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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기획시리즈]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미래는 있는가(1) 

시민 없는 시민운동, ‘운동성’까지 사라졌다 

공익활동으로 전환되면서 정부 정책과 차별성 희박해져
진정한 의미의 개발·협력 위해 건강성·역동성 키워내야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리더십 변화에 따라 시민사회운동은 정치기회구조의 급격한 축소에 직면했다.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풀뿌리 주도의 사회혁신 사업, 즉 마을, 청년, 도시재생,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이 하루아침에 지속가능성을 상실하게 됐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쇠락의 길에 들어섰다. 젊은 활동가가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와도 쉽게 떠난다. 다수의 시민사회 단체가 사무국을 중심으로 정부나 기업의 정책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조직을 유지한다. 언론을 동원한 이슈 파이팅 전략은 더는 일반 국민의 시선을 붙잡지 못하고 광장에서의 집회도 영향력을 잃고 있다. 반면에 광화문, 서울시청, 국회, 법원·검찰청 주변은 공공선보다 진영과 이권으로 결집한 ‘떼쓰기’ 운동만 반복되고 있다. 왜 시민사회운동은 일반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가? 월간중앙은 이에 답을 찾고자 한국 시민사회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온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임현진·공석기 교수의 글을 싣는다. 5회에 걸쳐 진행될 이번 시리즈가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활발한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한국 사회운동의 경험을 돌아보면 민주화를 위한 강한 시민사회연대, 노동자·농민의 저항, 탈핵운동, 그리고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된다. 공공선에 반하는 국가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직간접 집합행동으로 정부에 도전해왔다. 주로 갈등정치(conflict politics) 전략과 전술을 활용했다. 이러한 변화, 도전 그리고 갈등의 속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그 ‘운동성’(activism)은 일시적인 집합행동에 그치거나 사업 활동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국내외적으로 한국 시민사회를 민주화를 달성한 강한 시민사회로 자주 언급한다. 이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지속적으로 운동성을 견지하며 정부 혹은 기업에 도전하고, 변화를 추동하며 갈등적인 관계를 유지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1990년대 초 절차적 민주화를 달성하면서 한국 시민사회운동은 국가, 기업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게 됐고, 그것은 제도화의 길이었다. 소위 ‘거버넌스 시대’를 열었던 것이고, 이는 동시에 운동성의 약화를 앞당기는 시간이었다.

당시 시민사회운동은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고 한국 사회의 실질적 민주화를 견인할 주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부실한 정당정치의 한계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사회운동은 과잉사회화의 길을 걷게 된다. 1990년대에 시민사회운동의 전성시대를 맞이했고, 그 결과 시민사회운동의 분화, 전문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동시에 시민사회운동 단체는 ‘문제 제기자’에서 ‘문제 해결자’로 자리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준(準)정당의 역할을 했다. 시민사회운동 30년을 돌아볼 때 항상 노정된 문제, 즉 시민 없는 시민운동, 백화점식 운동, 중앙 중심의 이슈 파이팅 운동의 한계는 돌림노래처럼 반복됐다.

운동성 상실하며 현실에 안주


▎시민사회운동은 부실한 정당정치의 한계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과잉 사회화의 길을 걷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사이에 사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돼 공동체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며 각자도생의 능력주의가 팽배해지고 승자독식을 당연시하는 사회로 변했다. 공동체보다는 개인과 가족을 우선시하며, 타자와의 소통보다는 SNS를 통한 익명의 다수와의 쉬운 연결에 중독되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의 빠른 연결(connection)로 손쉬워진 상품소비, 정보나 지식공유를 통해 마치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한 것 같은 착각과 환상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지난 3년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고, 플랫폼 자본주의 습격을 목도하면서 전지구적 차원의 연대와 협동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이 지속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풀뿌리 시민사회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로 모든 관계가 수렴되는 상황 아래 능동적 시민과 시민사회운동의 회복이 더욱 절실하다. 알고리즘 지배하에 통제 및 감시받고 있는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독해 위에서 도전과 갈등을 통해 사회변화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시민사회운동이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llaboration)의 자세로 정부나 기업의 정책변화를 추동한다는 것은 순진한 기대로 보인다. 필자들은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국내외적 도전 속에 매우 열악한 위치에 처하게 한 여러 요인 중 하나를 ‘운동성의 상실’에서 찾고자 한다. 시민사회운동은 국가 혹은 기업과의 관계 측면에서 개념에 따라 사회운동조직(SMO), 비정부조직(NGO), 비영리조직(NPO)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시민사회운동 단체를 하나의 고정된 개념의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실제 그 단체는 운영과정에서 세 가지 속성을 역동적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단체를 사회운동이라는 이념적 지향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혹은 그 반대로 NGO나 NPO의 정체성만 고집하는 단체로 규정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자들이 한국 시민사회 지형변화를 연구한 결과, 정체성 전환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확인했다.

