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영동 골목길에서 마주친 크리스마스트리.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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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친 나무 한그루빛의 기둥처럼 골목을 지키네벽돌과 벽돌의 캄캄한 경계선이시시각각 땅바닥으로 무너지고 있네성탄전야가 아니어도 좋으리공중의 십자가를 수놓는 촛불은투명해서 눈부시고, 그림자 얼룩은이 땅의 기쁨과 슬픔, 고통을 말해주네촛불처럼 울음을 삼킨 채 기도하는손바닥, 빛의 나뭇가지를 흔드는은방울 종소리가우리의 눈과 귀를 말갛게 틔워주네문득 고개 들면 눈이 내리고눈밭 발자국 가지런히 이어지면 좋겠네눈빛 시린 새해 첫 발걸음 될 때까지
※ 오정국 -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파묻힌 얼굴], [눈먼 자의 동쪽],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 시론집 [현대시 창작시론: 보들레르에서 네루다까지], [야생의 시학] 등이 있음. [문화일보] 문화부장, 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역임. 지훈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전봉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