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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유럽발 코로나19 재확산 국내 증시 떨고 있나? 

 

새로운 상승 없이 횡보 전망… 미국 대선 혼란도 하락 부추길 듯

▎ 사진:REUTERS=연합뉴스
전 세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0만명을 넘었다.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곳은 유럽이다. 한 주 신규 확진자가 70만명씩 발생해 9월보다 35% 이상 증가했다. 프랑스·영국·독일·스페인에서는 8만 명 환자가 발생해 경제 활동의 일부를 통제해야 할 정도다.

전국적 봉쇄보다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나 계층만을 대상으로 방역 조치를 실시하고 있어 아직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상황은 아니지만 의료와 방역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정해져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현실화되면서 유럽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하락이 하루에 그쳐 3월처럼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질병에 다시 반응했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은 3월 1차 때와 비교해 유·불리 모두를 가지고 있다. 질병을 한번 경험했다는 사실은 유리한 점이다. 이번은 상황이 악화돼도 3월처럼 경제를 봉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고, 전면적인 경제 봉쇄가 질병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어 극단적인 정책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도 비슷한 형태가 적용된다. 투자자들이 코로나19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후 빠르게 상승하는 걸 이미 목격했기 때문에 3월처럼 주식을 내다 팔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주가 변동성도 크지 않을 것이다.

불리한 점은 2차 확산으로 경제가 타격을 입어도 이를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더 이상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 정책을 쓰기 힘든 상태에 놓여 있다. 유럽 역시 어떤 카드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 7월 유럽은행이 경기 부양대책을 발표했을 때 앞으로 5년간 들어올 분담금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한 걸 보면 지금 유럽이 얼마나 옹색한 처지인지 알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정책을 쓸 수 있는 힘이 없어 미래에 쓸 수 있는 재원까지 당겨 사용하는 처지인 것이다.

美 민주당이 행정부·의회 지배 시 주가 하락 우려

주가도 부담이 된다. 3월 1차 확산 때에는 주가가 지금보다 낮았어도 질병 발생 후 30% 이상 추가 하락했었다. 지금 주가 수준에서 질병으로 인한 악영향을 얼마나 소화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가 시장의 전면에 등장할지는 질병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10월들어 신규환자 발생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 걸린다. 이 상태가 되면 3월만큼은 아니어도 일정부분 시장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몇 달 전만해도 월가에서는 미국 대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선거 불복이고, 그 다음이 민주당이 행정부와 상하 양원을 모두 지배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blue wave)라고 얘기했었다. 이유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세금을 많이 걷어서 많이 쓰는 정책을 선호하는데, 코로나19로 재정 악화가 심해진 상태에서 지출을 더 늘릴 경우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낮은 금리 덕분에 주가가 올랐는데 이 그림이 망가지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5차 경기부양 대책 규모로 2.2조 달러를 제시했다. 월가에서는 이 부양안이 통과될 경우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0.9%까지, 중기적으로 1%대 중반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법인세 인상 가능성도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에 미국은 35%였던 법인세를 20%까지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조치의 영향으로 기업이익이 크게 늘면서 주가가 상승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해 법인세를 올릴 경우 기업이익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반독점법을 통해 대형 기술기업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에서는 현행 반독점법을 개정해,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주요 4 개 기술기업이 인접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걸 막고, 기업을 분할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개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 4개 기업이 미국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다.

과거에도 대형 기업을 규제하려던 사례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대표적인 예인데 해당기업이 90% 이상 점유율을 갖고 있는 윈도우시스템에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면서 독점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었다. 2000년 4월 반독점 위반 판결이 났고, 기업분할 명령이 내려지면서 IT버블 붕괴가 현실이 됐었다. 다행히 미국 법원에서 독점보다 독점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판결을 기각해 기업을 분할하지 않았지만 반독점 규제만으로도 시장이 얼마나 요동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코스피가 2400을 넘은 이후 재차 하락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대선 이전에 미국의 경기 부양책 합의가 힘들다는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내놓았지만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악재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반면 호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시장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사실상 2250~2450 사이 박스권에 갇힌 걸로 보인다.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개인투자자의 힘 약해져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 내부 에너지도 약해졌다. 10월 들면서 하루 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이 11조원대로 줄었다. 지난 8월 16조2000억원, 9월 14조2000억원과 비교해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8월 1%를 상회했던 시가총액대비 거래대금 비중 역시 10월 들면서 0.68%로 떨어졌다. 지난 2월 0.52% 이후 최저치다. 7월 이후 3개월 연속 70%를 넘어섰던 개인의 거래비중 역시 64.8%로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는 7월 2조2000억원, 8월 6조2000억원, 9월 5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10월 들어서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한 후 소강상태에 들어가면 새로운 상승이 시작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소한 올해 내에 주가가 2450을 돌파하는 일은 없을 걸로 보인다. 더 걱정해야 하는 건 주가가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다. 3월 저점 이후 주가가 70% 이상 올랐기 때문에 하락 없이 횡보국면만으로 상승을 정리하기는 힘들다. 최종 모습은 횡보라도 한번은 큰 하락이 와야 하는데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 대선 이후 혼란이 하락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1557호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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