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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고유가 시대에 눈길 끄는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MZ세대 저격’ 차별화한 디자인… 리터당 16.7㎞ 복합 연비 돋보여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엔진·모터 번갈아 작동… 가득 주유 시 700㎞ 이상 주행
탁월한 가속력에 ‘이라이드’ 기술 적용해 승차감도 좋아


▎복합 연비 16.7㎞/ℓ의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전륜구동(2WD) 모델. / 사진:기아
초유의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량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기아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스포티지 터보 하이브리드 전륜구동(2WD)을 출시한 데 이어 10월 사륜구동(4WD) 모델을 추가로 선보였다. 기아에 따르면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7576대가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6월까지 8989대가 팔려나가며 K5 하이브리드 판매량(3512대)을 추월했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플러그인)는 올 상반기 유럽 출시 이후 현지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uto Motor und Sport)]는 최근 실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교 평가에서 스포티지를 가장 경쟁력 있는 차로 선정했다. 스포티지는 7개 평가 항목 중 편의성·주행·경제성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총점 649점으로, 615점을 얻은 도요타 라브4를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오펠 그랜드랜드는 603점, 볼보 XC40는 566점을 받으며 뒤를 이었다.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는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신뢰성 높은 자동차 매거진으로 꼽힌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매할 때 이 매체 등의 비교 평가 결과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충북 괴산군 연풍면을 거쳐 서울 광진구 자양동까지 약 300㎞ 구간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그래비티(2WD)로 운행했다. 시승차는 여러 편의사양을 갖춘 4200만원대 풀옵션 모델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센터콘솔 상단의 시동 버튼을 누르자 전기차처럼 조용히 출발할 채비를 했다. 전면 디지털 계기판에 평균 연비 16.2㎞/ℓ가 표시됐다. 여러 사람이 운행하는 시승 차량인 탓에 ℓ당 16.7㎞인 공인연비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계기판에 안내된 주행 가능 거리는 745㎞나 됐다. 가속력과 속도감 등을 느끼기 위해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고 고속도로로 향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엔진과 전기 모터, 배터리를 모두 장착한 차량을 뜻한다. 평지 주행 시 엔진과 모터가 번갈아 작동하고 감속 또는 내리막길 구간에선 모터만 돌아가며 연비를 향상시킨다. 언덕길에서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가동하고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더해 출력과 토크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이러한 하이브리드차 특유의 매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최고 출력 180ps, 최대 토크 27㎏·m의 하이브리드 엔진에 전기 모터가 어우러져 최고 출력 230ps, 최대 토크 35.7㎏·m의 힘을 발휘한다. 고속 주행에서의 탁월한 가속력은 물론 오르막 구간에서도 치고 올라가는 힘이 돋보였다.

올해 들어 K5 하이브리드 판매량도 추월


▎기아는 신형 스포티지 모든 모델에 12.3인치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을 곡면으로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국내 준중형 SUV 최초로 적용했다. / 사진:기아
잠깐 정차한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서는 ‘안전 하차 경고’ 시스템 덕에 접촉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정차 후 아무 생각 없이 운전석 문을 열려는 찰나 경고음이 들렸다. ‘이게 뭐지’하며 멈칫하는 사이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운전석 옆으로 접근해 정면 주차했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정숙성도 우수한 편이었다. 고속 주행 중 엔진과 노면 소음 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풍절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었다. 시승 당일 오전 줄곧 강한 바람이 불었다. 엔진 소음 등이 비교적 잘 정돈된 탓인지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졌다.

목적지인 괴산군에 도착하자 계기판에 주행 가능 거리 551㎞, 평균 연비 15.8㎞/ℓ가 찍혀 있었다. 평균 연비가 출발할 때보다 ℓ당 0.4㎞ 저감됐지만 운행 내내 에어컨을 작동하고 고속도로 위주로 다소 거칠게 운전한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최종 목적지로 차를 돌렸다. 고속과 중·저속 주행 간 성능과 연비 차이 등을 측정하기 위해 돌아가는 길은 국도 등 무료 도로 위주로 운행하기로 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로 설정하고 출발했다.

기아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모델에 이라이드(E-Ride)·이핸들링(E-Handling) 기술을 기본 적용했다. 기아가 국내 브랜드 최초로 적용한 이라이드는 과속 방지턱 등의 둔턱을 통과할 때 차량이 운동 방향과 반대의 관성력을 발생하도록 모터를 제어해 쏠림을 완화하는 기술이다. 이핸들링은 모터의 가속과 감속으로 전·후륜의 하중을 조절해 조향 시작 시주행 민첩성을, 조향 복원 시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주행 중 두 기술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경기 이천 성남이천로 인근부터 차량이 늘기 시작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른 시점의 속도인 시속 89㎞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스스로 가다서길 반복했다. 핸들에서 잠시 손을 떼도 알아서 차선을 인식하며 주행했다. 약 25㎞ 거리를 운행하는 동안 브레이크 페달 등을 한차례도 밟지 않았다.

경기 성남 주변부터는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길에서도 안정적 주행 성능을 보였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 확인한 계기판의 평균 연비는 16.2㎞/ℓ로 첫 출발지에서의 수준을 회복한 상태였다. 에코모드 주행을 바탕으로 엔진과 모터를 적절히 활용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더해져 연비를 끌어 올린 것으로 판단됐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424㎞나 됐다. 300㎞ 이상 운행한 점을 감안하면 ‘대박’ 수준이다.

준중형 SUV 가운데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외부 디자인은 ‘MZ세대 저격’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차량 전면은 기아 디자인의 상징인 ‘타이거 노즈’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헤드램프를 연결해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구현했다. 측면은 웅장하면서도 스포티한 바디 실루엣에 볼륨을 더해 균형감이 느껴진다. 유니크한 크롬 벨트라인 몰딩으로 역동적 분위기도 연출했다.

후면은 스포티하고 와이드한 숄더에 좌우로 연결한 수평형 가니쉬와 리어램프를 통해 심플하면서 안정적인 이미지를 실현했다. 여기에 시승 모델인 그래비티는 볼륨감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단단한 인상의 전·후면 범퍼, 블랙 유광의 도어 가니쉬, 상향 루프랙 등을 통해 한층 강인한 인상으로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실내 디자인도 돋보인다. 기아는 신형 스포티지 모든 모델에 12.3인치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을 곡면으로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국내 준중형 SUV 최초로 적용했다. 시야각에 따른 화면 왜곡을 줄여 정보를 더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하고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최소화한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기아는 신형 스포티지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기능을 통합해 조작할 수 있는 터치 방식의 전환 조작계도 적용했다.

스포티지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넉넉한 실내 공간이다. 기아는 신형 스포티지에 3세대 신규 플랫폼을 적용해 차체를 대폭 늘렸다.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는 설명처럼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도 여유로운 수준이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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