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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게임산업…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과거 인기 IP에 연연해 신 개발 더디고... 확률형 아이템으로 유저와 신뢰 깨지고

▎넥슨은 4월 12일 온라인으로 '메이플스토리' 유저 간담회를 개최했다. / 사진:넥슨
국내 게임산업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는 신규 지적재산권(IP) 발굴 실패와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인한 유저와의 갈등, 밖으로는 중국의 거센 공세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산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이제부터라도 신규 IP 발굴 및 유저와의 신뢰 회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17조93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직전 연도보다 9.2% 가량 성장한 규모다. 한콘진은 올해 게임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7.4% 증가한 18조2683억원, 2022년에는 9% 증가한 19조9125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게임산업의 외형은 계속해서 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게임사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소위 ‘게임 빅3’로 불리는 업체들이 거둔 매출은 8조원을 넘어선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3조1306억원을 기록, 한국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2조4162억원을 달성해 창사 이래 첫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넷마블도 매출 2조4848억원을 기록,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게임 유저들의 게임 이용 시간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빅3 매출이 전체 시장 절반 차지… 심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문제는 지난해 전체 매출 17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8조원이 단 3개 게임사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크래프톤(1조6704억원), 스마일게이트(1조73억원), 더불유게임즈(6578억원), 컴투스(5089억원), 카카오게임즈(4955억원), 펄어비스(4888억원), 웹젠(2940억원) 등 중대형 게임사들의 매출을 더하면 13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사실상 국내 게임 산업 매출의 70% 이상이 소수의 중대형 게임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소 게임사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빠듯한 예산 속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보통 하나의 게임에 사활을 거는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 개발 일정 지연은 회사 존폐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콘진에서 게임업계 종사자 1409명을 조사해 발표한 ‘2020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게임업계 종사자 중 상당수가 ‘대기업 플랫폼의 독과점 등 산업 양극화와 중소 개발사의 쇠퇴’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은 개발 인원도 많고 재택근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개발 일정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소 게임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개발 일정이 지연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게임업계 양극화가 더 고착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대형 게임사들도 고민은 있다. 미래 매출을 책임질 신규 지적재산권(IP)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게임 중 상당수는 과거 인기 IP를 재탕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리니지M’, ‘리니지2M’, ‘바람의나라:연’, ‘R2M’ 등은 모두 과거 인기 PC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과거 IP를 재활용하면서 신규 IP에 대한 도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사들은 더이상 게임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게임 업계 맏형으로 손꼽히는 넥슨은 다른 게임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신규 IP를 꾸준히 출시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존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들을 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신규 IP 활용 게임들이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넥슨의 모바일게임 ‘듀랑고’는 201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참신함과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간 시스템과 초반 버그 등으로 유저 이탈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지난 2019년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특히 넥슨은 계속되는 신작 실패로 신규 프로젝트를 10개 이상 대거 정리하기도 했다. 이후 넥슨은 ‘바람의나라:연’ ,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기존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대형게임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유저들은 신규 IP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찾아보면 신규 게임을 정말 많이 출시했다. 신규 IP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 기존 인기 IP를 찾을 수밖에 없다.”

유저와 신뢰 깨진 게임사… "여전히 진정성 느껴지지 않아"

최근 발생한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도 게임사에게 큰 고민거리다. 해당 논란으로 인해 게임사와 유저간 신뢰가 사실상 깨졌기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금액(현금 혹은 금전대체물인 게임머니 포함)을 지불해 구매하지만 구체적인 아이템의 종류나 그 효과와 성능 등은 소비자가 개봉 또는 사용할 때 우연적 요소(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상품을 말한다.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일본식 표현인 ‘가챠’로 널리 알려져 있다.

넥슨 ‘마비노기 세공 아이템 확률 논란’, ‘메이플스토리 환생의 불꽃 아이템 추가 옵션 확률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넥슨은 대규모 유저 간담회를 개최해 해당 사안에 대한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논란이 된 근본적인 원인은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개된 확률 정보도 유저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결국 유저들은 트럭에 전광판을 달아 게임사를 비판하는 ‘트럭 시위’ 등을 통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도 최근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롤백’ 사태로 유저들이 불매 운동에 나선 상태다. 엔씨는 문양 시스템에 들어가는 과금을 낮추고자 저장·복구 기능을 추가했으나 이후, 기존 유저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돌연 업데이트를 취소했다.

문제는 업데이트 직후 많은 유저가 문양 시스템에 과금했고 해당 업데이트가 취소되면서 피해를 보았다는 점이다. 이후 유저들은 문양 시스템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 ‘현금’ 환불을 요구했으나 엔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 운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게임사들이 사과문을 올리고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사실상 보여주기식이다. 유저들이 그동안 투자한 시간·현금이 아까워 쉽게 떠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위 학회장은 신규 IP 개발과 관련해서는 “신규 IP 개발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형 게임사들은 이번 코로나19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며 “돈을 많이 번 지금 게임에 재투자해야만 한다.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서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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