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커버스토리] 배종찬의 민심 뚫어보기-빅데이터로 보는 대통령 지지율의 함수 

국민 다수 尹 대통령 국정 스타일에 부정적… 꼰대 이미지 벗고 진심으로 소통하라 

30%대 낮은 지지율에 ‘취임덕’ 우려… 국정 주도권 유지하려면 50% 긍정 지지율 확보 절실
尹 “의미 없다” 했지만… 여론조사 부정 평가 요소 들여다보고 변화하는 모습 국민에 보여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질문에 “의미 없다” 했지만 국정 운영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지율 조사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확인해 바꿔나가야 한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지만 지지율 추락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하고 있는지’를 물어봤다. 대통령에 취임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52%,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7%였다. 역대 대통령처럼 고공행진하는 지지율은 아니지만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15%p 높았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직후인 6월 7~9일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53%, 부정 평가는 33%로 긍정 평가가 20%p 더 높았다. 그러나 그 이후 조사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가장 최근인 7월 5~7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37%로 폭삭 주저앉았고 부정 평가는 49%로 치솟았다. 임기 두 달여 만에 지지율이 이렇게 큰 폭으로 고꾸라진 유례가 없다. 역대 대통령들은 허니문 효과로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에게 지지율 고공행진은커녕 임기 말 레임덕과 같은 ‘취임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지율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시간 성적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7월 4~8일 5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ARS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약 2.0%p 응답률 약 3~10%)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7%,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7%로 나타났다. 불과 한 달여 전인 5월 30일~6월 3일(1일은 제외) 조사에서 긍정 평가 52.1%, 부정 평가 40.3%였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조사 모두 윤 대통령의 최근 긍정 평가가 37%로 나왔다. 국민의 3분의 1 정도만 지지하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 성적표다. 위기 국면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무엇이고 국정 안정권인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비법은 무엇인가.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낮은 지지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의미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지율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토해냈다. 이율배반적인 태도다.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의 경쟁력을 측정할 수 있고 판세를 알아보는 조사가 선거 여론조사다. 선거 여론조사의 일반적인 기능을 무시하고 선거 운동을 했다면 윤 대통령이 참고한 과학적인 지표가 따로 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말 그대로 무시했다는 것일까. 대통령 선거 당시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정 운영 지표는 우리보다 더 오랜 대통령 제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들도 매우 중요하게 참고하는 자료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실시간 성적표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절대 평가다. 정당 지지율은 지지하는 정당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다른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상대 평가지만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는 오로지 대통령 윤석열 한 사람에 대한 평가다. 물론 전 정부에 대한 평가 인식이 기저 효과로 포함될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현 정부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 지표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잘잘못을 따져봤자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다.

국정 수행 평가 지표는 실시간 성적표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 국정 운영을 보완하는 이정표다. 대통령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를 뽑아보면 어떤 부분을 더 보충해야 할지 알게 된다. 국정 지표 조사는 부정적인 요인을 해소하는 데 핵심적인 지표다. 대통령 지지율의 더 핵심적인 의미는 대통령의 운명 지표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어도 50% 긍정 지지율은 확보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30%대 지지율이면 국정 운영 주도권을 가져가기 어렵다.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운영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25% 미만의 긍정 지지율이면 사실상 ‘국정 마비’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거의 상실된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면 대통령직을 더는 수행할 수 없는 수준이다.

25% 미만으로 내려가면 사실상 ‘국정 마비’


▎정치인의 감성 연관어에는 부정적인 단어가 눈에 띄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尹 정부는 임기 초반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심각하다. / 사진:썸트렌드
대통령 지지율은 ‘의미 없는’ 수치가 아니라 대통령이 꼭 챙겨야 하는 국민과의 소통 지표다. 윤 대통령의 30%대 지지율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위태롭기 짝이 없다. 비슷한 임기 시점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다수당이기도 했지만 30대·여성·서울·무당층 등 지지 기반이 아니라도 골고루 필요한 지지율을 확보했다. 지지율을 제대로 챙겼다는 의미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2013년 5월 6~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잘했다는 긍정 평가는 56%였고 여성과 서울 지역에서 전체 결과와 같은 56%였으며, 지지 기반이 아닌 30대와 무당층에서도 42% 긍정 평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한국갤럽의 올해 7월 5~7일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긍정 평가 37%를 얻었고 여성과 서울 지역에서 각각 38%와 37% 지지를 받았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에서는 24%로 고작 20%대 지지율밖에 얻지 못했다. 비슷한 임기 시점에 실시된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보수 정권이지만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높은 지지율이 기반이 됐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입장에서 ‘통일 대박’을 천명하고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경우라면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원인 분석은 숱하게 쏟아지고 있다. 첫째로 지적되는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는 ‘인사 문제’다. 사람과 관련된 문제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구성하는 요인은 3P로 요약된다. 대통령의 ‘이념 철학(Philosophy)’, ‘정책(Policy)’, ‘사람(People)’이다.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는 이념 성향에 대한 평가나 정책 공약에 대한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다른 변수보다 사람에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검찰 출신 편중 인사, 특정 학교 집중 인사, MB 정권 출신 인사,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 인사청문회조차 거치지 않은 인사, 신분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민간인 등 인사 논란 내용이 수두룩하다. 이 정도면 여론에 미치는 파장은 ‘인사 참사’에 가깝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으로 도배됐고 “장관다운 장관이 없었다”고 품평했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어디까지나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다.

