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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2) 명품 숲 만들기 

산림 100년 비전 그려갈 초석 다졌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잘 가꿔온 숲 국민께 돌려드릴 때”, 산림 르네상스 본격화
탄소 중립과 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등 부가가치 상당해


▎남성현 산림청장이 9월 26일 오전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국민이 선정한 ‘100대 명품 숲’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산림청
"산림은 자연일까요, 자원일까요?”

남성현 산림청장은 특강이나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남 청장의 생각은 어떨까요? 산림은 큰 틀에서 자연이기도 하지만, 자원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결론입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명료합니다. 선진국은 산림을 자연으로만 보지 않고 자원으로도 여기며 개발해 왔다는 겁니다. 지속가능한 숲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고, 베고, 가꾸는 순환산림경영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된 만큼 선진국형 산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남 청장은 설명합니다.

“선진국형 산림경영관리를 통해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가겠습니다.”

지난해 5월 남 청장의 취임식 일성입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유림 명품 숲 50개를 발굴한 산림청은 남 청장 체제에서 ‘산림 르네상스 시대’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데 성공합니다. 지난 9월 26일 발표된 ‘100대 명품 숲’ 바로 그것입니다.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잘 가꿔온 숲 중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거쳐 국민께 의견을 물어 최종 선정됐습니다. 앞서 발굴한 국유림 명품 숲 50개와 더불어 올해 추가로 개인이나 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숲 50개를 찾아내 100대 명품 숲을 완성한 겁니다. 남 청장은 ‘100대 명품 숲’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지난 50년간 우리가 잘 가꿔온 숲을 국민께 돌려드릴 때가 왔습니다. 국민께서 숲을 느끼고, 체험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이 활용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들로 선정위원회 구성해 100대 명품 숲 완성


▎대관령특수조림지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의 산림 분야 전문가에게 소개될 정도로 치산녹화(治山綠化)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 사진:산림청
선정위원회 위원인 이우균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사람과 명품 숲이 어우러져 지역 발전을 견인해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은 물론 탄소 중립에 기여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나라 산림녹화 50년의 결실을 거둠과 동시에 국민 행복을 위한 산림 100년 비전을 그려가는 초석을 다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림청은 100대 명품 숲을 산림경영형(29개소), 산림휴양형(45개소), 산림보존형(26개소)으로 구분해 선정했습니다. 산림경영형은 산림의 가치가 우수한 숲을, 산림휴양형은 경관이 우수하고 다양한 휴양 복지 기능을 갖춘 숲을, 산림보존형은 생태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숲을 뜻합니다. 권역별 현황을 보면 수도권(12개소), 강원권(25개소), 충청권(15개소), 전라권(16개소), 경상권(26개소), 제주권(6개소)이 제법 균등하게 분포돼 있습니다.

‘100대 명품 숲’으로 선정된 모든 곳이 우수하지만, 그중 유형별로 특색 있는 숲들이 눈에 띕니다. 대관령특수조림지는 산림청이 직접 조성하고 관리해 온 명품 숲입니다. 1973년부터 화전으로 많이 훼손됐던 백두대간을 복원하기 위해 바람막이 울타리를 설치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세찬 바람으로 어린나무가 죽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현재 86만여 그루의 나무가 아름다운 숲을 이뤘습니다. 대관령특수조림지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의 산림 분야 전문가에게 소개될 정도로 치산녹화(治山綠化)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충북 충주에 있는 ‘인등산 인재의 숲’은 민간 기업이 공들여 가꾼 명품숲입니다. 국립수목원에 위치한 숲의 명예전당에 헌액된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1974년부터 64만여 그루의 자작나무와 가래나무 숲을 조성했습니다. 기업에서 체계적으로 산림을 경영하고 보호한 노고를 인정받아 한국임업진흥원으로부터 한국산림경영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업림(林)은 기업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습니다.

임업 선진국과의 협업 사례도 있습니다. 울산 울주의 소호리 참나무 숲은 독일과 협업해 1974년부터 공들여 일궈낸 숲입니다. 침엽수림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참나무 활엽수림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 산림 쪽 종사자들의 현장실습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개인이 대대손손 가꿔온 명품 숲도 포함됐습니다. 강원 평창의 봉평 잣나무 숲은 증조부부터 현 세대까지 5대에 걸쳐 조림한 숲입니다. 남 청장은 “90년 이상의 잣나무 숲이 절경을 이루고 고로쇠 수액 채취, 잣송이 줍기 등 다양한 체험으로 숲의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린 산림경영 모범사례”라고 소개했습니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는 ‘잣나무와 트레킹 코스가 어울리는 가볼 만한 장소’로 꼽았습니다.

