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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부동산 투자에도 ESG가 지표 된다 

 

친환경 중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목표 수익과 지속가능 경영을 고려해야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주택들이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쿨루프 조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옥상을 녹색에서 흰색으로 바꾸고 있다. 햇빛과 태양열 반사에 효과가 있는 흰색 페인트를 칠해 지붕의 열기를 떨어트릴 수 있어서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5년 동안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태풍, 폭우 등 극심한 기후변화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한 해였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각국 정부는 이러한 친환경에 역행하는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의 수익률과 함께 환경 지속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로 불리는 ESG 목표를 함께 충족할 수 있는 투자를 적극 검토하게 됐다. 기업이 어떤 투자를 결정할 때 재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한다는 것이다.

ESG 투자라는 용어는 2004년 UN Global Compact가 발표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ESG는 아직은 생소한 단어다. 해외 부동산시장에서 도입됐던 ESG 투자가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책임투자라고도 불리는 ESG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부동산 책임투자 프로그램으로 실제 수행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ESG 경영·평가 활용 시작


UNEP FI는 2006년 부동산 책임투자 원칙 발표 후 PWG(Property Working Group)라는 조직을 신설하게 됐다. 아마도 ESG 이슈에 있어서 부동산 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과거의 ESG 투자의 대부분은 전통자산이라 불리는 주식·채권 등이었고 부동산에 적용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기후변화 같은 세계적 이슈 때문에 부동산에도 적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도입된 ESG와 관련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해외부동산 시장에서는 미국의 선도적 역할이 두드러진다. 미국 정부는 공공 외에도 민간기업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그 예로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환경을 중요시하는 정책들을 구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요 도시의 단체장은 에너지 효율과 관련된 정책을 인센티브와 연관시키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미국 리츠(REITs)의 경우 환경 지속성과 관련해 에너지 효율성, 탄소 배출량 감소 등의 평가 지표를 마련했다. 또한 사회적 책임으로는 지역사회의 참여, 윤리 의식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위험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부동산 유형별로 평가된 지표는 다수의 실행결과와 통합돼 벤치마킹 사례로 전파되기도 한다.

미국 시장에서 ESG 경영과 관련된 투자가 확대되는 주된 이유는 투자 기업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여론에 따른 신뢰 상실로 발생하는 이미지 평판 위험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이외에도 세계적으로도 연기금은 부동산 투자 시 ESG 경영에 의거한 투자 판단을 중요시 하고 있다. 주로 에너지와 관련된 사항으로 구성돼 있어 한계성을 지적 받기도 하나,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므로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ESG경영은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도 점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국내 부동산 투자시장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연금공단은 2019년 11월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ESG 경영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감안한 책임투자를 활성화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 물론 국내외 여건 등을 감안해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분야에 적용 가능성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도입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들이 ESG 경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약 4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기 위한 혁신과제추진위원회를 설립했고 3대 영역에 대한 12개 혁신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운용중인 오피스에 대한 장기 에너지 관련 목표를 설정해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사용 등 친환경 관련 문제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피스가 아닌 물류센터에서도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대형 물류센터의 투자와 운용을 수행하는 캔달스퀘어자산운용은 물류시설 구축부터 기획·시행 단계까지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이 운용하는 부천로지스틱스파크는 아시아태평양 최초로 환경분야의 국제공인기관인 IWBI로부터 엄격한 심사를 통해 Well Gold 등급을 인증 받았다.

부동산투자자에게도 필수불가결 지표로 작용해

2020년은 부동산투자자들에게 ESG 경영이라는 큰 숙제를 준 해다. 건설업에서 시작된 친환경 사업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사업, 스마트빌딩 관리, 전기차 충전소 설치 등이 부동산시장에까지 들어온 결과다.

아직은 국내에서 부동산투자 시 ESG경영을 고려하는 것은 흔하지 않지만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기관과 기업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자산 유형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측정 지표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또한 이런 측정 지표를 가지고 부동산의 가치를 산정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고 학습효과도 없어 실패를 반복하는 사례도 나타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ESG경영이 단기적인 이벤트에 불과하고 과연 부동산 가치를 산정하는데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이유는 아직 국내에서 많은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려면 ESG 선진국들의 동향을 통해 충분히 선행학습을 하면서 관련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이와 함께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ESG 경영은 부동산투자자들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이는 분명 국내 부동산시장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의 컨설팅 팀장이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미국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SIOR) 자격을 갖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수행하고 행복건축학교에서 예비건축주 강의를 하고 있다.

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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