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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바이든 시대 중동 정책은?] 중동을 보는 바이든의 시선 궁금증 4가지 

 

이스라엘과의 관계, 팔레스타인 평화구상, 가자지구 분쟁, 이란핵합의

▎11월 19일 미국 델라웨어 주에서 연설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사진:AP=연합뉴스
미국에 조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서 새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기존 질서를 강하게 뒤흔들어놓은 지역인데다 석유와 가스라는 자원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환경문제를 무시하고 셰일가스 개발에 몰두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면 세계 에너지 사정과 유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 기후 변화를 음모론으로 여겼다. 그래서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2019년 탈퇴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탄소 배출 규제도 완화했으며, 텍사스 주를 비롯한 석유 생산지의 표를 노려 셰일 가스 생산을 독려했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복귀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등의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2035년까지 발전 분야에서 ‘탄소 제로’를 이룰 계획이다. 바이든의 이러한 환경 정책이 전 세계의 에너지 믹스 경향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석유와 석탄 비중은 줄고 탄산가스 배출이 없는 원자력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 시대 중동은 미국이 다량의 석유를 생산하면서 가치가 떨어졌지만, 바이든 시대에는 세계적인 석유·가스 수요가 줄면서 중동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유가도 올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러시아와 협력국과 손잡고 ‘OPEC+’라는 카르텔 체제로 생산량을 조절해 버티고 있지만, 친환경 정책이 확대되면 또 다른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가 금세 끝날 가능성도 적다. 중동 경제를 유지하는 석유와 가스가 바이든 시대를 맞아 더욱 천덕꾸러기가 될 전망이다. 중동 지역에서 경제 문제가 사회적 불만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정치적인 불안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1년 아랍의 봄이 빵 배급 제한을 비롯한 경제적 불만에서 비롯됐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때 다진 친 이스라엘 관계 계속될까

