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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임정욱 TBT 공동대표] “투자자, 시대 앞서는 창업가 돕는 매력적인 직업” 

 

한국만큼 역동적 스타트업 생태계 드물어... 내년 데이터 관련 서비스기업에 큰 기회

▎임정욱 TBT 공동대표
스타트업 생태계의 ‘인싸’이자, 창업가들의 ‘구루’로 통하는 임정욱 TBT 공동대표는 1990년대 중반 중앙일간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IT(정보통신) 분야와 인터넷에 관심이 컸던 그는 사회부, 경제부를 거쳐 당시 보기 드물게 IT 담당 기자를 하게 됐다. 흔히 말하는 필드에서 취재기자로 생활한 것은 딱 3년. 이후 신문사 경영기획실 IT팀장, 일본어판 온라인 신문사 대표 등을 역임했다.

30대 중반에 신문사를 떠나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으로 이직했다. IT업계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2009년 3월부터 미국 보스턴에서 한때 검색 서비스로 유명했던 라이코스 대표를 맡아 3년 정도 직접 IT기업을 운영하기까지 했다. 2013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스타트업 창업가를 지원하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벤처캐피털(VC) TBT 공동대표로 투자업계에 뛰어들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벤처캐피털의 전설’로 통하는 마이클 모리츠 세콰이어캐피탈 회장을 떠 올리게 한다. 모리츠 회장은 실리콘밸리를 취재했던 [타임스]지 기자 출신이다.

코로나1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임 대표의 다양한 이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이다. 중앙일간지 기자 타이틀 대신 혁신의 현장인 IT와 인터넷의 세상에 빠르게 도전했다. 그리고 혁신을 하는 창업가를 발굴·투자하는 투자자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12월 초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TBT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는 “올해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며 웃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당시와 TBT의 대표가 된 후 창업가를 만날 때 입장은 분명 다를 터. 임 대표는 “센터장이었을 때는 창업가와 이해관계가 없었다면, 지금은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투자를 잘해야 하고 그게 나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창업가를 만나는 게 직업적으로 다가온다. 창업가와 스타트업에 대해 훨씬 디테일하게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는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하고 도움을 주는 직업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인 면”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도전에 그는 빠르게 안착했다.

임 대표 주도로 지난 7월 최대 390억원 규모의 ‘오픈이노베이션 펀드(포스트코로나 펀드)’ 결성을 마쳤다. 임 대표는 “코로나19로 한국 사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제조업이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등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펀드 결성 후 지금까지 모토브(택시 상단 표시등을 이용한 위치 기반 광고 서비스), 모노랩스(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펄핏(AI 이용 발 사이즈 맞춤 운동화 추천 서비스) 등 3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완료할 정도로 빠르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변화의 시대에 투자가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인터넷 등장과 스마트폰 출시 때 투자 기회가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오히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하는 변곡점이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이 투자의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본지가 실시한 투자자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나.

“물론이다. 대기업은 하지 못하는 일자리 창출을 스타트업이 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타트업에서 첫 직장을 구하는 게 굉장히 익숙해졌다. 금융권 입사를 꿈꿨던 이들이 카카오뱅크에 가고, 토스에 입사한다. 스타트업이 성장을 하면서 사람들을 계속 뽑고 있다. 원티드랩, 프로그래머스, 리멤버 등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구인을 도와주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한다. 한국에서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외국계 기업이 쉽게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 만일 배민이 없었다면 한국 딜리버리 시장은 우버이츠가 장악했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투자업계의 위축을 예상했는데 타격이 크지 않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에어비앤비가 다시 상장에 도전할 정도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생동감이 넘쳤다. 팬데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빠르게 진행하게 했다. 쿠팡이나 배민 등이 좋은 성과를 보인 이유다. 대기업이 갑자기 뛰어들어도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대기업은 이제 절박해졌을 것이다. 디지털화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예전에는 대기업이 해외 스타트업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제 한국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민간 주도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정부가 정책과 재원을 지원했으니까 스타트업 생태계가 단단해진 것이다. 해외를 다니다보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만큼 역동적인 곳이 별로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정도뿐이다. 이제 한국의 투자 업계와 스타트업계는 경험 많은 사람들이 두텁게 포진하고 있다. 인재가 몰리고 있고,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커머스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다. 이젠 정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도 많이 완화됐다. 따지고 보면 규제가 없는 나라는 없다. 다만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되면 좋을 것 같다. 원격 진료나 법률 관련된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사회적인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완화되어야 한다.”

비대면 데이터 서비스기업에 좋은 기회 올 것

핀테크, 모빌리티 등 몇 년 전만 해도 투자가 집중되었던 분야에 투자자의 관심이 줄었다.

“어떤 분야든 새롭게 부상할 때가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다. 5~6년 전만 해도 우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신기해서 그런 것이다. 핀테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온 국민이 카카오뱅크와 토스를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킥보드가 신기해서 SNS로 올리기도 했다. 2년 만에 한국은 지방까지 킥보드가 진출해 있다. 한국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장도 드물 것이다.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든 것보다 시장에서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 스타트업 생태계에 예상되는 기회는.

“코로나19가 어떻게든 해결이 될 텐데, 그러면 그동안 눌러 왔던 잠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대표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사람들의 위생 관념이 커졌기 때문에 비대면 관련 데이터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들은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무인점포 등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내년에 가속화될 것이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1564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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