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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신 에너지 패권 경쟁] 바이든노믹스 친환경 신경제로 ‘꿩먹고 알먹고’ 

 

안에서 경제 회복 시동 트럼피즘 불만 잠재워… 밖에선 중동 의존 줄이고 러시아 위축 노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산업 추진으로 인해 2021년엔 중동과 열강 간 에너지 패권 경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오일 펌프 모습.
2021년 새해에는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인가. 2020년 한 해를 온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고난 속에 보낸 지구촌의 최대 관심사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금지와 봉쇄 속에 수요가 바닥으로 떨어진 석유 부문이 얼마나 제자리를 찾을 것인지는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석유는 자동차·항공·운송·물류·관광 등 관련 산업이 광범위한데다 산유국이 몰린 중동을 비롯해 러시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의 지정학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던 산유국들은 2021년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희망의 빛도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희비쌍곡선을 그리는 한 해를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징조는 이미 2020년 12월에 나타났다. 12월 들어 국제유가는 강보합세를 유지했는데, 이는 호재와 악재의 두 가지 상반된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호재는 12월 8일과 14일 각각 영국과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이 영국과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접종을 시작하면서 국제유가는 일제히 소폭이나마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 회복 불확실성이 걷히기 시작했다고 시장이 판단한 것이다. 2020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고 에너지 소비를 꽁꽁 얼어붙게 했던 코로나19 사태가 백신의 개발과 긴급사용 승인, 그리고 접종 시작으로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인구의 75~80%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이어 모더나 백신도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자 파우치 박사는 그 시기를 갈수록 당기고 있다. 백신 접종 초기 파우치 박사는 미국의 집단면역 확보 시기를 2021년 연말쯤으로 예상했으나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자 이를 여름으로 당겨 잡았으며, 최근에는 4~5월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2분기에 집단 면역을 확보하고 코로나19에서 탈출하면서 경제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정상생활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제 산업 연계망을 통해 전 세계의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전세계 석유 수요의 증가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악재는 겨울이라는 계절요인과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과 확산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그리 간단히 해결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징표다.

세계경제 불황에도 산유국 담합으로 국제유가 강보합세


▎2020년 6월 17일 미국 켄터키 주 프랭크 포트에 설치된 임시 실업사무소 앞에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이 끝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사진:REUTERS=연합뉴스
지난 12월 31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8240만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는 180만명에 이른다. 12월 들어 매일 증가하는 확진자가 70만명을 넘나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낳은 미국의 경우 이날까지 확진자가 2021만명에 이르렀으며 사망자도 35만명을 넘었다. 전날 하루 확진자가 전 세계에서 62만4091명이, 미국에선 19만4860명이 추가됐다. 브라질은 2만529명, 변이 바이러스인 ‘B 1.1.7’이 나온 영국에선 5만3135명이 늘었다. 이날 하루 사망자는 전 세계에서 1만3791명, 미국에서 3398명이 늘었으며, 브라질에서도 1075명, 독일에서도 1244명이 각각 추가됐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국제 유가는 이런 상반된 요인의 작용 속에 12월 강보합세를 보였다. 12월 30일에는 약간의 상승세로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21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8%(0.40달러) 오른 48.40달러의 종가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2월물 브렌트유도 현재 배럴당 0.6%(0.30달러) 오른 51.39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미국석유협회(API)가 발표한 12월 넷째 주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 전망치보다 많은 480만 배럴의 감소를 기록했고, 트럼프의 반대로 막판 진통을 겪어온 미국 연방정부의 대규모 추가 재정부양이 집행될 수밖에 없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2021년 1월 4일 OPEC 플러스(OPEC+)의 회의에서 석유 증산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악재 전망도 있어 유가는 소폭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한해 감산을 이어온 OPEC+는 2021년 1월부터 하루 50만 배럴을 증산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으며 이를 1월 4일 회의에서 구체화 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한해 내내 전 세계 경제가 극심한 동맹경화증에 걸렸던 2020년 국제유가는 국제 수요 감소의 여파로 상반기에 폭락세를 기록하다 대대적인 감산 합의로 가격을 간신히 회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쿠웨이트·베네수엘라 등 13개 회원국이 가입한 국제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대표적인 원유가격을 가중 평균한 ‘OPEC 바스켓 가격’을 보자. OPEC 바스켓 가격은 2020년 1월 2일 배럴당 67.15달러로 시작해 이어 1월 6일에 70.89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 뒤 코로나19가 초대형 석유 수요국가인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줄면서 폭락을 거듭했다.

하지만 4월 27일에는 13.30달러로 바닥을 친 뒤 다시 반등했다. 4월 12일 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 카르텔인 OPEC+가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5~6월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 뒤 7~8월에는 960만 배럴 감산을 유지했으며, 감산 합의는 연말까지 계속이어졌다. 13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을 포함해 23개국으로 이뤄진 OPEC+의 감산은 즉각 국제유가에 영향을 끼쳤다.

감산 합의 뒤 OPEC 바스켓 가격은 상승을 거듭해 5월 5일 배럴당 21.44달러로 20달러 선을 넘어섰다. 6월 1일 배럴당 33.68달러로 30달러 선을 지나 7월 1일엔 42.66로 40달러대에 접어들었다. 그 뒤 9월 초와 10월 말 일시적으로 40달러 이하로 떨어졌지만 다시 오르기 시작해 12월 17일 50.78달러로 50달러도 넘어섰다. 이러한 감산에 힘입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불경기 상황에서도 국제유가는 어느 정도 강보합세를 유지해왔다. 국제유가 카르텔 기구인 OPEC+가 이룬 담합의 위력이다.

