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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 테크&라이프] 피드에서 구독으로! 콘텐트 독립 선언 

 

콘텐트 소비 방식 개인이 택하는 시스템 선호… 뉴스레터 같은 구독 콘텐트 인기 끌어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모습.
모바일 시대 우리들의 디지털 콘텐트 소비를 규정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아마도 ‘피드’(feed)와 ‘타임라인’(timeline), 그리고 알고리즘일 것이다.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끝없이 흘러가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의 콘텐트를 스크롤 하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이다.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이 콘텐트의 흐름이 ‘타임라인’이고, 이 타임라인에 꽂히는 각각의 포스트, 사진, 텍스트와 영상이 피드다. SNS 친구들이 올린 글과 사진은 피드가 되어 나의 타임라인을 채운다.

어떤 피드가 나의 타임라인을 채울지 결정하는 것은 인공지능이다. 나의 친구 관계와 내가 ‘좋아요’를 누른 것들과 내가 즐겨 본 것들을 종합해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법한 것들을 골라내 계속 떠먹여 준다. 그것을 ‘추천’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우리가 그들을 ‘맞춤’ 선택한 것 같았지만, 결국은 그들이 정해준 볼거리를 우리가 받아먹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떠먹여주는 달콤한 콘텐트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우리들의 타임라인을 친구 관계와 추천, 취향을 바탕으로 골라낸 피드로 채워주었다. 그 대신 우리는 우리의 데이터와 시간을 그들에게 바쳤다. 플랫폼 기업들은 큰돈을 벌었고, 우리는 끊김 없는 즐거움과 저마다의 필터 버블을 얻게 되었다.

피드라는 말은 ‘먹이다’라는 그 의미처럼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떠먹여주는 콘텐트를 수동적으로 소비한다고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블로그 인기가 높던 시절 RSS 서비스의 예를 들 수 있다. RSS라는 웹 포맷을 통해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의 새 콘텐트를 자동으로 수집해 RSS 리더 프로그램에서 읽을 수 있는데, 이렇게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업데이트도 피드라고 불렀다.

당시의 피드는 알고리즘이 정해서 보여주는 것들이 아니었다. RSS 리더 서비스는 사용자가 스스로 선택한 웹사이트에서 오는 정보만으로 채워졌다. 내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선택한 정보들이었다.

그러나 블로그와 RSS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의 등장과 정확히 때를 맞추어 힘을 잃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이 골라서 쏴 주는 친구들의 소식은 블로그보다 더 재미있었다. 2000년대 초반이 블로그가 약속한 미래에 들뜬 시기였다면, 최근 10년은 거의 전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떠먹여주는 콘텐트도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콘텐트가 사용자보다 소셜 미디어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알고리즘의 목적은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물고, 그래서 더 많은 광고를 보게 하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더 자극적인 콘텐트, 감정을 소모하게 하는 콘텐트, 생각을 되돌아보게 하는 도전적 콘텐트가 아니라 본래 가진 믿음에 아부하는 콘텐트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구독과 유료화 모델, 뉴스레터 등은 어찌 보면 소셜 미디어 때문에 망가진 우리의 콘텐트 소비 방식을 되살리려는 노력의 여러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유료 구독은 사용자가 필요하다고, 혹은 가치 있다고 느끼는 콘텐트를 스스로 결정하고 직접 대가를 지불하는 모델이다. 나의 시간과 데이터를 알고리즘이 골라준 달콤한 콘텐트와 교환하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대안이다. 관심 있는 블로그를 RSS 리더에 추가하던 시절, 나아가 원하는 신문이나 잡지를 선택해 구독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셈이다.

요즘 콘텐트 분야에서 가장 핫한 분야인 뉴스레터 기반 미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뉴스레터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알고리즘에 기대지 않고 곧바로 독자와 연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이메일은 가장 오래되고 흔해 빠진 소통 수단이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가장 널리, 누구나 쓴다.

오래된 미래, 뉴스레터의 귀환

이 같은 특징은 독자와의 접점을 소셜 미디어에 빼앗긴 미디어나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보고 싶어 하는 독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메신저가 우리의 시간을 점령한 가운데, 구식의 뉴스레터가 다시 조금씩 살아났다. 미국에서는 폴리티코나 악시오스 같은 매체들이 등장, 정치 등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기사 형태와 깊이 있는 뉴스레터를 통해 전달하면서 주목받았다.

처음부터 뉴스레터로 시작한 미디어들도 나타났다. 이메일이라는 특성을 살려 딱딱한 기사체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에게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갔다. 미시간대학교 학생 두 명이 취미로 시작한 경제 분야 뉴스레터 모닝브루는 어려운 경제 뉴스를 친근감 있게 핵심만 짚어 설명해 주어 5년 만에 구독자가 300만명으로 늘었다. 최근 온라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를 운영하는 인사이더에 7500만달러 (약 850억원)에 인수되었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 허브스팟은 모닝 브루의 비슷한 성격의 뉴스레터 ‘허슬’을 2700만달러(약 300억원)에 인수했다. 이 열풍은 국내로도 이어져 밀레니얼을 겨냥한 뉴스레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존 언론들도 뉴스레터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이제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대형 언론사는 주제와 관심사에 따라 수십 개의 뉴스레터를 운영한다.

누구나 뉴스레터를 쉽게 만들고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뉴스레터 플랫폼도 등장했다. 뉴스레터 제작을 위한 편집 도구와 구독자 관리 기능,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서브스택이 대표적이다. 필자는 뉴스레터 유료화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원하는 콘텐트만 일부 공개하는 부분유료화 기능도 있다. 작가는 블로그를 쓰듯 간편히 뉴스레터를 쓰기만 하면 된다. 유료화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수익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 인기 작가와 유력 매체의 기자들이 대거 서브스택에 들어와 1인 미디어로서 독립을 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제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도 뉴스레터와 구독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위터는 얼마 전 서브스택과 비슷한 뉴스레터 플랫폼 레뷰를 인수했다. 트위터는 뉴스레터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이 140자의 한계를 넘어 더 깊이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하고, 반대로 뉴스레터 필자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더 많은 독자를 만나게 해 줄 수 있다. 페이스북 역시 자체 뉴스레터 서비스를 준비 중이란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익 구조를 강화하거나, 경쟁 커뮤니케이션의 등장으로 인한 타격을 흡수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뉴스레터와 구독을 통한 미디어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콘텐트 독립’ 요구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피드에서 구독으로, 남이 먹여주는 것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먹을 것을 찾는 시대로 우리는 다시 돌아가고 있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1573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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