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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 공개 분석 | 부동산(3)] “집값 안정” 대통령, 귓등으로 흘린 고위공직자들은? 

 

장관·법제처장·발전소사장 등 분양권·주택 매입하며 다주택자 길 선택

▎지난해 7월 경실련 활동가들이 민주당 다주택자 의원들의 주택 처분을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던 지난해, 고위공직자 가운데 22명은 새로 집이나 상가 등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공직자 가운데서도 일부는 청와대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오피스텔 등 다주택 보유자는 134명.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상황에서 새 집을 사 다주택자가 되거나, 이미 여러 상가 등을 소유했으면서도 또 다른 주택이나 분양권을 매입한 사람은 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중앙정부 부처 소속 고위공직자는 총 683명. 다주택자와 신규 주택·상가 매입자 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고위공직자 본인과 배우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고위공직자의 부모나 자녀가 보유한 건물 등은 결과에서 배제했다.

이재일 중소벤처기업부 (재)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와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에 본인 소유 아파트가 있는데도 배우자가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에 아파트 분양권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권을 1주택으로 계산하면 이재일 센터장은 사실상 3주택을 보유한 셈이다. 지난해까지는 1가구 1주택자가 분양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택 양도가 예정돼 있으면 사실상 1주택자로 간주했다. 하지만 이 센터장의 경우 이미 다주택자여서 특례 대상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마저 대통령의 부동산 안정화 약속을 믿지 못한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2019년 이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좀 장담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듬해 8월에는 “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집값 안정화를 자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은 분양권 등으로 재산을 불린 것이다.


분양권 투자 전문 고위공직자… 수억원 시세 차익도

새로 집을 산 것은 아니지만, 분양권 투자로 높은 수익을 얻은 공직자도 있었다. 이강섭 법제처 처장은 분양권을 통해 지난해 얻은 수익이 5억원을 웃돌았다. 이 법제처장의 배우자가 소유했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상가는 지난해 재건축이 완료되면서 5억9900만원이던 분양권이 11억1200만원으로 뛰었다. 같은 해 이 법제처장의 배우자는 보유하고 있던 서울시 강남구 개포 1동 주공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분양권을 받았는데, 이를 통한 시세차익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한 분양권 가격은 12억6900만원, 하지만 이 분양권의 현재 호가는 52억~6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들에게는 주택 구입을 미루라고 하는 와중에도 고위공직자들은 다주택자가 되기를 우습게 여긴 것 아니냐”며 “앞으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국민들이 선뜻 따라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80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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