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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인국공 사태’가 들춰낸 정규직 전환의 민낯 

직(直)고용 아닌 자회사 선호··· 고용 안정도, 처우 개선도 다 놓쳐 

정규직 전환 이후의 플랜이나 정책 설계 미흡하다는 비판론
여권 일각 “비정규직 필요성 인정하고 처우 개선 논의할 때”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원들이 6월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공공부문부터 모범사용자가 돼야 하고, 공공부문부터 먼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근로자와의 대화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이 인국공을 첫 외부 일정 장소로 택한 이유는 비정규직 비율 때문이다. 인천공항 직원 중 비정규직 규모(2017년 기준 9700여 명, 87%)는 정규직(1400여 명, 13%)을 압도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인국공 사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전 협의회에서 합의한 직접고용 대상자(241명, 소방대원·야생동물 퇴치요원 등)를 보안검색요원 1902명까지 확대한 것에서 촉발됐다. 당초 노·사·전 협의회는 올 2월 직고용 241명을 제외한 나머지 비정규직 9544명은 별도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런데 올 6월 인국공 사측은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추가로 직고용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이에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사측이 241명만 직고용하기로 한 노·사·전 협의회 합의 내용을 아무런 협의도 없이 뒤집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국공 비정규직의 경우 지난 연말 사실상 대다수 인원이 자회사 정규직으로 가는 것으로 정리된 문제인데 갑자기 직고용 인원이 확대돼 발표됐다”며 “직고용 확대를 바라는 상급 노동단체와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정부는 2017년 7월부터 시작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성과를 남겼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변화로는 고용 안정과 개선된 처우 개선을 꼽는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정책 취지와 다르게 ‘자회사 설립’을 난립하며 ‘반쪽짜리’ 정규직이라는 비난이 따랐다.

공공기관 자회사 전환율 67%… 전체 공공부문의 3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약속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올 초 발표된 정규직 전환 추진실적을 보면 2019년 말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19만300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목표치의 90%가량을 달성한 셈이다. 전환 방식을 보면 직접고용(13만1988명)이 전체 전환 규모의 75.9%를 차지했다. 자회사 전환은 4만978명으로 23.6%였다.

기관별로 따져보면 내용은 달라진다. 중앙부처(49개)·자치단체(245개)·교육기관(76개) 등에서 전환한 인원은 약 4만 명. 이들은 모두 직접고용 방식을 거쳐 비정규직 신분을 벗어났다. 문제는 334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이었다. 공공기관이 전환을 결정한 인원은 약 6만 명이다. 이 가운데 직접고용은 1만9312명이다. 자회사 전환은 4만397명이다. 전체 공공부문 자회사 전환 인원이 4만978명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자회사 전환은 공공기관에서 이뤄진 셈이다. 공공기관의 자회사 전환 비율도 67%에 달한다. 전체 공공부문에서의 자회사 전환 비율은 23.6%다.

유독 공공기관의 자회사 전환 비율이 다른 공공부문보다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지난해 노동부 관계자, 전문가가 참여한 정규직 전환 정책 관련 포럼을 5차례 개최했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은 지난해 연말 노동부 장관에게 보고서 형태로 제출됐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자회사 설립 추진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용역회사의 규모가 공공기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경우이거나, 공공기관 내 정규직의 반발이 작지 않은 경우였다. 다른 하나는 경영진 역시 직접고용보다 자회사 방식이 관리와 비용 측면에서 기관의 부담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회사 방식을 통한 정규직화는 공공기관 정규직 노사의 입장이 강하게 개입돼 결정된 것이었다.”