정부의 조력자, 정책 수행자로 전락


▎경찰로부터 고문을 받다 사망한 고 이한열군 고문경관 재판 결과 항의와 호헌철폐 등을 주장하며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불씨를 이어나갔다.
첫째, 시민사회운동에서 공익활동으로 용어가 전환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운동성 상실의 근거로서 제도화 과정에서 시민사회운동 단체의 용어 선택이 주목된다. 운동성의 약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시민사회운동 단체가 대거 정부와의 거버넌스(협치) 공간으로 이동했다. 공익 개념을 확산하면서 좀 더 중립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으며 이는 운동성 약화를 초래했다. 영역별 분화를 통한 다양한 사업과 관련 프로그램이 증가한 반면, 연대와 협력을 축소시켰다. 그 결과 사회변혁을 추동하는 시민사회운동의 운동성은 옅어진 반면, 시민사회의 저변은 넓어지고 다양화되고 전문화됐다. 이를 통해 과연 시민사회운동의 영향력이 확대됐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정부와 친화성이 확대됐지만, 정부의 다양한 문제 해결 정책으로 흡수됐다. 한마디로 시민사회운동과 정부 정책의 차별성이 희박해졌다. 정부의 조력자 혹은 정책 수행자로 전락해 좋게 평가하자면 파트너지만, 동시에 나쁘게 평가하자면 10급 공무원 하청업자로까지 폄하된다.

정책 발굴도, 프로젝트 기획도, 사업 수행도 시민사회운동 단체가 담당한다. 과연 행정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저 사업을 선정하고 수치화하고 사업비를 집행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사업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그저 리더의 마음에 드는 정책발굴, 아이디어만 마련하는 것이다. 일종의 정책 만들기에 올인하느라 협치에 참여한 시민사회 단체도 어느덧 이런 악습에 영향을 받고 정책구현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와 악순환을 뛰어넘기 위해서도 운동성이 절실하다.

한편, 광의의 시민사회 영역에 속한 단체는 사회운동 영역과의 구별 짓기를 통해 안정적인 자원동원에 집중한다. 정부는 이를 주목하고 시민사회운동과 공익활동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전자는 도전과 갈등의 속성을, 후자는 경쟁과 협력의 속성을 강조한다. 이 두 가지는 서로 구별될 수 있지만 상호 연결될 수 있는 보완적인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 시민사회 단체는 우리와 그들로 구분하고 자원 배분을 통해 고착된 ‘경계 짓기’를 진행했다.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불안정성은 바로 이러한 고착된 정체성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시민사회 단체 다수는 “왜 우리가 사회운동인가? 우리는 참여연대가 아니야.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야. 우리는 운동권이 아니야! 우리는 자선이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이야. 신앙심의 발로야!”라는 ‘경계 짓기’에 목소리를 높인다.

제도화의 길에 너무 빨리 들어선 대가


▎2016년 12월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 모습. 촛불집회는 한국 사회운동 가운데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사실 한국 사회의 개발협력 분야에서 NGO가 급격히 성장했고 정부나 기업의 좋은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 거버넌스라는 이름 아래 수평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으로 스스로 경계를 짓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방향과 수원국(受援國) 시민사회의 역량개발, 시민성 제고를 위한다는 진정한 의미의 개발협력을 하려면 시민사회의 건강성, 역동성을 키워내야 한다. 그러려면 수원국 시민사회의 저항성, 비판성, 도전성, 자립성, 도덕성을 길러줘야 한다. 정부 정책을 구현하는 조력자로서, 프로젝트를 대행하는 정책 수행자로서 머물게 될 때 위와 같은 시민사회 연대, 협력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개발협력 분야 시민사회 스스로 이를 성찰해야 한다.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 정책 대변(advocacy) 혹은 서비스 전달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는 경계 짓기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시민사회운동의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인정해야 한다. 시민사회운동 조직, NGO, NPO는 공존하면서 서로 견제하고, 갈등하고,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 수탁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기존 단체 산하에 별개의 법인을 만들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단체는 내부적으로 정체성 혼선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조직을 법인으로 새롭게 전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타당한 대응이다. 다만 법인으로 전환했다고 해서 정부정책사업 수행만을 고려해 운동성을 약화시키는 전략적 변화를 추구한다면 바로 이 부분을 자성해야 한다. 이처럼 정부 정책 수행자로의 쏠림현상이 시민사회운동 영역에도 일어난 것이다. 불평등, 정의, 공정, 돌봄,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소수자 권리 등의 문제를 과연 사회운동이 아닌 공익활동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가 정책적 공간 안에서 제대로 수용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가 존재한다. 운동성의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시민사회운동은 제도화의 길에 너무나 빠르게 들어섰다. 운동성 측면에서 시민사회운동은 분명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의 건강성과 역동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운동성이다. 시민사회운동의 성과로서 협치 공간을 마련한 것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협치 공간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정치기회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리더십 변화에 따라 시민사회운동은 정치 기회구조의 급격한 축소에 직면했다. 10년 가까이 추진해온 풀뿌리 주도의 사회혁신 사업, 즉 마을, 청년, 도시재생,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이 하루아침에 지속가능성을 상실하게 됐다.

