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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강해진 K바이오, 해외 개척 나섰다] 법인설립·M&A·기술수출·나스닥상장 등 다양 

 

“최근 5년간 좋은 성과로 기회 늘고 생태계 구축” 평가

▎인천 송도자유경제구역에 위치한 셀트리온 2공장. /사진:셀트리온
K바이오가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케이팝이 차별화된 전략, 완성도 높은 음악 등으로 현지 팬들을 사로잡은 것처럼 K바이오 역시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전략적 접근이 한창이다. 현지법인 설립, M&A(기업인수합병), 글로벌 기술수출(라이센싱 아웃), 나스닥 상장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 중이다.

현지법인 설립으로 시장 공략, R&D 박차


▎SK가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CMO 전문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 사진:SK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K바이오의 글로벌 입지를 다진 대표적인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더욱 힘쓰고 있다.

우선 셀트리온은 최근 중국법인에 사장급 대표이사를 파견해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던 중국 진출에 재시동을 걸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달 31일 중국법인에 윤정원 사장과 오명근 사장을 대표이사로 파견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이날 중국 사업 방향 변화에 따라 존속 필요가 없어진 셀트리온 홍콩의 자회사 브이셀헬스케어를 청산한다고 밝혔다. 대신 지난해 셀트리온이 밝힌 베이성과 우한시의 지원 아래 현지 법인을 세우고 중국 내 최대 규모인 12만 리터(L)급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현재는 홀딩상태인데, 코로나가 진정되면 중국 사업을 끌고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실제 중국사업을 하게 되는 부서는 중국법인을 따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법인에) 사장을 두 명이나 배치한 것은 그만큼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단일 국가로 치면 미국 다음으로 총 규모가 큰 시장이다. 셀트리온은 추후 중국 내 공장을 설립하고, 셀트리온의 주력 상품을 중국 내수용 의약품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법인을 확대하고, 기존 항체 의약품 중심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세포·유전자 치료제, 백신 등 신약 부문으로 넓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3월 19일 인천글로벌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1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활동 거점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R&D(연구개발) 법인에 이어 유럽, 중국 등 해외 주요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항체 의약품 중심의 CDMO 사업 영역도 세포·유전자 치료제, 백신 등 신약 부문으로 넓혀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최대 생산 CMO에 만족하지 않고 위탁연구(CRO)-위탁개발(CDO)-위탁생산(CMO)에 이르는 ‘엔드투엔드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대표 바이오클러스터인 샌프란시스코에 CDO R&D 센터를 개소했다. 잠재 고객이 밀집해 있는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에서 CDO 수주를 따내 CMO 계약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샌프란시스코 CDO R&D센터에는 인천 송도 본사의 최신 CDO 서비스 플랫폼이 그대로 구축됐다.

SK는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CMO 전문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하면서 바이오 CMO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SK는 지난달 말 자회사이자 미국 새크라멘토에 설립한 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통해 이포스케시 지분 70%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SK는 이번 인수로 기존 합성화학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확대하게 되면서 CMO 전 분야의 밸류체인을 구축 할 수 있게 됐다. SK는 바이오의약품 중 가장 혁신 분야로 평가되는 유전자 세포 치료제 사업을 미국과 아시아로도 확대, 육성할 중장기 계획을 하고 있다. SK팜테코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유해 이포스케시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여 대량 생산을 통해 환자의 유전자 세포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M&A 추진,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글로벌 확대 노려

공격적인 M&A도 긍정적이다. M&A, 기술이전 등의 가속화를 통해 성장하는 것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전략이다. 앞서 SK는 이번 이포스케시 인수 외에도 2017년 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AMPAC)을 잇따라 인수하며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공격적으로 넓혀왔다. SK 관계자는 “바이오 CMO 사업은 (저희가) 대규모 투자나 그런 전략보다는 기술력이 중요하고 연구 인력의 전문성과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기본 지분투자 통해서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인수, 저희 자산으로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전략도 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나스닥 상장 추진은 미 증시 입성으로 기업가치 상승과 다국적 제약사 등과 네크워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현지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스닥 상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CM생명과학과 제넥신은 미국 현지에 합작벤처 코이뮨을 설립,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GC녹십자랩셀의 미국 관계사 아티바도 나스닥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살해(NK)세포치료제 기술을 빅파마(MSD)에 2조원 규모로 기술수출로 나스닥 상장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로킷헬스케어, 엘앤케이바이오 등 10여 개 제약·바이오 업체가 직간접적으로 나스닥 행을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상장사 경영권 확보, 나스닥 상장사 인수, 현지 자회사를 통한 상장 등 다양한 전략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은 내수가 작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으로 가야 한다”며 “전에는 바이오의 기술이나 성과가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5년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기회나 생태계가 많이 구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딜로이트, 이밸류에이트 파마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개발 투자를 기반으로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오는 2025년 5120억 달러 규모로 고성장이 전망된다.

-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1580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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