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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로그 위탁생산 종료, 수출 급감 ‘직격탄’
르노 본사 ‘플랜’에서 밀린 르노삼성르노삼성의 지분 80.04%를 보유한 최대주주 르노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보면, 르노삼성의 내수 시장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르노삼성은 2010년 국내서 15만5697대를 판매해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내수 시장 판매량은 10만9221대로 줄었고, 2012년에는 5만9926대로 급감했다. 현대·기아차의 독주 체제, 수입차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중고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2011년 내놓은 SM7의 완전변경 모델마저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2012년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이 시점에 르노그룹은 국내에 신차를 출시해 한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부산공장의 닛산 로그 위탁생산 전략을 택했다. 당시 판매량 급감으로 여유가 생긴 부산공장의 생산 능력을 활용해 로그를 만들고, 이를 북미 시장에 되파는 수출기지로 활용한 것이다. 당시 일본 내 자동차 공장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급격한 엔고 현상으로 원가경쟁력 악화에 시달렸다. 이에 닛산·혼다·미쓰비시 등은 해외 생산 물량 확대를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닛산 로그 생산을 르노삼성이 맡게 됐다.르노그룹 입장에서 부산공장은 로그의 수출기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일본 산업계가 엔고뿐 아니라 인건비 부담, 높은 법인세율 등으로 원가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과 함께 2011년 유럽연합(EU), 2012년 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따라 체결하는 등 경쟁력을 키웠다. 2012년 당시 르노그룹 회장 카를로스 곤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이 세제 혜택 등과 환율 측면에서 최적의 조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르노삼성은 위탁생산을 넘어 신차 출시 등에 공을 들였으나, 르노그룹의 글로벌 전략 하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박동훈 사장이 재직했던 2016년 르노삼성은 중형 세단인 SM6를 출시해 내수 시장 판매량을 11만1101대까지 끌어올렸지만, 이듬해인 2017년 당초 계획대로 클리오를 들여오지 못하면서 흥행 돌풍을 잇지 못했다. 소형 해치백이자 르노그룹의 인기 모델인 클리오 물량을 그룹으로부터 제 때 받지 못해 2018년 5월에서야 출시한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자동차 회사는 신차 출시를 통해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인 르노그룹 입장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신차 론칭은 후 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문제는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의 수출기지 역할을 점차 줄이면서 시작됐다. 르노삼성의 로그 수출량을 보면 2016년 13만6309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7년 12만3202대, 2018년 10만7245대에 이어 2019년에는 6만9880대로 급감했다. 올해는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했다. 자동차업계에선 르노그룹이 2017년 말부터 부산공장의 로그 물량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일본 현지공장의 원가경쟁력이 한국을 앞지르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법인세 인하, 양적완화, 엔저 등의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일본 공장들의 원가경쟁력 확보도 용이해졌다.반면 르노삼성은 노조가 2018년 임금 동결 등에 반발하며 파업을 감행하는 등 노사갈등에 휩싸였다. 201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면 파업이 벌어졌다. 당시 르노삼성 노조 측은 “회사가 경영 정상화 이후 르노그롭 본사에 수 천억원을 배당하면서도 근로자에게 임금 동결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했고, 르노삼성은 “부산공장의 1인당 인건비가 르노그룹 공장 가운데 최고 수준인데다, 파업도 잦아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맞섰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6년 당기순이익 3105억원 모두를 배당금으로 풀기도 했다.
“르노그룹 철수할 것” VS “아직은 아냐”일각에선 르노그룹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르노삼성의 수출기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르노그룹 전체 판매량에서 르노삼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기준 르노그룹의 전 세계 판매량 중 르노삼성의 비중은 2.5%에 불과하다.그러나 르노그룹이 한국 시장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점으로서 르노삼성의 활용 가능성이 여전하고, 유독 국내 시장에서 잘 팔리는 모델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판매량을 보면 QM6의 국내 시장 판매는 4만7640대인데, QM6의 수출 모델인 콜레오스는 3만3187대 팔렸다. SM6의 국내 판매량과 수출 모델 탈리스만의 판매량은 각각 1만6263대, 1만6903대로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모델이 국내선 르노삼성의 주력 차종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르노삼성이 삼성 측과 상표권 계약이 끝났음에도 르노삼성의 엠블럼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르노그룹의 한국 시장 포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르노삼성의 2대 주주는 지분 19.90%를 보유한 삼성카드로, 르노삼성은 삼성 측과 상표권 계약을 맺어 르노삼성 로고 등을 사용했으나 지난 8월 계약이 종료됐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 11월 삼성 측과의 상표권 계약 만료와 관련해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르노삼성의 ‘태풍’ 모양 고유 엠블럼을 쓰는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그룹이 삼성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