‘인사 혹평’ 이유는 다양성·공정성·균형성 빠졌기 때문


윤 대통령 지지율에 타격을 주는 다른 원인으로는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에 따른 경제 위기, 신구 세력 갈등에 따른 정치 구조 양극화, 출근길 브리핑 발언에 따른 논란,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과 지인 논란, 경찰국 설치와 문재인 정부 관련 사안 수사에 따른 반발 등을 들 수 있다. 한 가지 이유라기보다 인사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초반과 비교해봐도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전선이 넓고 많은 편이다.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7월 5~7일 실시한 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인사 문제’라는 응답이 25%였고 ‘경제 문제’가 그다음으로 12%를 차지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2%였고 ‘김건희 여사’라는 의견은 1%였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요한 4개 이유를 다 합쳐도 채 40%를 넘지 않는다. 나머지 이유 중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나 태도로 포함 가능한 내용을 다 모아봤다. 무려 41%나 된다. 가장 큰 이유다. 인사 문제가 가장 분명한 이유가 되겠지만 대통령의 스타일은 이보다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윤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태도, 즉 스타일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가장 큰 이유가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 중 임기 초반에 신구 세력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전선을 만든 예는 없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탄압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 정권에 대해 ‘용서’를 선언할 정도로 지난 정치 세력과 화해부터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3당 합당을 통해 정권을 잡은 김영삼 전 대통령도 정권을 잡자마자 바로 그다음 날부터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을 심판하지는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적폐 청산’을 내건 예외적인 경우였지만 대부분의 정권은 임기 초반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스타일’을 국민에게 제시했다. 인사만 하더라도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은 일반적인 전문성보다 다양성·공정성·균형성을 더 요구받게 된다. 새 정부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공정하게 등용해야 하고 지역·남녀·세대·학력 등의 균형성을 감안하게 된다. 아직 정책이나 이념 철학에 대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임기 초반에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은 스스로 강조한 ‘통합’과 ‘협치’를 구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훌륭한 인사’가 국민에게 혹평을 받는 이유는 이 점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스타일로 변신하고자 노력했던 오바마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특유의 소탈하고 격의 없는 소통 방식으로 미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빅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어떤 모습일까.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를 통해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두 달간 감성 연관어를 분석해봤다. ‘지지하다’라는 긍정 감성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밖에 대부분의 나머지 비중 있는 감성어 내용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논란’, ‘비판’, ‘의혹’, ‘이상하다’ 등의 감성 연관어로 연결돼 있다. 정치인과 관련된 빅데이터 분석 내용이 주로 부정적인 결과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임기 초반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심각하다. 긍·부정 감성 추이 변화를 보면 긍정 비율은 24.4%밖에 되지 않고 부정 비율은 무려 71.7%나 된다. 참신하고 발전적인 긍정 이미지보다 기존의 정치인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꼰대 아저씨’ 수준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대통령의 ‘스타일’에 달려 있다.

대통령의 ‘스타일’을 설명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재선에 성공해 8년 동안 미국 최고 지도자의 위치에 있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국민과 함께 ‘소통’했다. 오바마 소통의 기본은 경청·이해·중재였다. 국민과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다음은 이해였다. 정파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더라도 그 주장을 잘 듣고 충분히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많은 인사가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치적인 방향이 달랐고 인종 폄하적인 발언도 했지만 그는 비난하고 지적하기보다 왜 그런 발언을 하게 됐는지 배경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중재였다. 오바마는 어느 한쪽의 이해와 다른 쪽의 이해가 충돌하지 않도록 중재하고 양쪽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승리하는 쪽으로 인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60%가 넘는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던 건, 끊임없이 국민이 원하는 스타일로 변신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의미 없는’ 자료라고 언급한 국정 지지율 조사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국민과 야당이 요구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자신을 바꿔나간 성과였다. 브레이크 없이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하는 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스타일 변신’이다.

※ 배종찬 - 정치컨설턴트이자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 학사,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석사로 졸업하고 고려대 행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연구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지내고 인사이트케이 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패널로 주로 출연하고 있다.

202208호 (2022.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