자회사 방식을 통해 전환할 경우 별도 기준으로 채용·인사관리를 하고, 모회사(공공기관)의 결정에 따라 예산 역시 통제할 수 있다. 경영상의 용이함과 함께 기존 모회사 정규직과의 갈등 소지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회사 방식을 택하는 경우 사실상의 용역계약 형태 운영을 지양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 및 전문적 업무수행 조직으로 실질적 기능을 하도록 경영·인사관리 체계를 설계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한마디로 기존의 원·하청 관계에서 벗어나 자회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의 바람대로 자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계는 그간의 자회사 지배구조 및 운영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이유로 자회사 전환 방식을 반대해왔다. 공공부문의 자회사가 용역회사처럼 운영되거나 모회사의 비용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 지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수익이 되지 않는 혹은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은 일단 자회사에서 시작하게 만든다. 사업 성과가 시원치 않으면 그대로 자회사의 실적에 반영되고 이는 경영평가에도 그림자를 드리워 성과급에서도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괜찮은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 어느샌가 모회사가 다시 사업을 가져가버린다.”

정규직 전환, 경영평가 항목 포함… 성과급으로 달래기?


특히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신설되는 자회사들은 상당수 모 회사의 청소, 경비, 시설 관리 등의 사업을 맡게 된다. 서 지부장은 “독자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모회사와의 계약에만 기댈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모회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개최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토론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흥준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점, 지속가능성에 대한 한계, 불공정한 계약 등 자회사 운영 실태에 대해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자회사의 부실 운영이 확대될 경우 노사관계가 불안해지고 정규직화 정책 추진에 부정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가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바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누가 실질적인 사용자인가’라는 고용구조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말한다. 그는 “자회사 설립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어야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간접고용 문제를 유보한 정규직 전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전환 방식으로 택한 이유 중 하나로는 경영평가 방식의 변화도 꼽을 수 있다. 기재부는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심사 기준을 수정했다. 개편된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살펴보면 ▷일자리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 발전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이 공기업은 22점, 준정부기관은 20점으로 늘었다. 이 중 일자리 창출 점수가 7점으로 단일평가 항목으로는 배점이 가장 높다. 기존 제도에서 전략기획, 사회적 책임의 배점은 5점에 불과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앞장선 기관일수록 높은 점수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은 매년 경영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받는다.

과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여러 평가지표가 있지만 2018년부터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등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이 신설됐다”며 “정성적 평가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제대로 된 경영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올 6월 발표한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도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36개 공기업 중 A등급을 받은 공사는 6곳이다. 여기에 포함된 한국도로공사(6959명)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2952명), 한국수력원자력(2312명)의 정규직 전환 실적은 공공기관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반면 현재까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방식을 확정하지 못해 실적이 전무한 한국가스공사는 C등급으로 한 단계 하락했다.

성과급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도 평가에서도 A등급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지난해 경영평가 성과급은 약 990만원이었다. 1인당 평균 보수액(약 7800만원)의 1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3년 임기의 기관장 입장에서는 정부에는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직원들에게는 성과급으로 체면을 세우려는 경향이 있다”며 “금전적인 ‘당근’으로 정규직의 반발을 그나마 잠재우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한다.

민간 확산은커녕 비정규직 증가에 자회사까지


▎2018년 11월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사 직접고용 방식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사진:뉴시스
정부는 이번 정책을 시행하면서 “모범적 사용자로서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하면서 민간부문의 변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대대로 정규직 전환 움직임은 민간부문으로까지 확산됐을까.