오일 카르텔에 맞서는 美 바이든노믹스 청정에너지 정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네 번째)이 2020년 1월 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터키 스트림(Turk Stream) 개통식에 참여했다. 터키 스트림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터키와 유럽으로 공급하는 파이프 라인이다. / 사진:AP=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2021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가장 큰 요인이 1월 20일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취임이다. 바이든의 선거공약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인프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도로·철도·교량·전력망·수도·도시교통·5세대이동통신(5G)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 문제는 버락 오바마 정부 때부터 해묵은 과제다. 인프라 투자 확대는 일자리를 만드는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방법의 하나다. 바이든은 취임 뒤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확보로 미국 사회가 정상을 찾고 경제 재개를 본격화하면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미국 경제를 빠른 시일 안에 재건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2021년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 경제회복에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는 유럽연합(EU)도,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다만 백신 접종이 늦어지거나 경제적 사정 등으로 힘든 국가들은 경제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 정책의 핵심은 경제회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석유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산유국들에게 호재이자, 국제 유가가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바이든이 간판 정책 중 하나로 내건 청정에너지진흥은 국제유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석유 수요를 대대적으로 줄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2035년까지 전력 부문의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들고 나왔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에너지원의 비율 조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석유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바이든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차세대 전력망 구축 사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역대 정권이 미뤄왔던 사업이다.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발전 시설을 추가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미국 내부 정치적으로도 중요하다. 청정에너지 시대 개막이 이념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정책이 아니라 일자리를 양산해 국민 지지를 높이려는 현실적인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청정에너지 사업에는 상당한 인력이 필요해 일자리 마련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에너지 손실 감축 정책에 따라 미국에선 공공 건축물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작업도 대대적으로 이뤄져 건설 산업에도 활기가 돌 전망이다. 이런 일련의 사업이 이뤄지면 석유 수요는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 친환경 전환으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유도

특히 2030년까지 버스의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이는 전국에 50만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고, 친환경 자동차 300만 대를 정부 조달을 통해 구입하는 정책으로 이어지게 된다. 스쿨버스 50만 대를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차량의 부품 생산, 유통, 서비스를 진흥할 경우 중산층 이하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친환경 정책은 지식인이나 환경운동가들의 구호가 아니라, 중산층·서민에게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경제정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제조업 설비가 녹슬어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사업 노하우가 사장될 위기에 있는 러스트 벨트에는 단비와도 같은 소식일 것이다. 자동차·철강은 러스트 벨트의 대표적인 산업이다. 바로 이 러스트 벨트는 2016년의 트럼프 승리, 2020년 바이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 대선 급소 지역이다. 친환경 정책이 구호가 아니라 강력하게 추진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정책은 국제정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중동 석유에 대한 미국과 세계의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국제 에너지 질서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로 생산량 세계 1위의 산유국으로 올라섰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중동과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동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가치를 줄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중동에 투입하는 정치적·군사적 비용이 줄일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의 결과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퇴임한 뒤에도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 중요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낸 세금을 왜 남의 나라를 위해 쓰느냐’는 미국 납세자 겸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청정에너지 신경제로 경쟁국 추월 국제사회 우위 노려

CNN 등 미국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7421만6717표(46.9%)를 얻어 2016년 대선보다 1070만 표 이상 더 얻었다. 트럼프는 역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대선 패배자가 됐다. 비록 8126만8867표를 얻은 바이든보다 700만 표 정도 적지만 미국에 여전히 두터운 트럼프 지지층이 있음을 보여줬다. 그런 트럼프가 펼쳐온 트럼피즘의 핵심 중 하나가 왜 미국 납세자들이 낸 세금 중 거액을 동맹과 친미국가들의 안보를 위해 쓰느냐이다. 트럼프가 국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회원국이 침략을 받으면 즉각 개입한다’는 다짐을 거부하고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NP)의 2%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종용한 이유다. 미국을 도와 중동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퇴치에 크게 기여한 쿠르드족에 등을 돌리고 시리아에서 미군을 전격적으로 뺐는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미국의 개입은 러시아와 중동이 에너지 공급국가이자 지역으로서 국제사회에 지정학적, 지경학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장기적으로 청정에너지 정책을 추구하면 그만큼 석유 수요는 줄 수밖에 없고, 미국이 중동을 영향권에 둬야 할 필요가 줄어든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에너지 차르’ 소리를 듣는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의 국력이 쪼그라드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런 바이든의 청정에너지 정책은 미국으로선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2021년은 바이든이 이 정책에 시동을 거는 원년이 될 것이다. OPEC+의 23개 산유국이 2021년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세계 1,2위의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로선 우선 유가 담합으로 충분한 오일달러를 확보해 미래에 대응하자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일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벌자는 전략이다. 2021년은 석유경제가 붕괴하는 시간이 갈수록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산유국들의 절박한 움직임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일부 산유국은 이미 포스트 석유 정책에 시동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경제에서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 노믹스 구조를 새로 짜면서 새로운 첨단기술과 산업에 투자해 경제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2021년은 코로나19의 붕괴와 세계 경제 재개, 그리고 석유 경제의 몰락, 새로운 미래 경제가 시작되는 복잡한 한 해가 될 것이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1567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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