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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지방분권형 개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듣는다] 다시 그리는 대한민국 

‘지방정부’ 시대가 본격 도래한다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권력구조와 함께 개헌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연방제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의 모습은?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7개 광역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줄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지사,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7월 17일 제헌절 이후 정치권은 개헌을 위한 협상, 길고 지루한 마라톤 코스를 뛰게 됐다. 스타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끊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내년 6월 개헌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시간 스케줄이다. 대통령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을 때 이뤄지는 개헌이다. 문 대통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개헌 정국을 주도할 여력이 클 것이다. 임기 중·후반에 개헌이 이뤄지면 급격하게 레임덕에 봉착할 가능성이 생긴다. 역대 대통령이 개헌을 ‘블랙홀’로 여기며 꺼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개헌의 핫이슈는 세 가지. 기본권과 지방 분권, 정부 형태(권력 구조)다.

기본권 분야에선 여야의 이견이 크지 않다. 환경권과 생명권, 정보 접근권 등 새 시대의 조류를 반영하는 기본권 조항이다. 정치적 역학관계보다 전문가의 영역에서 국민의 달라진 생활과 새로운 법 감정을 수렴하면 된다.

지방분권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번 개헌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다. 권력 구조와 정부 형태 영역처럼 정파의 이해가 직접 걸려 있진 않다. 그러나 국가 전체를 새로 디자인하는 의미에서 그 파급력은 막대하다. 이와 관련해 이주영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은 “자치입법, 자치재정, 자치조직권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치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 분권 분야의 개헌이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문 대통령의 파격 선언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월 14일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강력한 지방분권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던 터다. 이번 선언에 ‘제2 국무회의의 헌법적 근거’를 포함시켰다. 의지가 확고한 것이 분명하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방정부 구상은?


▎지난 1월 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개헌특위 첫 회의. 왼쪽부터 이인영 민주당 간사, 김동철 국민의당 간사, 홍일표 개혁보수신당(당시) 간사, 이주영 위원장. / 사진:강정현
원래 대폭 강화된 지방 분권 공약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원조다. 안 지사는 문 대통령의 선언에 꼭 1주일 만에 화답했다. 6월 21일 시·도 통폐합을 통한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지방정부를 제안했다. 안 지사의 제안은 대전+충남+충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전북을 각각 하나로 합치고, 제주와 강원도는 현재대로 두자는 게 요지다. 1단계로 이렇게 지자체의 덩치를 키워 명실상부한 지방정부 위상을 만든다. 이후 중앙정부에서 외교·국방 등을 제외한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넘기자는 것이다. 안 지사의 지방정부 안은 공항과 항만 등을 독자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규모다. 안 지사는 500만 명 정도의 규모라면 신뢰도가 높아져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 대폭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월간중앙의 인터뷰에 응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방이 중앙정부에 필적하는 국가경영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기도만 봐도 인구가 1300만 명, 예산 규모는 21조원으로 말레이시아 수준의 국가 단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남 지사의 인식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중앙정부가 우왕좌왕할 때 경기·서울·충청 등의 지자체가 사태 해결을 주도했던 것을 그는 상징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방자치의 전면적 확대를 오랫동안 부르짖은 자치주의자다. 그는 “3단계 행정체계를 2단계로 바꿔야 하며, 광역지자체 특히 도는 몇 개의 주(州)로 분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초와 광역 단체를 50∼60개로 통폐합된 새로운 지방정부 단위로 만들자는 것이 이 시장의 아이디어다. 지금의 기초단체와 광역단체 중간 사이즈의 여러 주를 만들고 그 주에 대폭적인 권한을 이양하자는 것이다.

국회 개헌특위는 국민을 상대로 개헌 홍보를 시작했다. 우선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국회방송을 통해 5부작 특집토론 <개헌이 미래다>를 방영하기로 했다. 국가원로 및 각계 전문가가 모여 개헌의 필요성, 정부 형태, 기본권, 지방 분권 등 개헌 주요 분야에 대해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8월 말에서 9월 말 사이에는 부산·광주·대구·대전 등을 순회하는 국민대토론회를 11차례 진행하기로 했다. 이어 국민개헌 자유발언대를 국회 안팎에 설치·운영하고, 온라인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는 홈페이지도 개설하기로 했다.

행정수도 전면 이전, 개헌 통해 현실 되나?


▎세종시가 행정수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사진은 세종시 호수공원에서 정부세종청사 쪽을 바라본 야경. /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분권’이 시대의 정신처럼 작동하고 있지만 권력 구조 개헌 영역에서도 ‘분권형 대통령제’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에 의견을 모은 상태다. 직선으로 뽑는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 등 외치를 맡고, 총리(다수당 대표)가 내치를 담당하는 정부 형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 이주영 위원장은 “정부 형태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게 쉽지 않겠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국회 개헌 정족수(200명)도 채우는 등 동력은 확보된 상태”라며 “내년 2월 말까지 단일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제도는 부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재정과 사무의 이양을 추진해왔지만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 2로 ‘2할 자치’ 수준이다.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도 72대 28로 3할에 미치지 못한다.

남경필 지사, 이재명 시장은 똑같은 목소리로 “정부가 자치단체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국가 정책의 집행기관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사무를 기계적으로 대행하는 ‘청부업자’로 전락했다고 자조했다. 남 지사 역시 “중앙정부는 늘 어린아이 대하듯 지방을 상대했다”며 자괴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자체들이 중앙정부가 짜놓은 틀에 꼼짝없이 갇혔고, 그 안에서 지역의 경제 구조나 특성을 고려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두 단체장의 고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 균형발전도 구두선이 됐다. 날로 비대해진 수도권은 ‘고도(高度) 비만’으로 기능 장애를 겪고 있다. 그래서 이번 개헌 논의에선 행정수도 이전이 주요 의제로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청와대 5당 원내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국민이 동의하면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이전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행정수도 이전을 줄기차게 외쳐온 남경필 지사도 물 만난 고기다. “지방 분권 항목과 함께 행정수도를 헌법전문이나 총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201708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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