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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1) 삼성 출신의 산업계 대표주자] 삼성 출신 CEO·창업가는 왜 강한가 

 

삼성의 ‘촘촘하게’ 짜인 조직관리 시스템 장점… ‘삼성 노하우’ 접목 니즈 많아

▎대표적인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과 창업가들. (왼쪽부터) 황창규 전 KT 회장,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
2010년 한 일간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외부감사 대상기업의 임원 수는 4만8254명으로 이 중 1160명(2.4%)이 삼성 출신이었다. 현대자동차, SK, LG그룹 출신 임원은 각각 240여 명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국내 기업의 삼성 출신 임원에 대한 선호도는 어떨까? 500대 기업으로 한정하면 오히려 비중이 더 늘었다.

‘범삼성 출신 500대 기업 CEO 17명 포진’(2017년 4월), ‘500대 기업 CEO 4명 중 1명 외부 영입…외부 영입 CEO 143명 중 범삼성 계열사 출신이 23명(25.3%)’(2019년 1월), ‘CEO 10명 중 8명이 전문경영인, 외부영입 대표이사 범삼성 출신이 26명(15.5%)’(2019년 11월), ‘대기업에 전문경영인 대표 늘어, 범삼성 출신 23명’(2020년 2월), ‘대기업 대표이사, 10명 중 3명 외부영입 인사, 범삼성 계열사 출신이 174명 중 23명(13.2%)’(2020년 7월) 등의 기사가 이를 확인해 준다.

본지가 직접 2010년대 중반부터 대기업에서 삼성 출신의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사례와 상장에 성공한 삼성 출신 창업가 등을 조사했다. 황창규 전 KT 회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대표적인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과 창업가가 40명이 넘었다.

철저한 조직관리 시스템 몸에 익혀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재생 에스에이엠티 회장, 안병덕 위니아전자 대표, 안중구 전 위니아대우 대표, 옥경석 한화 대표,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 이현봉 전 넥센타이어 부회장 등이 삼성전자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에서도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이 많다. 삼성증권 출신의 김용범 메리츠화재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삼성증권 출신의 서준희 전 비씨카드 사장, 삼성카드 출신의 신응환 전 농협카드 사장, 삼성생명보험 출신의 조재홍 전 KDB생명 사장 등이 대표적인 삼성 출신 금융계 인사다.

이 외에도 삼성정밀화학 출신의 홍형민 태광산업 대표, 삼성물산 출신의 성영목 전 신세계디에프 대표, 제일모직 출신의 동현수 두산 부회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범삼성 출신 전문경영인이 성과를 냈다.

삼성 출신 창업가들도 눈에 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책임자는 삼성SDS 사내벤처 소사장을 거쳐 창업해 현재의 네이버로 성장시켰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삼성SDS 출신이다. 국내 최초의 태양광 모듈 설치 전문기업 에스에너지를 창업한 홍성민 에스에너지그룹 회장은 삼성전자 출신이고, 김철영 미래나노텍 사장은 삼성SDI 선임연구원 출신이다. 김형육 한양이엔지 회장, 유영목 에이테크솔루션 대표도 삼성 출신으로 상장에 성공한 창업가다. 한국 재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과 창업가가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은 왜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을 선호할까. 전문가들은 “철저한 조직 관리 시스템이 삼성의 장점인데, 이를 자사의 기업 문화에 적용하고 싶은 오너들이 많다”고 분석한다.

삼성을 설명할 때 흔히 하는 말이 ‘관리의 삼성’이다. 신입사원 때부터 임원 그리고 CEO가 될 때까지 단계마다 철저한 평가와 관리가 이뤄진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에서 근무한 바 있는 한 벤처캐피털 투자심사역 박상민(가명)씨는 “삼성에 입사해 신입 교육을 받을 때부터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시작된다”면서 “삼성에서 3~4년 정도만 일하면 동기 중에 누가 임원이 될지 대부분 알 수 있다. 신입 때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다양한 지원을 받으면서 리더 육성 코스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에서 26년 간 인사·조직 관리를 담당한 조영환 AJ 인재경영원장은 “공채 면접에서 삼성의 인재상에 맞는 인물을 뽑을 가능성은 30% 정도다. 나머지 70%는 입사 후 다양한 평가와 관리를 통해 미래의 임원을 추려내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은 신입사원 입문 교육 때부터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다. 신입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서 부서별로 소수의 ‘지도 선배’가 보름 혹은 1개월 전부터 차출된다.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받으면 실무 부서에 배치되고, 멘토 선배를 통해 직무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라고 한다. 박상민 씨는 “삼성에 있는 동안 평가나 실적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시기다”라고 설명했다.

