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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공룡과 완성차업체의 ‘합종연횡’ 속도전] ‘움직이는 스마트폰’ 애플카·바이두차 나온다 

 

전기차 시장 초기 성장 불확실성 해소… 단순 OEM 완성차사 급증 전망도

▎현대차 미래 콘셉트카 ‘케빈’. / 사진:현대자동차
‘굴뚝산업’ 1번지로 불렸던 자동차산업이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부상 속에 이른바 IT 공룡으로 불렸던 글로벌 IT기업들이 완성차업체와 협력에 나서는 등 자동차회사로 전환에 나서면서다. 올해 초 나온 애플과 현대자동차 간 ‘애플카’ 협력설은 시작이었다. 바이두, 소니 등 중국과 일본 IT기업까지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래차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대형 IT기업들은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염두에 두고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당장 애플이 2024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출시 계획을 내고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와 협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선 이미 글로벌 IT기업이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전기차 시장 진출을 이뤘다. 지난 1월 전기차 사업 진출을 밝힌 중국 IT기업 바이두는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차’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도전장 낸 IT기업… 투자·합종연횡 적기


최근 IT기업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1월 11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1’에서 전기차 ‘비전 S(Vision S)’ 시제품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비전 S’는 소니가 지난해 ‘CES 2020’에서 공개한 첫 전기차 모델이다. 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자율주행 전기차 기반 로보택시 상용화를 밝혔고, 중국 인터넷 공룡 알리바바도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설립한 전기차 제조사 ‘즈지차’로 연내 전기차 신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IT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지금이 투자와 합종연횡의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전기차는 오는 2030년 세계 완성차 시장 점유율 약 3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터리 전기차가 2030년까지 세계 시장의 3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 노르웨이에서는 지난해 이미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을 넘어섰다.

2040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60%에 다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2035년 일반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금지한다. 일본도 2030년대 중반까지 순수 내연기관은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 시장 육성에 나섰고, 미국도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테슬라의 성공도 IT 업체들의 자동차 시장 진출 배경으로 꼽힌다. 2003년 설립한 테슬라는 전기차 개발과 생산, 판매를 모두 직접 꾸리면서 2019년까지 8조원 상당의 누적 적자에 시달리다 2년 전 첫 흑자를 냈다.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전동화(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자동차산업 전환 초기의 불확실성이 테슬라의 성공으로 사라졌다”면서 “자본력, 브랜드 인지도, 개발·생산 역량을 갖춘 IT기업들이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단기간 내 시장 진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IT기업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가 자동차보다 전자장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를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전자장비와 안정적인 전력·통신 운영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자동차산업에서 완성차업체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혔던 엔진과 변속기 등 생산 기술도 필요 없다. 이호근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전기차 경쟁력은 자율주행 수준, 전자기기 등 편의사양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성차업체는 일단 IT기업과 합종연횡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래 자동차가 이동 자체는 자율주행 기술에 맡기고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IT기업과 협업이 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LG전자와 손잡고 개인 맞춤형 공간을 강조한 미래 전기차라는 이름의 콘셉트카 ‘캐빈’을 선보였다. 캐빈에는 의류관리기, 신발관리기, 커피머신, 냉장고까지 설치됐다. 현대차는 “캐빈은 고객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줄 공간으로써의 자동차”라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인공지능 부문 대규모 투자를 이뤄온 IT기업이 상당한 자율주행 기술을 갖췄다는 것도 완성차업체에 이익이다. 예컨대 바이두와 지리차가 합작한 바이두차에는 바이두가 2017년 ‘아폴로’라는 이름으로 일궈 온 자율주행 기술이 고스란히 장착될 전망이다. 지리차가 차체 등 자동차 하드웨어를 만들면 IT기업 바이두의 소프트웨어를 얹는 식이다. 실제 바이두는 “축적한 인공지능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완성차업체들은 서둘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빠진 자리에 배터리 등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전기차 효율 등 상품성을 올리고, IT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키우기 때문이다. 앞서 애플이 현대차에 건넨 애플카 협력 제안의 뒤에도 지난해 12월 나온 현대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자리했다는 분석이다. E-GMP는 ‘스케이트보드 구조(배터리를 바닥에 두고 차체를 올리는 구조)’로 생산 효율이 높고 차종 다변화에 유리한 장점을 갖췄다.

플랫폼 경쟁 나선 완성차… ODM 전락 우려도 커져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갖춘 곳은 현대차를 포함 테슬라·GM(BEV)·폴크스바겐(MEB)·도요타(e-TNGA) 등 5곳 정도다. 실제 폴크스바겐은 MEB 플랫폼을 공개한 2019년 독일 전기차 스타트업인 e.GO모바일에 MEB 플랫폼 공급계약을 밝히는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판매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선 전기차 경쟁력이 자율주행, 편의장치 등으로 변하면서 완성차업체 역할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전기차를 만드는 위탁생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G전자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사를 설립한 마그나의 경우 재규어 전기차 I-페이스를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완성차 사업부의 영업 이익률은 2018년 1.1%, 2019년 2.1%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성이 매우 낮다.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향후 완성차업계는 IT기업이 가진 소프트웨어 역량 내재화를 추구하고 IT기업들은 완성차업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할 것”이라며 “협력과 경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70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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