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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단순한 투자가 최상의 전략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고 참아내며 지킬 수 있는 원칙과 기준 갖춰야

▎큰 기대를 모았으나 10월 15일 상장 후 이틀 연속 하락하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의 주가 그래프. / 사진:연합뉴스
“우리 부서에 지난해에 입사한 막내 직원이 있어. 재테크 얘기하다가 주위 친구들은 주로 어떻게 투자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은행에 적금을 넣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 친구에게 지금부터 매월 100만 원씩 저축하듯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고 했어.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신경 쓰지 말고 삼성전자에 적금 넣는다는 마음으로 급여일마다 매입하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정말 실천을 했더라고. 지금 20% 가량 수익이 났는데, 얼마 전에 왜 팀장님이 꾸준히 사서 모으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거 같다고 말하더군.”

한 번에 사지 말고 나눠 사라!

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대학 후배와 오랜 동안 통화하다 들은 얘기 한 토막이다. 대학 후배는 한 때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약10년 전부터 주식공부에 몰두하더니 지금은 필자가 보기에 꽤 근사한(?) 투자가의 모습을 갖추었다. 당연히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대학 후배와 얘기 중에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본 부분은 ‘단순함’의 가치였다.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단한 비기(祕技)가 있을 것 같지만 결국 투자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사람들은 몇 가지 단순한 원칙을 끝까지 고수한 경우가 많다.

대학 후배가 가지고 있는 주식 매수 원칙 중 하나는 절대 한 번에 사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입 가격을 정해 놓고 그 가격대에 도달하지 않으면 매입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래서 물었다. “네가 원하는 가격대까지 오지 않고 계속 오르면 어떻게 하느냐?”고. 이런 대답이 돌아 왔다. “뭐 어쩔 수 없지. 입맛만 다셔야지. 다음에 기회는 또 오는 거니까. 속은 쓰리지만 쫓아가지는 않아. 몇 번 쫓아갔다고 돈을 벌기도 했지만 혼쭐난 기억도 있어. 그 다음부터는 그냥 나랑 인연이 아닌 주식이라고 생각해. 나의 경우에는 나눠 사고 추격 매수를 하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만 지키더라도 수익률이 그 이전보다 많이 개선되더라고.”

국내의 한 가치투자 포털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있는 [이웃집 워런 버핏, 숙향의 투자 일기]의 저자 숙향(필명)은 매우 보수적인 기준을 가지고 종목을 선정한다. 필자 같은 성향의 사람이 보기엔 너무 답답하다(?)고 할 정도의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올린 수익률을 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지난 13년간 연평균 23%의 실적을 올렸다. 그가 밝힌 종목 선정 기준은 4가지다. 주가순자산배수(PBR) 1 이하, 주가수익배수(PER) 10 이하, 배당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금리 이상, 순현금 기업. 이런 기준에 속하는 주식들은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주식인 경우가 많다. 시장 소외주일 때도 있다.

그래서 필자가 한 번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PBR이나 PER가 높은 종목 중에서도 잘 나가는 성장주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주식들은 어떻게 합니까?”. “뭐 어쩔 수 없지요. 내 기준에는 맞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재차 물었다. “올 해처럼 성장주 중심으로 시장이 흘러가면, 숙향님의 포트폴리오에 속한 종목들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대답은 이랬다. “사실 심적으로는 좀 힘듭니다. 돈을 많이 못 버니 누구라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좋은 날 오지 않겠어요?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현금흐름에 초점을 둔 전략을 고집하는 투자자를 만난 적도 있다. 이 사람은 현금흐름이 없는 기업, 다시 말해 배당을 주지 않는 기업은 자신의 투자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주택 구입도 하지 않는다.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고 지나치게 세율이 높기 때문이란다. 그는 주식이나 리츠 -물론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등을 분석할 때 투자자에게 현금흐름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둔다. 다시 말해 ‘배당의 지속성’에 초점을 두고 기업이나 리츠를 바라본다. 배당금은 본인이 아직 직장 생활을 해 생활비를 급여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재투자한다.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나중에 퇴직 후에는 월세처럼 배당금을 받아서 노후 생활을 보낼 것이라고 한다.

반면 필자의 한 지인 중에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갖고 투자하는 이도 있다. 그는 기업을 평가할 때, PER나 PBR과 같은 지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매출액과 영업 이익을 동시에 늘려갈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느냐를 1차적으로 살펴본다. 아무리 저평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성장할 수 없는 기업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물었다. “기업의 존재 의의는 성장입니다. 비싸더라도 좋은 기업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과연 투자 원칙이 있는가?

여기서 한 번 자기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나의 투자 원칙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도 답해 보자. “왜 그것을 원칙으로 삼았는가? 그리고 투자대상을 고를 때 그 기준은 무엇인가?” 만일 이 질문들에 대해 단순하고 명료하게 대답할 수 없다면, 당신은 현재 원칙 없는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 흐름을 쫓아다니며 투자할 가능성이 높고, ‘카더라’식의 정보에 따라 투자하면서 환희와 절망의 변주를 체감하고 있을 개연성도 크다. 아니면 금융회사 직원의 권유에 따라 그를 믿고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핵심은 모든 결과의 책임은 당신에게 귀속된다는 점이다.

투자 원칙은 논리의 영역이며 감정의 영역 모두에 속한다. 논리적으로 원칙을 구성하고 있어도 그 일관성을 잃어버리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분석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서문 논평을 쓴 투자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현명한(Intelligent)’의 의미에 대해 적고 있다. ‘(그레이엄은 투자에서의) 현명함은 IQ나 SAT(미국 수학능력시험)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것은 참을성 있고 잘 연습하고 배우는 데 열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감정을 제어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레이엄은 이러한 종류의 현명함을 “지능보다는 성격과 관련된 특성에 더 가깝다”고 설명한다.

투자가 인생의 선택 과목이 아닌 필수 과목이 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초저금리로 인해 자산운용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투자에서 대박을 치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투자 원칙을 마련하는 게 필수불가결하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57년간의 투자 경험을 회고하면서 건전한 투자 원칙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예측할 수 없는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과 영고성쇠를 거치면서 건전한 투자원칙은 건전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진리가 되었다. 그러한 사실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가정 하에 행동해야 한다.” 복잡하고 엄청난 수식으로 가득한 투자 기법도 필요하겠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 더 필요한 건 스스로 납득할 수 있고, 참아내며 지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배움을 통해 인식 지평을 넓혀 갈 수 있는 자신의 단순한 투자 원칙과 기준이라는 것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557호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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