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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6) 국유림 활용 산촌 활성화 

숲길, 일자리와 부(富)를 부르는 21세기의 관광자원이 되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글로벌 관광명소로 발돋움한 인제 자작나무숲, 연 252억원 달하는 경제효과 전파
정부 혁신 우수사례로 뽑힌 대관령국가숲길, 향후 ESG 사업과 연계시킬 수 있어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에서 실시된 숲해설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숲길의 파급효과는 관광을 넘어 교육 영역까지 미친다. / 사진:산림청
2020년 기준 국유림 면적은 166만㏊라고 합니다. 전체 산림의 26.3%에 해당합니다. 이 비율은 글로벌 산림 선진국 기준에 대입하면 많은 것일까요, 적은 것일까요? 산림에 관한 ‘지식 보고(寶庫)’와 같은 남성현 산림청장의 페이스북을 찾아가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소유한 산림은 2/3, 개인이 소유한 산림은 1/3 정도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로 국가와 지자체 소유 산림이 1/3. 개인 소유 산림이 2/3가량 됩니다.” 소유 산림이 2/3가량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국유림 비중이 협소한 편입니다. 국유림이 적고, 사유림이 많다고 꼭 나쁘다고 볼 순 없겠지만, 아무래도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는 산림청으로선 일정 정도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이 ‘사유림 매입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에 관해 산림청은 “공익적 가치를 증진시키고, 산림 경영·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사유림이나 매수하지는 않습니다. 산림청의 우선 매수 기준은 큰 틀에서 4가지입니다. △산림 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산지 적용 제한지역 등 공익 임지(林地) △소양강 상류 지역인 강원도 양구군의 해안지구, 홍천군의 자운지구, 인제군의 가야지구 등 지역 산림과 연접한 고랭지 밭 △희귀 산림생태계 보전을 위한 생태등급 1~2등급 및 국유지 연접지 △광릉숲 생물보전지역 내 완충지역 토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만약 이런 지역의 산림에 대한 매수가 실제 이뤄지면 산림청은 전액을 일시에 지급할 수도 있고, 연금처럼 10년간 분할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국유림이 많아지면 일반 국민이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요? 어떤 정책에 관한 공감을 끌어내려면 눈에 보이는 성공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첩경입니다. 물론 산림청은 국유림 활용을 통한 산촌 활성화의 성공 사례를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은 그 장소가 국유림인지 사유림인지 지금껏 잘 모르고 누려왔지만, 산림청의 손길이 묻은 곳인 것입니다.

첫손가락에 꼽히는 케이스가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에 위치한 자작나무숲입니다. 2017년 조성된 자작나무숲은 조림면적 138㏊, 개방면적 25㏊에 달합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조림면적은 자작나무를 심은 전체 면적을 일컫는다. 개방면적은 조림이 잘 이뤄져서 관람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 면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인제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된 자작나무숲


▎산림청은 대관령국가숲길을 탄소중립 숲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 사진:산림청
개인적으로 자작나무숲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가본 사람은 실감하겠지만,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는 숫자에 찍힌 이상의 광대함을 안겨줍니다. 실제 자작나무숲 탐방로는 무려 7개 노선에 달합니다. 길이로 환산하면 10.7㎞입니다. 곳곳에 길을 잃지 않게 돕는 안내소, 야외무대, 목공체험실이 있습니다. 산림청 공무원은 물론 숲해설가, 숲길등산지도사, 학교숲 코디네이터 등 인적 자원도 배치해 놨습니다.

자작나무숲의 브랜드를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들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자작나무숲 속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 개최가 그것입니다. “순백의 숲속에서 힐링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2014년 인제국유림관리소에서 주최했습니다. 2018년에 참여 인원 150명이 되더니 2019년 5월 31일 열렸을 때에는 900명까지 참가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시 중단되지 않았더라면 사이즈는 무대 공간이 수용 가능한 최대한의 범위까지 늘어났을 터입니다.

이 밖에도 자작나무숲 탐방로 대체림 조성사업(2022년 5㎞ 길이)과 정비사업(2023년 8㎞ 길이)이 병행됐습니다.

