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제재안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라임자산운용의 제재는 사태 초기부터 예상되던 일이었으나, 금융당국이 최고 수위의 제재를 결정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미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수장들에게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 3곳이 그 대상이다. 이번 통보는 10월 29일로 예정된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두 번째 제재심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이들 증권사 대부분이 판매 당시 대표들이 자리를 떠난 상태라는 점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펀드 설정액 기준으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가 가장 많았던 신한금융투자(3200억원)에서는 판매가 한창이던 지난 2017년~2019년 사이에 김형진 대표와 김병철 대표가 재임 중이었다. 그러나 김형진 대표는 2019년 2월, 김병철 대표는 2020년 3월 자리를 떠났다. 1000억원 가량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에서는 당시 나재철 대표가 재임 중이었으나 2019년 12월 자리를 떠났고, 현재는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약 680억원 가량을 판매한 KB증권에서는 2017년 1월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던 윤경은 대표가 2018년 12월 물러나고, 2019년부터 박정림 대표가 자리를 맡았다.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한 제재에 불안감이 커지는 곳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에서는 이미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손실액을 전액 배상하도록 권고한 상황이라 은행권 수장들 역시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국내 대형은행 가운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 2019년말 기준으로 우리은행은 3577억원 가량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2769억원 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가장 많은 금액을 배상해야 하는 처지다. 더구나 금감원에서는 이미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우리은행등 판매사 4곳에 손실액 전액 배상 권고를 내렸다. 우리은행은 650억원 가량을 배상해야 한다. 권고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상대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금융업계에서는 일단 증권사보다는 은행들에게 내려질 제재 수위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제재의 원인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들이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사 결정 구조상 증권사들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책임이 대표이사에게 있는 반면 은행들은 관련 본부장들에게 책임이 있다. 실제로 라임자산운용 사태 전 제재가 결정된 파생결합증권(DLF)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 수장들은 직무정지보다는 한 단계 낮은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DLF에 라임까지 부담 커진 우리금융우리은행은 이미 DLF 사태로 제재 결정을 반든 전력이 있어 라임 사태와 관련한 제재 부담이 클 전망이다. 금융당국에서는 라임 사태에 앞서 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결정했고, 우리은행에는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197억1000만원을 부과했다. 문책 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 임원으로 재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손 회장은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공방에 돌입했다. 따라서 라임 사태와 관련한 제재가 결정되더라도 손 회장은 DLF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법적 공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은 개인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라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우리금융 입장에서는 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인한 부담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악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부정 채용 비리와 관련해 질타를 받은 데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서신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을 위해 우리은행장과 부행장 등에 대한 로비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우리은행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진위 여부를 두고 검찰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라임펀드 관련 피의자가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을 로비했다고 적시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