중동 문제에서 가장 주목할 축은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다. 이는 미국 중동 정책의 핵심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1월 17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및 레우벤리블린 대통령과 통화했다. 미국 뉴스 웹사이트인 악시오스는 “바이든의 통화 순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7일 당선이 확정된 바이든은 지난 며칠 사이에 9명의 다른 미국 동맹국 지도자들과 통화한 뒤에야 이스라엘 정상들의 전화를 받았다. 이스라엘이 바이든 정권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사실 중동은 바이든의 당선 앞에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CNBC는 “바이든의 당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우려와 이란과 팔레스타인의 희망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 방송은 “바이든의 승리로 유럽에선 집단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중동의 반응은 상당히 엇갈린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자신이 일했던 지난 행정부, 즉 버락 오바마 정권의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사우디는 물론 미국-이스라엘 관계도 극적인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CNBC는 전문가를 인용해 바이든과 그의 외교정책 팀은 세계를 트럼프와는 완전히 다르게 본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의 외교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의 ‘트윗으로 포고’를 애용했던 트럼프와 사뭇 달리 규범적이며 공식적인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DC에 있는 아랍걸프스테이트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후세인 이시뷰는 “바이든 행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왔던 체계적이고 제도적이며, 동맹 중심이며 규칙 바탕의 국제 질서를 다시 추구할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가 전혀 존중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시대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스라엘·이집트 같은 일부 중동 국가는 미국이 인권을 비롯한 문제를 제쳐두고 비즈니스와 거래 중심의 접근을 하면서 이득을 얻어온 게 사실이다. 이란핵합의(JCPOA)에서 탈퇴하는 등 이란에 강경책을 쓰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은 거부하면서 이스라엘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의외의 성과를 낳았다.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바이든은 트럼프로부터 더욱 안정된 중동이라는 선물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전통적 외교의 옹호자들은 기존의 규범을 파괴하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미국의 동맹을 취약하게 하고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들의 힘만 강화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습을 파괴한 대통령만이 그릇된 억측과 실패한 전략을 거부할 수 있었다”고 트럼프를 평가했다. 트럼프가 기존의 아랍-이스라엘 균형 정책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이스라엘 중심의 외교정책을 편 결과 오히려 페르시아 만(아라비아 만) 지역의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고 수교하는 아브라함 협약(Abraham Accord)이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9월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됐던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과 바레인의 수교 서명식은 그 하이라이트였다. 트럼프는 그 가운데에 서서 자신의 중동 외교 성과를 자랑했다.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의 이스라엘 수교 결정은 중동에서 셔틀 외교를 펼쳐온 트럼프의 유대인 사위 제러드 쿠슈너의 활약이 한몫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진전 없는 팔레스타인 평화구상안 변화 줄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8일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나란히 ‘트럼프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세기의 협상’이라고 자랑한 방안이다. 공식명칭이 ‘평화와 번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비전(Peace to Prosperity: A Vision to Improve the Lives of the Palestinian and Israeli People)’인 중동평화 구상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팔레스타인의 경제 번영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맞바꾸자는 것이다. 내용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일정 기간 동결하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에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이스라엘이 합병하는 보상으로 이스라엘 영토인 네게브 사막의 일부 지역을 팔레스타인에 할양하고 개발과 번영을 위해 5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구상은 형식적으로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의 유대인 정착촌을 자국 영토로 합병하려는 이스라엘의 요구와 완전한 점령 상태에서 벗어나 완전한 국가 건설을 추구해온 팔레스타인의 목표를 절충한 형태다. 하지만 이 평화방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유대인 정착촌의 인정과 이스라엘 합병을 상대방인 팔레스타인 측과 합의나 협상도 없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논의 끝에 내놨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1993년 미국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맺은 오슬로협정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한 이-팔 문제에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탄생했지만 당시 유보했던 유대인 정착촌과 동예루살렘의 지위, 이스라엘군 철수와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는 두고두고 협상 진척을 막는 장애물이 됐다. 트럼프 평화 방안은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는 비난은 있지만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고 시도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서안지구의 파타, 가자지구의 하마스의 두 정파, 두 지역으로 나뉜 ‘한 지붕 두 가족’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이 모두 트럼프 평화구상에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유대인 정착촌의 인정으로, 팔레스타인 측은 이를 원천적으로 거부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이스라엘 온건파와 손잡고 가자지구 분쟁 끝낼까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지난 9월 23일 가자지구에서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과의 이스라엘 정상화 거래를 비난하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상화를 짓밟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현재 가자지구에는 유대인 정착촌이 모두 철수하고 없지만 서안지구(이스라엘은 유대 사마리아 지구로 부름)에는 45만 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현장을 가봤더니, 서안지구는 말만 자치지구이지 이스라엘의 점령지나 다름없었다. 양측 경계에는 이스라엘 측의 검문소가 있지만 이스라엘 번호판을 단 자동차는 아무런 제지도 검문도 없이 통과해 서안 지구 내 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물론 도로 등 인프라는 대부분 이스라엘이 건설했다. 도로표지판도 이스라엘 방식대로 히브루어·아랍어·영어로 적혀 있었다.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으로 가는 자동차도, 서안지구를 관통해 다른 이스라엘 영토로 가는 차도 모두 이 도로를 이용한다. 도로에는 이스라엘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압도적이며 팔레스타인 번호판을 단 차량은 간간히 눈에 띨 뿐이었다.

이스라엘은 강경파인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위가 거세지면서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어지자 2015년 9월 21개 유대인 정착촌의 8000명을 모두 철수시키고 가구당 20만 달러 정도를 보상했다. 이스라엘은 대신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하마스는 수시로 로켓탄을 이스라엘로 무차별 발사하고 있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이 기조가 유지되느냐다. 바이든은 대부분의 미국 정치인처럼 오래 전부터 친이스라엘이었다. 자기 자신을 “온건 시오니스트”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강경파 네타냐후 총리와 호흡을 맞추면서 팔레스타인 측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트럼프의 평화방안을 어디까지 따를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2021년 10월까지만 총리를 한 뒤 연정 파트너인 청백연합의 베니 간츠 국방 장관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약속과 연정을 깨고 새로 선거를 해서 네타냐후가 압도적인 승리로 재집권하는 것은 이스라엘 정치 지형도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스라엘은 2019년 4월과 9월, 그리고 2020년 3월에 걸쳐 세 차례의 총선을 치렀지만 강경파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온건파 베니 간츠 전 참모총장의 청백연합의 의석 확보 숫자가 각각 35대 35, 32대 22, 36대 33로 나타났다. 게다가 리쿠드당도, 청백연합도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결국 두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면서 총리를 일단 네타냐후가 맡고 2021년 10월 이후에는 간츠에게 넘기기로 했다.

