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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비전 ‘마스터 플랜(Master Plan)’잘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만든 회사가 아니다. 텍스트론 엔지니어 출신 마크 타프닝과 마틴 에버허드, 두 사람이 만나 스타트업으로 만든 회사였고 일론 머스크는 투자자였다.그러나 테슬라 첫 차인 ‘로드스터’를 만든 이들은 역사의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사라졌고,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대명사처럼 됐다. 마크와 마틴이 만든 초기 로드스터 모델이 전기차로서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으로 소수의 할리우드 부호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에 더 열광한 것은 일론 머스크가 만든 독특한 비전에 있었다.투자자이자 이사회 의장이었던 일론 머스크는 2006년 ‘비밀스러운 테슬라 모터스 마스터 플랜(Secret Tesla Motors Master Plan)’이라는 것을 웹사이트에 공유한다.이 플랜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테슬라 모터스의 전반적 목표는 인류가 화석 연료 기반의 수탈경제에서 태양 전기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는 인류 미래를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이 녹아 있는 강력한 메시지였다.스티브 잡스가 인간 중심적 사용자 경험을 추구했다면 일론 머스크는 생태 중심적 사용자 경험을 추구했다. 이러한 비전은 테슬라의 전기차는 물론, 일론 머스크가 만든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 이유가 됐다.다른 자동차 브랜드들이 단지 매년 전년보다 나은 차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을 때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비전은 2016년 ‘마스터 플랜 파트 투(Master Plan Part Deux)’로 업데이트되면서 좀 더 구체화한 전략으로 발전한다. 이 플랜의 마지막 부분에 정리된 것을 보면 이렇다.‘균일하게 통합된 배터리 저장능력을 가지는 놀라운 태양열 지붕을 만든다. 전기차 라인업을 모든 세그먼트로 확대한다. 대규모 플릿 러닝을 통해 수동운전보다 10배 안전한 자율주행 기능을 개발한다. 고객이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돈을 벌게 해준다.’화석연료를 벗어난 태양전기 경제를 만들기 위한 거대한 그림과 전기 자동차 사업, 그리고 자율주행이 만들어 내는 자동차 공유 경제시스템으로 전기 자동차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이 같은 비전을 세상과 공유하는 것은 브랜드의 미션과 자기다움을 공유하는 것과 같다. 또 브랜드에 대한 관여도를 높이면서 사람들이 브랜드를 지속해서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테슬라의 브랜드 성공 전략은 일론 머스크의 생태적 철학에 기반을 둔 비전에서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 제안을 제품에 바로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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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브랜드 빌더’, 일론 머스크테슬라 마케팅 전략은 전통적 자동차 메이커들과 완전히 다르다. 절대 돈을 지불하는 광고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의 룰이다. 맥도널드의 CMO(최고 마케팅책임자)를 역임한 래리 라이트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바에 따르면, 테슬라 대주주 중 한 사람이 일론 머스크에게 ‘광고에 대한 폄하를 그만하고 대당 50불 정도의 광고비를 쓰는 게 어떻냐’고 제안하자 머스크는 “리더는 회사의 돈을 지속적인 제품개선에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답했다.머스크의 행보를 보면 광고 전체를 헐뜯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광고 방식을 폄하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타고난 광고쟁이다. 그 스스로가 걸어다니는 광고이자, 걸어다니는 뉴스 생산자이기도 하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또 머스크는 테슬라의 모든 활동을 언론이 원하는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테슬라 브랜드를 일론 머스크의 퍼스널 브랜딩 산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그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라는 스토리를 자처하기도 하고, 화성에 민간인을 보내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스페이스X의 설립 스토리를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의 모든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지속 가능한 전기 자동차 생태계를 만들어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내놓는가 하면 거대한 규모의 땅에 사람이 거의 없는 로봇만으로 생산되는 기가 팩토리에 대한 계획을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머스크가 말하는 셀 수 없는 테슬라의 전략과 혁신들에 대해 전 세계 매스컴과 SNS의 눈과 귀가 집중한다.실제 2018년 스페이스X가 화성에 쏘아 올린 팰콘 헤비로켓의 탑재체는 테슬라의 로드스터였다. 나사(NASA) 돈으로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면서, 자사 제품이 우주공간에 떠 있는 모습을 전 세계에 중계한 아이디어는 인류 역사상 어떤 TV 광고보다도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사실상 일론 머스크가 만들고, 실행하는 테슬라 브랜딩의 핵심에는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더 크고 원대한 혁신에 대해서도 세상은 그것이 ‘팥으로 쑨 메주’라 해도 믿는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통해 몽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그의 일관성과 용기를 보았기 때문이다.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혁신, 태양광 발전을 통해 인류를 화석연료가 만드는 수탈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로 이끌겠다는 혁신, 하이퍼루프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LA를 42분 만에 이동시키겠다는 혁신. 결국 테슬라의 광고비 ‘0’의 비결은 그 모든 혁신에 대한 약속이 어떤 광고보다 설득력 있는 인류의 미래라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일 것이다.
※ 필자는 제일기획과 공기업에서 30년간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제일기획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미주총괄 임원을 역임했고 이후 공기업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공공부문에 민간의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접목시키는데 기여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