현실은 정반대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 수는 1307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5만3000명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은 748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6만7000명 증가했다. 전체 임금근로자(2055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로 전년(33%)보다 3.4%p나 올랐다. 비정규직 수가 700만 명을 넘은 것은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변화가 없지는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제품 A/S를 담당하는 90여 개 협력사의 서비스 기사 총 74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고, LG전자도 지난해 자사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서비스 기사 등 직원 3900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현대차는 사내 하도급 인원 826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한화도 2017년 9월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호텔 및 서비스 분야 계열사에서 상시적·지속적 직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직원 8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민간에서의 비정규직 해소 움직임은 위의 회사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민간 역시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엔진을 납품하는 현대위아는 평택공장의 4개 사내 하청업체를 한데 모아 현대위아의 자회사를 만들겠다고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통보했다. 현대위아가자회사 카드를 꺼낸 이유는 본사 직원은 1100명이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2배 많은 2000여 명이기 때문이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월등히 많은 인국공과 구조가 비슷하다. 앞서 현대위아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파견법에 근거해 2014년과 2017년 법원에 1·2차 근로자지위확인소송(직접고용요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두 번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 승소 취지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현대위아는 이들을 모두 직접 고용해야 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허용한 자회사 방식을 민간에서 고스란히 따라 했다”며 “롤 모델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빠져나갈 구멍을 알려줬다”고 비판한다. 민간 자회사가 기존 원·하청 관계와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미 비정규직 불가피함 인정해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 지부장은 “자회사는 언제든지 모 회사 결정으로 없어질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서 지부장에 따르면 코레일은 2009년 1조2000억원을 들여 공항철도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가 2015년 민간에 다시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역무 위탁 업무로 공항철도로 파견됐던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소속 역무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버렸다. 서 지부장은 “공공기관 자회사조차 확실한 고용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하물며 민간 기업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겠는가”고 말한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비판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한계가 있지만, 민간부문에서 활용되지 않았던 방식”이라며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계약관계에 있었던 간접고용을 자회사로 바꾸는 방식으로, 파견용역보다는 진전된 형태라 평가할 수 있다.” 남 위원은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모회사와 자회사 형태를 고착화해선 안 된다. 자회사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꾸준한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파급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여당 내에서도 기류가 다소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해, 민주당 내 86그룹 출신 의원들 중심의 최대 정책 모임인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정규직 문제, 정규직화만이 해법일 수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 남용 방지 정책으로는 현존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이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산업구조 및 노동인구 구성의 변동을 고려해봤을 때 비정규직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보다 노동권 보호가 잘 돼 있는 유럽 주요 국가들 역시 지난 30년간 비정규직이 증가해왔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지만 한국 노동시장 구조상 비정규직이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사용사유 제한 논의에 가려져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계에서 이러한 논의가 마치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악용돼온 비정규직 사용 관행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 역시 적극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놓고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여당 내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과제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이 강한 여당 의원들이 모인 싱크탱크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다. 정흥준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전체 비정규직의 5.3%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와 노동계가 약 95%에 달하는 민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향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책의 디테일 부족했다…궁극적으로 국민 편익 커져야”


▎민주노총이 지난해 7월 광화문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 여론도 바뀌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올 6월 26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공감도 조사에서 ‘역차별 우려 중 부작용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응답이 45.0%, ‘장기적 고용 체계 변화를 위해 정규직 전환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40.2%를 집계됐다. 특히 취업준비생이 많은 20대에서 ‘정규직 전환 보류’ 응답이 55.9%로 전체 평균 응답보다 많았다. 2018년 11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찬성 응답(68.0%)이 반대 응답(27.3%)을 40%p 넘게 압도적으로 앞선 것과는 크게 달라진 조사 결과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양극화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호응하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추진 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잡음에도 지금껏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의지와 국민의 지지 덕분이었다.

그러나 인국공 논란이 확산되자 노동계에서는 정책 추진 동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 거센 반발로 무산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떠올리기도 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정규직화 정책이 난도질을 당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흘러나온다”며 “특히 자회사 정규직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가장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한다.

현 상황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책 설계의 디테일 부족을 지적한다. 그는 “비정규직 관련 정책은 진보·보수 정권에서도 추진했던 내용이지만 이전 정부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대통령이 먼저 선언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수순이었기 때문에 사후 파생될 문제에 대한 세부 이행 전략이 치밀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의 배경에는 전환 이후의 플랜이나 정책 설계가 제대로 없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특히 정규직 전환 이후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규직-무기계약직 간, 모-자회사 간 임금·복지·안전 등 고질적인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의 통합적인 인력 관리·운영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궁극적으로 공공서비스를 받는 국민 편익이 커지는 공공부문 모델로 정착돼야 정규직 전환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008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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