간츠는 군 참모총장 출신으로 전쟁의 참상과 피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 정책을 지지한다. 이는 바이든의 중동 정책과 궤를 함께한다. 바이든 시대 중동의 미래를 보려면 단순히 현재의 이스라엘 지도자만 보지 말고 내부 정치에 의한 차기 권력 구도와 미래 대 팔레스타인 정책까지 읽을 필요가 있다.

바이든의 중동 정책에서 아랍 국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이란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의 복귀다. 사실 이란핵합의가 이뤄진 2015년 7월은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 바이든이 부통령일 때 이뤄낸 업적이다. 이란이 ‘농축 능력 및 우라늄 비축량’을 제한하고 ‘일부 핵시설을 재설계 또는 전환’하면서 투명성·신뢰 확보 조치를 취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국제사회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국과 독일, 그리고 유럽연합(EU)을 가리킨다.

트럼프가 깨트린 이란핵합의 재가동시킬까

하지만 당선 전부터 이란핵합의에 불만을 보여왔던 트럼프는 2017년 8월 이란핵합의에서 단독으로 탈퇴했다. 트럼프의 불만과 요구는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2025년 10월 18일 모든 제재를 해제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라는 요구다. 이른바 일몰조항으로 불리는 이 조항 때문에 이란이 2025년 이후에는 아무런 제재 없이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불만이다. 이란핵합의는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영구 포기하게 한 것이 아니라 2035년까지만 유보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불만이다. 둘째, 트럼프는 이란의 탄도미사일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란 탄도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반영한 내용이다. 셋째, 트럼프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찾아내 제시한 이란 핵시설뿐 아니라 군사시설을 포함해 의심이 가는 모든 이란 내 시설에 대한 사찰을 요구한다. 이란을 신뢰할 수 없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민감한 군사시설을 포함한 어떤 곳에도 가서 핵 사찰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세 가지 조치는 이란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며, 내부 정치적으로도 위험한 내용이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인 정권이 이란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극히 작기 때문이다. 이란은 1979년 불만에 찬 국민들이 봉기해 기존의 샤(이란의 군주)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화 세력과 종교 세력이 권력을 나눈 이슬람 신정체제를 구성한 나라다. 트럼프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자존심 강한 이란 국민이 그 정권을 가만히 둘 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바이든의 이란핵합의 복귀 공약에 이란의 숙적인 이스라엘은 물론 친미 아랍권도 경악하고 있다. 중동에서 이란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해상 유전으로 가득한 페르시아 만(아라비아 만)을 공유하면서 서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최소한 일몰조항과 탄도미사일이라도 손보고 싶어 한다. 이들은 바이든 측을 상대로 이란핵합의 복귀 문제를 협의하고 싶어 안달이다. 하지만 현재 바이든 핵심 참모진을 접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바이든 참모진에게 현재 외국인 접촉 금지령이 내려져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당선인 시절 러시아와 접촉하면서 불미스러운 의혹을 산 것을 의식한 조치다.

바이든 당선인 측의 구체적인 중동 정책 다듬기는 취임 전까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 안개 속을 거닐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때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며, 오바마의 정책 기조를 승계하더라도 차별화를 추구할 것이란 점이다. 바이든 앞에는 국제 문제가 산적해 있으며 앞으로 거세게 도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이는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61호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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