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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때 다진 친 이스라엘 관계 계속될까중동 문제에서 가장 주목할 축은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다. 이는 미국 중동 정책의 핵심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1월 17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및 레우벤리블린 대통령과 통화했다. 미국 뉴스 웹사이트인 악시오스는 “바이든의 통화 순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7일 당선이 확정된 바이든은 지난 며칠 사이에 9명의 다른 미국 동맹국 지도자들과 통화한 뒤에야 이스라엘 정상들의 전화를 받았다. 이스라엘이 바이든 정권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사실 중동은 바이든의 당선 앞에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CNBC는 “바이든의 당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우려와 이란과 팔레스타인의 희망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 방송은 “바이든의 승리로 유럽에선 집단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중동의 반응은 상당히 엇갈린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자신이 일했던 지난 행정부, 즉 버락 오바마 정권의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사우디는 물론 미국-이스라엘 관계도 극적인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CNBC는 전문가를 인용해 바이든과 그의 외교정책 팀은 세계를 트럼프와는 완전히 다르게 본다“고 지적했다.바이든의 외교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의 ‘트윗으로 포고’를 애용했던 트럼프와 사뭇 달리 규범적이며 공식적인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DC에 있는 아랍걸프스테이트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후세인 이시뷰는 “바이든 행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왔던 체계적이고 제도적이며, 동맹 중심이며 규칙 바탕의 국제 질서를 다시 추구할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가 전혀 존중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 시대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스라엘·이집트 같은 일부 중동 국가는 미국이 인권을 비롯한 문제를 제쳐두고 비즈니스와 거래 중심의 접근을 하면서 이득을 얻어온 게 사실이다. 이란핵합의(JCPOA)에서 탈퇴하는 등 이란에 강경책을 쓰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은 거부하면서 이스라엘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하지만 이런 정책은 의외의 성과를 낳았다.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바이든은 트럼프로부터 더욱 안정된 중동이라는 선물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전통적 외교의 옹호자들은 기존의 규범을 파괴하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미국의 동맹을 취약하게 하고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들의 힘만 강화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습을 파괴한 대통령만이 그릇된 억측과 실패한 전략을 거부할 수 있었다”고 트럼프를 평가했다. 트럼프가 기존의 아랍-이스라엘 균형 정책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이스라엘 중심의 외교정책을 편 결과 오히려 페르시아 만(아라비아 만) 지역의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고 수교하는 아브라함 협약(Abraham Accord)이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9월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됐던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과 바레인의 수교 서명식은 그 하이라이트였다. 트럼프는 그 가운데에 서서 자신의 중동 외교 성과를 자랑했다.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의 이스라엘 수교 결정은 중동에서 셔틀 외교를 펼쳐온 트럼프의 유대인 사위 제러드 쿠슈너의 활약이 한몫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진전 없는 팔레스타인 평화구상안 변화 줄까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8일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나란히 ‘트럼프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세기의 협상’이라고 자랑한 방안이다. 공식명칭이 ‘평화와 번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비전(Peace to Prosperity: A Vision to Improve the Lives of the Palestinian and Israeli People)’인 중동평화 구상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팔레스타인의 경제 번영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맞바꾸자는 것이다. 내용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일정 기간 동결하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에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이스라엘이 합병하는 보상으로 이스라엘 영토인 네게브 사막의 일부 지역을 팔레스타인에 할양하고 개발과 번영을 위해 5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구상은 형식적으로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의 유대인 정착촌을 자국 영토로 합병하려는 이스라엘의 요구와 완전한 점령 상태에서 벗어나 완전한 국가 건설을 추구해온 팔레스타인의 목표를 절충한 형태다. 하지만 이 평화방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유대인 정착촌의 인정과 이스라엘 합병을 상대방인 팔레스타인 측과 합의나 협상도 없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논의 끝에 내놨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1993년 미국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맺은 오슬로협정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한 이-팔 문제에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탄생했지만 당시 유보했던 유대인 정착촌과 동예루살렘의 지위, 이스라엘군 철수와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는 두고두고 협상 진척을 막는 장애물이 됐다. 트럼프 평화 방안은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는 비난은 있지만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고 시도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내놓았다.문제는 서안지구의 파타, 가자지구의 하마스의 두 정파, 두 지역으로 나뉜 ‘한 지붕 두 가족’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이 모두 트럼프 평화구상에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유대인 정착촌의 인정으로, 팔레스타인 측은 이를 원천적으로 거부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이스라엘 온건파와 손잡고 가자지구 분쟁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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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깨트린 이란핵합의 재가동시킬까하지만 당선 전부터 이란핵합의에 불만을 보여왔던 트럼프는 2017년 8월 이란핵합의에서 단독으로 탈퇴했다. 트럼프의 불만과 요구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2025년 10월 18일 모든 제재를 해제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라는 요구다. 이른바 일몰조항으로 불리는 이 조항 때문에 이란이 2025년 이후에는 아무런 제재 없이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불만이다. 이란핵합의는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영구 포기하게 한 것이 아니라 2035년까지만 유보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불만이다. 둘째, 트럼프는 이란의 탄도미사일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란 탄도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반영한 내용이다. 셋째, 트럼프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찾아내 제시한 이란 핵시설뿐 아니라 군사시설을 포함해 의심이 가는 모든 이란 내 시설에 대한 사찰을 요구한다. 이란을 신뢰할 수 없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민감한 군사시설을 포함한 어떤 곳에도 가서 핵 사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이 세 가지 조치는 이란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며, 내부 정치적으로도 위험한 내용이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인 정권이 이란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극히 작기 때문이다. 이란은 1979년 불만에 찬 국민들이 봉기해 기존의 샤(이란의 군주)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화 세력과 종교 세력이 권력을 나눈 이슬람 신정체제를 구성한 나라다. 트럼프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자존심 강한 이란 국민이 그 정권을 가만히 둘 리가 없다는 이야기다.바이든의 이란핵합의 복귀 공약에 이란의 숙적인 이스라엘은 물론 친미 아랍권도 경악하고 있다. 중동에서 이란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해상 유전으로 가득한 페르시아 만(아라비아 만)을 공유하면서 서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최소한 일몰조항과 탄도미사일이라도 손보고 싶어 한다. 이들은 바이든 측을 상대로 이란핵합의 복귀 문제를 협의하고 싶어 안달이다. 하지만 현재 바이든 핵심 참모진을 접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바이든 참모진에게 현재 외국인 접촉 금지령이 내려져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당선인 시절 러시아와 접촉하면서 불미스러운 의혹을 산 것을 의식한 조치다.바이든 당선인 측의 구체적인 중동 정책 다듬기는 취임 전까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 안개 속을 거닐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때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며, 오바마의 정책 기조를 승계하더라도 차별화를 추구할 것이란 점이다. 바이든 앞에는 국제 문제가 산적해 있으며 앞으로 거세게 도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이는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