지역·현장전문가제도 등 리더 육성 프로그램

직무교육이 끝나면 곧바로 개개인에 대한 평가와 실적 관리가 엄격하게 실시된다. 2~3년 동안의 실무 기간에서 개개인의 평가가 어느 정도 굳어진다. 그 때문에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해진다. 이후 평가를 잘 받는 이들은 해외 출장이나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견문을 넓힐 기회를 얻게 된다. 이후 부서장을 거쳐 임원 후보가 되면 ‘핵심 인력 양성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신입사원 시절부터 임원 후보가 되는 때까지 다양한 평가와 교육, 성과 등을 검증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도 선배’ ‘면접위원’ ‘공채시험 출제위원’ ‘사내 강사’ 등의 경험을 했다면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인재라는 신호다. 이 어려운 과정을 하나씩 통과하면서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이라는 삼성의 조직문화를 몸에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1990년 도입된 지역전문가 제도 및 2005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현장전문가 제도 등도 미래의 리더 양성을 위해 운영되는 대표적인 삼성의 제도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Core, Leadership, Experise 3대 축을 기반으로 계층별, 직무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삼성이 강조하는 것은 높은 도덕성이다. 각 승진 단계마다 개개인에 대한 감사가 진행된다.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임원이나 CEO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목표 지향적인 기업 문화도 삼성의 조직문화 중 하나다.

삼성에 몸담은 이들은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문화, 부정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문화, 목표 지향적인 문화 등을 체화하게 된다. 국내 대기업이 삼성 출신의 전문 경영인을 선호하는 이유다. 삼성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면 철저한 조직 관리와 목표를 이뤄내는 성과 두 가지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큰 것이다.

[인터뷰] 조영환 AJ 인재경영원 원장 - 삼성에서 26년 간 인사·조직 담당으로 배운 것들


조영환 AJ 인재경영원장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인사관리를 전공했다. 공군 인사장교로 복무한 후 삼성화재에 입사해 26년 동안 삼성의 인사·조직관리 전문가로 임원까지 지냈다. 국내 기업들이 삼성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것을 보고 [삼성 출신 CEO는 왜 강한가]라는 책을 2012년 펴내 주목을 받았다. 삼성에서 퇴사한 후 AJ 인재경영원을 맡아서 삼성의 인사 및 조직 관리 노하우를 이식하고 있다.

삼성은 어떤 기준으로 인재를 채용하나?

“다른 대기업과 대동소이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이 지향하는 가치와 맞는지 여부를 살핀다. 그리고 열정과 집념이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물론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100% 만족할 수 없다. 삼성이 원하는 인재는 채용 과정에서 30% 정도를 맞추고, 이후 교육과정과 평가 과정에서 계속 삼성이 원하는 리더를 선발하게 된다.”

책을 읽어보니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입사 후부터 다양한 평가를 거쳐서 리더를 육성하는 게 놀라웠다.

“직급에 따라 삼성이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사원에서 대리까지는 흔히 말하는 삼성에 맞는 인재상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과장 승진 기간에는 임원이 될 수 있는지 지켜본다. 임원 선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은 이가 임원 코스를 밟을 수 있다.”

임원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삼성에서는 전문가 흔히 말하는 각 분야의 프로가 임원이 되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외 능력이 갖춰져야만 임원이 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왜 삼성 출신 인사를 선호한다고 생각하나?

“삼성 출신이라면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는 신뢰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출신 인사들은 개인의 욕심보다 조직을 앞세우는 성향이 있는데 그런 점을 높이 사는 것 같다. 그리고 삼성에서 경험한 조직 및 인사 관리 시스템을 자사에 이식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1559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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