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

Home>월간중앙>기업이슈

[시승기] 단점 찾기 어려운 차 ‘디 올 뉴 그랜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 ‘각 그랜저’ 향수와 첨단 기술의 완벽한 하모니
■ 탁월한 주행 성능에 정숙성은 ‘톱클래스’ 수준


▎그랜저 외장 디자인은 세대와 취향의 경계를 허무는 강렬한 이미지를 지녔다. 사진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1986년 첫 출시 뒤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 14일 ‘디 올 뉴 그랜저’를 선보였다. 디 올 뉴 그랜저는 2016년 11월 6세대 그랜저 시판 이후 6년 만에 출시한 7세대 신형 모델이다. 지난해 7월 6세대 그랜저의 마지막 연식 변경 모델을 시승한 적이 있다. 당시 든 생각은 ‘다루기 편하고, 좀처럼 단점을 찾기 어려운 차’라는 결론이었다. 디 올 뉴 그랜저는 어떨까.

지난 1일 서울 성동구에서 충남 당진시 우강면을 거쳐 서울 광진구까지 230㎞ 구간을 디 올 뉴 그랜저 3.5 가솔린 모델로 달렸다. 시승 차량은 ‘하이테크패키지’와 ‘뒷좌석 VIP패키지’ 등을 갖춘 5700만원대 풀 옵션 모델이다. 7세대 그랜저 시승 소감을 짧게 정리하면 ‘기대했던 대로’다. 성능은 물론 승차감, 정숙성, 연비 등 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편의사양은 6세대 그랜저보다 훨씬 진화해 있었다.

전방 노면 인지해 서스펜션 제어


▎1세대 ‘각 그랜저’ 향수를 담은 원 스포크 스타일 핸들 옆에 자리한 칼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는 변속 조작 방향과 구동 방향이 같아 직관적 조작이 가능하다. 사진 현대자동차
디 올 뉴 그랜저(이하 그랜저)는 핸들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통해 드라이브 모드를 고를 수 있다. 가솔린 차량은 에코, 스포츠, 사용자 지정 모드로만 구성한 하이브리드 모델과 달리 노멀, 스노우 모드도 선택할 수 있다. 시승 당일 눈이 왔더라면 스노우 모드를 경험해 볼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다소 아쉽기도 했다. 시승 차량의 연비를 최대한 끌어올려 보기 위해 에코 모드를 선택하고 당진으로 향했다. 가득 주유된 상태에서 전일 퇴근길 등 31.9㎞를 운행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563㎞였다.

그랜저 3.5 가솔린 모델은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36.6㎏f·m의 넉넉한 힘을 갖췄다. 평지는 물론 오르막 구간에서도 무리 없이 치고 나갔다. 시승 중 가장 돋보인 부분은 정숙성과 승차감이었다. 고속주행 중에도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다소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뛰어난 승차감과 조용함을 자랑했다. 앞차와의 거리가 충분한 고속도로 구간에서도 아늑한 승차감을 유지하기 위해 정속 주행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랜저는 노면 소음 저감 기술인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NC-R)을 기본 적용했다. 노면 소음에 따라 실시간 역위상의 음파를 생성해 노이즈를 상쇄하는 기술이다. 흡음 타이어와 분리형 카펫을 장착해 주행 중 발생하는 투과음과 공명음도 줄였다. 전 좌석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장착한 데다 프레임 리스 도어 주변엔 풍절음을 차단하는 3중 실링 구조를 적용하는 등 높은 정숙성을 구현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 효과가 있었다.

그랜저는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을 통해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적합한 서스펜션 제어를 통해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탑재했다. 과속 방지턱 구간을 앞두고 설령 속도를 줄이지 못했더라도 차량이 심하게 튀어 오르지 않는 이유다.

신규 엔진 적용해 성능과 연비 개선


▎그랜저 후면부는 슬림한 라인의 리어 콤비램프와 함께 볼륨감을 강조했다. 사진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연비도 준수한 편이었다. 그랜저에 적용한 가솔린 엔진은 속도와 분당 회전수(RPM)에 따라 간접분사(MPI)와 직접분사(GDI) 방식을 선택해 연료를 최적으로 분사한다. 운전 조건에 맞춰 냉각 수온을 제어하는 통합 유량 제어 밸브 기술도 적용해 최적의 연료 효율을 보인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충남 당진까지 106.5㎞를 주행한 뒤 확인한 구간 평균 연비는 ℓ당 12.4㎞였다. 해당 모델의 복합 연비인 10.4㎞/ℓ를 크게 웃돌았다. 최대한 정속 주행하고, 서해안고속도로 구간 단속 지점 등에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용한 데 따른 성적표였다.

