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공직자 재산 공개 분석 | 부동산(1)] 文정부도 못 꺾은 고위공직자 ‘강남불패’ 

 

실거주 빼고 처분 방침에도 강남집 남기고 땅도 사고 다주택 유지

▎한남동 주택가 너머로 보이는 잠원동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 사진:전민규 기자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규모는 국민의 눈높이 이상이었다. 지난해 정부 고위공직자는 1인당 13억원 상당의 부동산 재산을 보유했다. 이들의 부동산 재산은 집값 상승에 힘입어 2019년보다 6300만원이나 증가했다. 내 집 없이 전세 주택에 사는 고위공직자보다 주택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가 두 배로 많았다. 특히 일부 고위공직자는 “실거주 주택 1채를 뺀 나머지는 처분하라”는 정부의 압박에 서울 강남 3구 고가 주택을 선택하는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전선(戰線)을 비껴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수도권 땅을 새로 매입한 공직자도 있었다.

文정부 덕?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급증



[이코노미스트]가 ‘2021년 공직자 재산변동사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그리고 18부 17청 5처 정부부처 소속 고위공직자(광역지방자치단체장 15명 포함, 국립대학 제외) 683명은 총 8760억원 상당 부동산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가 보유 건물 중 장부가액이 가장 큰 재산인 정부세종청사 1단계(4400억원)의 2개에 맞먹는 규모다. 시세로 환산하면 금액은 더욱 커진다. 자료는 지난해 말 기준 가족명의로 신고한 본인과 배우자, 부·모 등 직계가족 소유 재산(신고 기준)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1인당 평균 12억8258만원 어치의 토지·건물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12억1973만원이었던 전년보다 6285만원 늘었다.

전체 고위공직자의 63%(약 433명)가 지난해 부동산 재산 증가를 신고했다. 전년 대비 부동산 재산이 같거나 줄었다고 신고한 정부 고위공직자는 250명에 그쳤다. 무엇보다 지난해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증가 규모는 약 893억원에 이른다. 이는 줄었다고 응답한 고위공직자들의 감소 규모(463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아파트 등 주택을 포함한 건물 재산가치가 전년 대비 13.8%(534억원) 증가해서다. 한 예로 나영돈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현 한국고용정보원장)은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 대지에 복합건물을 신축, 22억원 넘는 재산 증가를 보였다.

특히 정부 고위공직자 대부분은 ‘내 집’에 살았다. 267명 고위공직자가 전세살이를 밝혔지만, 198명은 주택을 소유한 채 전세를 얻었다. 이에 따라 무주택 전세는 69명에 머물렀다. 오히려 683명 중 134명(20%)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 아파트·다세대주택·연립주택·단독주택·오피스텔 등을 집계한 수치로 주택 3채 이상을 가진 고위공직자도 21명이나 됐다. 정경득 해양수산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감사위원장은 주택 6채를 신고했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실거주 목적 1채를 빼곤 처분하라” 밝힌 정부 메시지와 대조된다.


고위공직자들의 ‘강남 사랑’은 대단했다. 정부 방침에도 주택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 고위공직자 134명이 보유한 전체 302채(평균 2.3채) 중 57채가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구에 소재했다. 고위공직자 5명 중 1명이 다주택자인데다 이들이 가진 주택 5채 중 1채가 강남 3구에 있는 셈이다. 정부의 압박을 못 이긴 일부 고위공직자마저 강남만큼은 남겼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를 그대로 보유한 채 세종시 주택을 처분, 세종시 전세를 택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세종시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남겼다.

땅 사랑도 여전했다. 1인당 토지 재산이 전년 2억7031만원에서 지난해 2억3977만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절반이 넘는 343명이 부동산 재산 중 토지가 있다고 신고했다. 주택 등 건물 없이 토지 재산만 보유한 고위공직자도 3명이었다. 지난해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남양주시 토지를 새로 매입하기도 했다. 3기 신도시 편입 토지를 보유한 고위 공직자도 있었다. 박성재 이북5도청 황해도지사(광명),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남양주),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하남) 등이다. 다만 상속받았거나 수십 년 전에 매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도 제작 : 신수민 인턴기자
6억원에 신고한 아파트, 실거래가는 14억원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공직자가 아파트 가치를 10억원 이하로 신고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변 장관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전용면적 129.73㎡)를 지난해 공시가격(6억5300만원)에 따라 6억53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동일 아파트 유사 면적(105.74㎡)의 실거래가는 지난 1월 14억8000만원(5층)이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공직자들이 밝힌 부동산 재산은 대부분 공시가격이어서 현재 가치를 반영하지 않아 실제 재산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80호 (2021.04.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