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브랜드에 생산·재무·홍보 지원… ‘무신사 단독’ 제품만 4913개
▎최근 “다 무신사랑 해”라는 슬로건을 건 무신사의 광고 장면. / 사진:무신사 광고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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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무신사랑 해”신발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도 모두 무신사랑 거래하길 바라는 광고 카피다. 바람은 현실이 되어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의 매출이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무신사의 거래액은 2018년 4500억원, 2019년 9000억원에 이어 올해 예상 거래액은 1조4000억원이다. 12월에 진행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도 743억원어치 거래하며 지난해보다 100% 이상 늘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무신사 매출액은 2018년 1072억원에서 2019년 2197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이 같은 무신사의 빠른 성장에는 무신사만의 마케팅 전략이 있다. 무신사에서만 유일하게 판매하는 ‘단독 판매’ 전략이다. 무신사는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단독 판매를 늘리고 있다. ‘무신사 단독상품’ 코너가 따로 마련될 정도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전략무신사가 진행하는 단독상품은 크게 다섯 종류로 구분된다. 먼저 상품 판매란에 ‘무신사 단독’이라고 적혀있는 것은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하는 경우다. ‘온라인 단독’은 오프라인 매장은 따로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무신사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이다. ‘선발매’라고 적힌 상품은 한정기간 동안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에서 먼저 판매한다. 이 상품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온라인숍에서 살 수 있다. 또 ‘무신사 테라스’로 표시된 상품은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테라스 홍대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한정 판매’는 무신사를 포함한 제한된 판매처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말한다.12월 9일 기준으로 무신사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무신사 단독’ 제품은 4913개이고, ‘온라인 단독’은 392개, ‘한정상품’은 1만8125개, ‘선발매’는 150개, ‘테라스샵’ 제품은 194개로 무신사 단독 상품 카테고리에 올라온 제품은 총 2만3786개에 다다른다. 단독 판매 규모와 기간에 따라 종류가 나뉘지만, 이 모든 상품은 단독 상품 카테코리 안에 속해 있다.무신사가 브랜드와 협업해 단독 입점을 진행하는 대표적 브랜드로는 2018년 ‘밀레 클래식’, 2019년 ‘마크 곤잘레스’, 2020년 ‘펜필드’ ‘앤더슨벨’ ‘앤더슨벨 포 우먼’ ‘컨버스’ 등이 있다. 무신사 측은 제품을 무신사에만 판매하는 단순한 ‘단독 판매’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브랜드가 제작한 제품을 단독으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상품의 제작 단계부터 협업해 무신사만의 판매 제품을 완성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목적이라는 설명이다.무신사 관계자는 “브랜드의 가치 상승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마케팅 협력을 희망하는 브랜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며 “특히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 제품은 무신사가 보유한 무신사 매거진, 무신사 TV 등 자사 인프라에 홍보된다. 또 브랜드 요청에 따라 생산·재무·물류·CS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콜래보레이션 기획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를 포함해 무신사에 입점한 모든 브랜드는 무신사로부터 자금도 빌릴 수 있다. 무신사가 진행하는 동반성장 프로그램 일환으로, 무신사는 브랜드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생산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한다. KB국민은행, 어니스트펀드 등 외부 금융업체와 협력해 정산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신생 패션 온라인숍 전략에 전통 패션기업들 속수무책이 때문에 무신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에는 신생 브랜드가 많다. 무신사는 초기 생산자금 여윳돈은 없지만 디자인이 뛰어난 신생 브랜드에 투자하는 대신 무신사 단독 입점을 계약해 그에 해당하는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일명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전략이다. 성과는 좋다. 무신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 10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거래금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거래액이 최대 10배가 증가했다.무신사 단독 입점이 성과를 내자, 패션업계에서 ‘모시기 1순위 인기 브랜드’들도 잇따라 무신사 단독 입점을 결정 짓고 있다. 실제 지난 봄·여름(SS) 상품까지 다양한 온라인숍에서 제품을 판매하던 패션 브랜드 ‘앤더슨벨’이 최근 무신사와의 단독 입점을 계약하면서 온라인 편집숍인 29CM 등에서의 판매를 중단했다. 두터운 여성 마니아층을 확보해온 패션 브랜드 ‘마뗑킴’ 역시 무신사에 단독 입점을 결정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골 스튜디오’는 지난 10월 무신사로부터의 투자가 결정되자, 온라인숍 중 무신사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계약을 했다.하지만 일부 업계에선 무신사의 단독 입점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무시무시한 공룡 온라인숍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와 단독 계약을 한 브랜드들은 SSF숍(삼성물산), LF몰(LF), 코오롱몰(코오롱 패션) 등 대형 패션기업 온라인숍조차도 상담 자체가 어렵다”며 “편집숍의 특징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데 모아서 판매하는 것인데, 무신사는 단독 입점 브랜드를 늘리면서 마치 자사 제품만 늘어놓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패션기업들이 신생 패션 온라인숍인 무신사의 단독 입점이라는 새로운 마케팅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무신사의 단독 입점 전략은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무신사에서만 판매하는 입점 브랜드를 늘릴수록 그만큼 다른 온라인숍과 차별성이 생겨, 회원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상품별 실시간 상품 랭킹을 공개하는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회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신뢰성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누적 회원수 7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무신사 입장에서는 기존 회원을 이탈 시키지 않고, 새 회원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단독 입점을 선택한 셈이다. 단독 입점 브랜드를 홍보하고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자사 미디어 채널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무신사 매거진, 무신사TV를 만드는 미디어 관련 인력으로만 100여명이 투입돼 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