서귀포 차룽치유밥상, 지역 상생 일자리 모범 사례


▎60년 이상의 삼나무와 편백나무로 된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 사진:산림청
경남 거창의 북상 잣나무 숲은 1세대 임업인이 무려 47년간 키워온 숲입니다. 산림경영과 함께 임산물을 생산·판매·가공·유통하는 산림복합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도 산림 쪽 종사자들의 견학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산림휴양형 가운데 강원 인제의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솔잎혹파리 피해로 소나무를 벌채한 후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자작나무 69만여 그루를 심어 살려낸 숲입니다. 사계절 산림휴양지로 국민의 사랑을 받은 결과,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가볼 만한 한국관광 100선’에 뽑혔습니다.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은 지역 주민과의 상생을 대표하는 사례입니다. 60년 이상의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울창해 방문객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며, 지역 주민들이 만든 차룽치유밥상에서는 이 지역 임산물로 만든 건강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남 청장은 “차룽치유밥상은 지역 상생 일자리 사업의 모범 사례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발 압력으로부터 지켜낸 도시 숲 이야기도 관심을 끕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솔밭공원 소나무 숲은 1990년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10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자리한 대표적인 도시 숲입니다. 서울시와 강북구가 매입해 문화시설을 갖춘 생태 도시 숲으로 거듭났으며, 북한산둘레길 1구간과 2구간이 만나는 구간이라 걷기에 좋은 숲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전남 화순의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편백 숲은 올해 4월 5일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된 고(故) 진재량 독림가가 406ha의 편백나무 등 조림과 1101ha의 숲가꾸기로 조성한 산림입니다. 현재 아들이 이어받았으며, 1992년부터 1997년까지 72ha의 자연휴양림을 조성해 산림휴양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산림 복합 문화를 선도하는 전남 보성의 윤제림숲정원은 식재한 곰솔과 편백나무 6만여 그루 등 16종의 수종이 계절마다 색다른 경관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70여 년간 3대에 걸쳐서 산림경영을 해와 2020년 ‘산림명문가’로 선정됐습니다. 전남에서 지정한 제12호 민간정원 ‘성림원’이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해 임업인 소득 높여 나갈 것”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 숲은 최대 수령 850년의 소나무가 ha당 전국 평균(165㎥)의 약 3배(450㎥)로 울창한 위용을 자랑한다. / 사진:산림청
산림보존형은 다양한 생태 환경이 방문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경기 포천의 광릉숲은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와도 같습니다. 1468년 조선 세조의 능림으로 지정된 후 560여 년 동안 보전돼 왔으며,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24개의 전문전시원, 산림박물관, 산림생물표본관 등이 있어 자녀와 함께하기 좋습니다.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 숲은 황장봉산(黃腸封山)의 대표 격입니다. 황장봉산은 조선시대 궁궐 건설 이외의 목적으로 소나무 벌목을 금지한 것을 뜻합니다. 이 때문에 최대 850년 수령의 소나무가 ha당 전국 평균(165㎥)보다 약 3배(450㎥) 더 많습니다. 국가 숲길은 79.4㎞이며, 7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숲길과 산촌마을을 연계한 지역 소득 증대(도시락 및 민박 연 1억4000만원)로 국토균형발전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전북 무주의 덕유산 독일가문비 숲은 이국적 풍광이 인상적인 숲입니다. 1931년 조림된 독일가문비 210여 그루가 어우러져 생태·환경적 보전가치와 학술적 연구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에 산림청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전남 장흥에는 국내 최대 동백 군락지 천관산 동백 숲이 있습니다. 약 200년 동안 2만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을 형성해 생태적 가치가 높습니다. 이곳도 산림청이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도 나서서 보존회를 결성해 운영 중입니다. 산림청은 동백 숲 내 가마터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했으며, 한국기네스에도 등재됐을 정도로 희소성 있는 숲입니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 승언리 소나무 숲은 조선시대 일반인 출입을 금하는 봉산(封山) 중 한 곳으로 왕실에서 특별히 보호했던 곳입니다. 80년 이상의 소나무 17만 그루가 있으며, ha당 370㎥로 매우 울창해 방문객의 휴식처로 안성맞춤입니다. 1978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며, 동쪽 울진에서부터 서쪽 태안 안면도까지 조성되는 동서 트레일 55개 구간 중 서쪽 시작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산림청은 100대 명품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는 구상입니다. 강원 인제의 원대리 자작나무 숲의 경우 지역 주민과의 상생으로 경제적 가치가 336억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남 청장은 “100대 명품 숲을 브랜드화하고,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해 임업인들의 소득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이런 시대가 오면 제가 늘 부르짖는 산림 르네상스 시대가 열립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산림청은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숨겨진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찾아라!’ 이벤트를 합니다. 명품 숲을 방문해 배너 인증샷 및 이용 모습과 명품 숲 사진을 산림청 블로그에 올려주시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산림청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forest_news/).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311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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