연비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니 이제 드라이빙 성능을 측정해볼 차례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엔 보다 다이내믹한 구동을 느껴보기 위해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액티브 사운드 효과도 ‘강하게’ 덧입혔다. 그랜저는 실내 전면 상단 클러스터를 통해 엔진 사운드 효과 정도를 조절하거나 아예 끌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에코 모드 때보다 핸들이 묵직하게 변했다. 가속 페달과 시트도 한결 딱딱하게 바뀌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차량이 한결 날렵하게 반응했다. 급커브 구간에서도 굳이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코너링 성능도 더욱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차량 조작은 에코 모드 때가 편했지만, 운전하는 재미는 스포츠 모드가 훨씬 쏠쏠했다.

당진에서 서울 광진구까지 123.6㎞를 달린 뒤 체크한 구간 평균 연비는 ℓ당 11.3㎞였다. 계기판에 표시된 시승 차량의 누적 평균 연비 11.5㎞/ℓ를 살짝 밑돌았지만, 연비 신경 안 쓰고 차량을 거칠게 다뤘던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성적표였다.

첨단 안전·편의사양 대거 탑재


▎디 올 뉴 그랜저는 이전 모델 대비 넉넉한 공간성을 지녔다. 사진 현대자동차
그랜저 외장 디자인은 세대와 취향의 경계를 허무는 강렬한 이미지를 지녔다. 이전 모델 대비 45㎜ 긴 5035㎜의 전장을 비롯해 휠베이스 10㎜, 리어 오버행은 50㎜가 증가해 넉넉한 공간성까지 확보했다. 전면부는 주간주행등(DRL)과 포지셔닝 램프, 방향지시등을 통합한 ‘수평형 LED 램프’가 파라 메트릭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과 조화해 강력한 인상을 자아낸다.

측면부는 동급 최장 길이인 2895㎜ 휠베이스가 롱 후드와 어우러져 안정적 비례감을 보인다. 프레임 리스 도어와 플러시 도어 핸들을 결합한 수평적 원 라인 사이드 바디로 우아함도 갖췄다. 후면부는 슬림한 라인의 리어 콤비램프와 함께 볼륨감을 강조한 디자인을 통해 전면부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한껏 풍부하게 매듭지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그랜저는 인체공학 기반 슬림화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실내 공간도 돋보인다. 실내 전면 상단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일체형으로 통합한 디스플레이는 중앙 하단의 10.25인치 통합 공조 컨트롤러와 조화를 이뤄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1세대 ‘각 그랜저’ 향수를 담은 원 스포크 스타일 핸들 옆에 자리한 칼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는 변속 조작 방향과 구동 방향이 같아 직관적 조작이 가능하다. 덕분에 콘솔부가 한결 여유로워져 다양한 물건을 오른손 가까이에 보관할 수 있다.

현대차는 그랜저 내장재에도 신경을 썼다. 한국적 패턴을 가미한 나파 퀄팅과 가죽 소재는 리얼 우드·알루미늄 내장재 등과 어우러져 유려한 스타일을 완성한다. 또 실내 곳곳에 항균 처리 인조 가죽·천연 염색 나파 가죽·친환경 안료 컬러 등을 적용해 지속가능 가치까지 고려했다.

그랜저는 탑승자에게 보다 진보한 사운드 경험도 제공한다.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과 함께 적용한 ‘사운드 트루’ 기술은 손실·압축된 저음질 미디어 소스도 고음질로 변환한다. BOSE의 최신 서라운드 기술인 ‘센터 포인트 360’은 진화한 사운드 튜닝 알고리즘인 ‘PSR(Perceptual Sound Rendering)’을 바탕으로 실감 나는 사운드를 구현해 몰입도 높은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그랜저는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안전·편의사양도 대거 지녔다. 동급 최초로 앞 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추가한 10 에어백 시스템이 기본 사양이다. 또 차체 핫스탬핑 적용 부위와 고장력강 적용 비율을 높여 충돌 시 탑승객 보호에 만전을 기했다는 설명이다. 원격 진단을 통해 고장 상태를 조기 감지하고,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해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격진단서비스’도 현대차 최초로 적용했다. 프런트 콘솔 내부에 마스크나 키 등의 유해균을 제거해주는 UV-C 살균 기능을 도입한 것도 오밀조밀 인상적이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