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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대한상의’ 나비효과(2) 지역상의도 세대교체 바람] “추대는 됐고 경선으로 붙자” 50·60대 회장 대거 입성 

 

무보수 명예직 지역상의 회장 선거 변화… 올해 63곳 선거 중 22곳 경선

“합의 추대가 사라졌다.” 지역상공회의소(지역상의) 회장 선거가 달라졌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합의 추대됐던 지역상의 회장 자리가 표 경쟁으로 변했다. 더 많은 돈을 내야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는 상의 선거 특성상 돈 경쟁도 벌어졌다. 지역상의 관계자는 “경제단체 1번지로 꼽혔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정경유착 비리’ 단체로 낙인찍히면서 상의가 정부와 경제계를 잇는 유일한 창구로 올라섰다”면서 “정치·금융권 인맥을 통해 기업 성장 발판을 마련코자하는 지역 기업인들이 지역상의 회장 자리를 노리면서 경쟁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지역상의 회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졌다. 전국 73개 지역상의의 86%인 63곳이 올해 지역상의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하는 데다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는 서울상의 회장에 ‘4대 그룹’ 출신 회장이 처음 수장에 오르면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 지역상의에 따르면 올해 지역상의 회장 선거를 치렀거나 치를 예정인 63곳 지역상의 중 22곳(미결정 13곳 포함)이 추대 대신 경선 표 대결을 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동급 규모 지역상의 회장 선거서 대전·천안 외 모든 지역이 합의 추대를 택했던 것과 대조된다.

주요 지역상의 6곳 중 4곳 경선

2월 1일 서울상의 회장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단독 추대된 후 한달여 만에 치러진 부산상의 회장 선거가 치열했다. 부산상의는 3월 17일 임시의원 총회서 선거를 통한 표 대결로 회장을 뽑았고, 장인화 동일철강 회장이 12표차로 회장에 올랐다. 합의 추대를 전통으로 했던 부산상의가 내부 경선이 아닌 최종 선거에서 표 대결을 펼친 것은 133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당초 부산상의는 합의 추대안에 따라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을 후보로 정했지만, 회장 자리를 노렸던 동일철강 등 기업들이 임시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경선으로 이어졌다.

부산상의 회장 경선 전에는 하루에만 수억원 넘는 돈이 상의로 몰렸다. 회비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투표권에 기반, 1차로 일반·특별의원을 뽑고 2차로 일반·특별의원 안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지역상의 선거 특성상 돈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회비 50만원을 내는 A사는 1표, 회비 500만원을 내는 B사는 10표를 행사할 수 있다. 부산의 한 상공인은 “특정 인사를 당선시키기 위해 일반의원직에 출마한 기업 대표가 적지 않았다”면서 “더 많은 표를 확보하기 위해 회비 2000만원을 한 번에 납부한 곳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산업수도로 불리는 울산의 유일한 종합경제단체인 울산상의 회장 선거에는 최종 3명이 후보로 참여, 이윤철 금양산업개발 대표가 경선 끝에 새 회장에 뽑혔다. 이 대표는 전체 112표 가운데 50표를 얻어 46표를 득표한 박도문 대원에스엔피 대표를 불과 4표차로 따돌렸다. 최해상 대덕씨엔에스 대표는 15표를 얻었다. 울산 내 정밀화학 업체 대표는 “합의 추대를 미덕으로 여기던 울산 상공계에서 상의 회장을 선거로 뽑은 것도 이례적인데 후보가 3명이나 됐다”면서 “여기에 일반·특별의원 등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데에도 사상 첫 투표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인천상의는 2015년 이후 6년 만에 심재선 공성운수 대표와 박정호 브니엘네이처 대표 간 경선 표 대결이 진행됐고, 심재선 대표가 인천상의 회장에 올랐다. 창원상의는 지난해 12월 구자천 신성델타테크 대표와 최재호 무학그룹 회장 간 2파전이 펼쳐졌다. 선거 당일 최 회장이 상공인 간 화합 뜻을 밝히며 사퇴했지만, 사실상의 경선을 치른 셈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회원 수와 회비 규모가 큰 서울·부산·인천·대구·울산·창원 등 6개 주요 지역상의 중 4곳이 경선을 택했다”면서 “지역상의 회장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역상의는 경선 과열에 따른 돈 경쟁으로 법원까지 찾았다. 2월 16일 회장 선거를 치른 전주상의는 연회비 50만원(반기 25만원) 중 25만원을 내면 투표권을 부여했는데 지난해 말 25만원을 납부한 회원이 폭증하면서 회비 대납 의혹이 제기됐다. 임시총회에서 50만원을 내야 투표권을 주도록 정관을 바꾸자, 반대쪽에서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정관 효력을 정지했다. 결국 투표권을 가진 일반·특별 의원 90명 전원이 투표했는데, 2차 결선에서도 윤방섭 삼화건설 대표와 김정태 대림석유 대표가 45표 동률을 기록했다. 결국 연장자 우선 규정으로 윤 대표가 당선됐다.

경선 통해 지역상의 회장 세대교체

합의 추대를 벗어난 경선은 지역상의 회장단 지형까지 바꿔 놓았다. 대한상공와 전국 지역상의에 따르면 3월 25일 현재 회장 선거를 치른 50곳 지역상의 중 30곳 회장이 교체(신임)됐다. 회장이 임기(3년)를 마치고 연임 하던 관행이 많았던 지역상의에서 동시에 많은 회장이 바뀐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70대가 주류를 이뤘던 지역상의 회장들이 대거 퇴진하고 경선을 통해 50·60대 회장들이 선임됐다.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은 1963년생으로 상의 역사상 최연소 회장이 됐다. 부산상의가 추대를 추진했던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보다도 14살 젊다.

지역상의 회장단은 서울상의 회장으로 선임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 개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상의 회장이 전국 73곳 지역상의를 대표하는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태원 신임 회장은 지역상의와 공조에 힘을 싣고 있다. 최 회장은 3월 18일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상견례’를 진행하며 “수도권보다는 지방 경기가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지역경제팀을 신설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함께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78호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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