셋째, 운동성의 상실은 지식인의 결합과 이탈이라는 측면과도 관련 있다. 지식인의 결합이 급격히 저하된 것은 2000년대부터다. 학자나 전문가들이 운동성을 견지하는 시민사회운동과 일정 거리를 두면서 정부와 기업에 정책적 자문협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식인이 견지한 과거의 운동성은 급격히 상실됐다. 과거 지식인이 시민사회운동의 든든한 후원자요, 지식공동체로 사회이슈에 대한 비판적 해석과 프레임을 제공하던 역할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지식인 스스로 운동성을 견지하는 데 치열하게 고민하기보다 협치, 정책 자문의 중립적 역할로 자신의 정체성 갈등을 해결한 것이다. 과거 시민사회단체에 참여했던 교수들도 이제는 시민사회 단체보다는 정부나 기업에 학생들을 인턴으로 보내고 있다. 시민사회운동 단체는 청소년, 대학생 그리고 청년과의 접촉면이 약화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은 이러한 지식인의 이탈에 실망하고 그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고 있다.

협치와 시너지로 ‘전문화’ 극복해야


▎지역 사회 청년들이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하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진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온·오프라인 운동에 참여하는 일이 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넷째, 운동성이 약화된 또 다른 원인은 시민사회운동의 다양화 및 전문화 과정에서 분절, 분리 및 분화로 이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시민사회운동, 소비자,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자원봉사 영역이 빈번하게 만나서 협력의 틀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스스로 안정적인 지원 생태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 구조는 성과를 요구하기에 성과를 내려면 경계 안에 어쩔 수 없이 머물게 된다. 그러면 더는 경계를 넘어서는 창조적 파괴와 연대를 시도하지 않게 된다.

시민사회운동의 창조와 혁신은 바로 운동성에 기초한 도전과 갈등을 통한 변화에서 비롯된다. 자원봉사 영역은 새로운 참여자로 젊은 세대에게 적극적으로 호소하고자 그들의 감성과 취향에 맞춘 사업과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구조적 문제와 본질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운동성을 견지하기 어렵다. 시민사회운동의 건강성과 역동성을 제공하는 자양분은 젊은 세대의 헌신적 참여를 통한 가치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동시에 운동성이 강화되기보다 약화되고 있다면, 운동의 분화가 동시에 운동의 수렴으로 순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지배에 대한 저항 절실

현재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저항성과 운동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단언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저항성을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하며 시민사회 연대의 힘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이다. 협치와 운동을 사안별로 언제든지 전략적으로 구사할 수 있고, 동시에 연대운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경제 영역이 매우 활성화돼 있는 이탈리아 경험을 참고하자. 개별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모두가 협력체를 만들어 연대운동으로 저항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사회적 경제 영역, 자원봉사 영역, 마을공동체 영역은 이미 협치의 틀 안에서 안주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나 기업이 시민사회의 가치와 충돌하는 사업과 정책을 추진할 때 강한 연대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있는가? ‘협치를 선택하는 순간 운동성은 사라진다’는 착각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지난 30년의 한국 시민사회운동이 걸어온 제도화의 길, 즉 협치 과정을 좀 냉철하게 성찰할 때다. 시민사회운동은 정부나 국회 모두 파트너십 차원에서 볼 때 홀대받고 있다. 기업과 노동현장도 마찬가지다. 연대의 방식으로 운동성이 강화되지 못한 결과다. 동시에 디지털 혁명, 그리고 인터넷 발전으로 모든 경제활동이 이제는 플랫폼 경제로 수렴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는 물론 소비자도 보이지 않는 통제와 종속의 과정을 겪고 있다. 이른바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 지배(algocracy)에 대한 저항, 운동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분절화되고 파편화된 시민사회운동은 운동성을 잃고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 지배는 시민사회운동의 독립성, 주체성, 자율성, 감시 활동을 무용지물로 전락시킬 정도로 위협적이다.

시민사회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의식의 변화, 즉 시민성을 갖춘 능동적 시민이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의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진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온·오프라인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 기억이 대학 시절에 지속적인 사회운동 참여로 이어지지 못하고 한때의 추억으로 머물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점증하는 기후위기를 마주한 청소년이 찾는 곳이 ‘줍기’ 캠페인에 자족하는 환경 동아리가 아니라 운동성을 견지한 시민사회운동 단체가 돼야 한다.

※ 임현진 - 서울대 명예교수이며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저서로 [전환기 한국의 정치와 사회: 지식, 권력, 운동], [비교시각에서 본 박정희 발전모델: 라틴아메리카의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와 아시아의 한국] 등이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창립소장이며 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냈다.

※ 공석기 -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정치사회학, 사회운동론, 시민사회론, 사회적 경제 등이다. 주요 연구 저서로 [글로벌 NGOs: 세계정치의 와일드 카드], [뒤틀린 세계화: 한국의 대안 찾기]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환경운동연합 국제협력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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