숲이 관광자원으로 브랜딩에 성공할 때, 어떤 파급효과를 발산하는지를 보려면 인제 자작나무숲을 사례로 제시하면 됩니다. 2016년 22만8299명으로 시작해 입소문을 타더니 2017년(33만7410명) 단숨에 3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무려 43만6269명이 외진 산촌까지 발길을 옮겼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 와중에도 꾸준히 2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들렀습니다. 특히 팬데믹의 한복판이었던 2021년에도 20만2372명이 왔습니다.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탈출한 2023년에는 23만5658명까지 회복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했고, 마침 수목 보호의 필요성도 있어서 월·화요일 휴무제를 시행한 영향도 있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40만 명대에서 20만 명대로 관람객이 줄었다고 해서 인제 자작나무숲에 대한 인기가 꺾였다고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울진 산불도 견뎌낸 금강소나무숲길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의 상징인 ‘500년 소나무’는 임도 덕분에 화마를 피했다. / 사진:산림청
관광자원으로서 자작나무숲의 가치는 그 누구보다 인제군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총 사업비 840억원을 들여 ‘인제 자작나무숲 관광자원화 마스터플랜’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 취지를 살펴보면, ‘2020년부터 2029년까지 3단계 사업을 거쳐 숲길 정비, 교통, 체험·편의시설·체류시설 등의 세부계획을 토대로 장기적인 관광객 유입 요소를 파악하고, 이용성 시설 유치 등을 통한 자작나무숲의 관광자원화를 계획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산림청 차원에서도 ‘걷기 좋은 명품 숲길 30선’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접근성이 좋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산림생태적·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숲길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유일하게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길이 ‘인제 자작나무숲 달맞이 숲길’입니다. ‘계곡을 따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숲길을 걸으며 자작나무를 호흡할 수 있는’ 점에서 최고 점수를 얻은 것입니다. 이 밖에도 인제 자작나무숲은 ‘한국관광 100선’,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에서도 빠지지 않고 언급됩니다. 자, 그렇다면 자작나무숲을 통해 인제군이 얻는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매년 3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추산한다면, 생산유발 효과는 252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국산림경제회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국유림 경영관리 전략 및 실행방안’을 연구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대관령국가숲길의 일부를 이루는 대관령 소나무숲입니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대관령국가숲길이 2022년 균형발전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됐다”며 페이스북에 직접 소개할 정도로 애착을 나타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강릉시와 평창군 대관령 일원에 자리한 대관령숲길은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바다와 산맥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희귀한 뷰를 자랑합니다. 산림청은 2021년 5월 1일 대관령숲길을 국가숲길로 지정(대관령숲길 103㎞ 중 대관령소나무길 6.3㎞ 전 구간 포함)하고 자연휴양림, 치유의 숲, 유아숲체험원 등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숲길안내인’처럼 지역 주민의 일자리도 만들었습니다. 대관령숲길은 지역주민과 시(市)를 비롯해 산림청 등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협업을 통해 가치를 입증한 성공사례에 해당합니다.

특히 산림청은 2021년 대관령국가숲길을 활용해 지역상생 발전과 탄소중립숲 조성 등 ESG와 연계된 ‘We 포레스트 업무협약’을 난방공사, 트리플래닛 등과 추진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축적되며 2018년 불과 254명이 찾아왔던 대관령 소나무숲은 2019년 9125명 방문이라는 퀀텀점프를 달성했습니다. 이어 2020년 1만 명을 돌파(1만3636명)했고, 2023년 1만7248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산림부산물(생강나무 꽃)이나 마을 도시락 판매 수입은 덤이었습니다. 대관령 국가숲길이 2022년 12월 국가균형발전사업 우수사례 선정에 앞서 2021년 8월에는 산림청의 정부혁신 우수사례로도 뽑힌 이유입니다.

경북 울진의 금강소나무숲길도 빼놓을 수 없는 국유림 관광자원입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면적은 3705㏊에 달하고, 금강소나무숲길 7개 구간 79.4㎞에 달합니다. 2019년 산촌활성화 시범사업으로 완료된 이래 2021년 울진 소광리 대왕소나무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리고 2023년에는 ‘걷기 좋은 명품 숲길’로 선정됐습니다. 방문객은 2023년 기준 2만1558명에 달합니다. 또 이곳에서 만드는 ‘숲밥 소득’만 2023년 9245만원을 넘겼습니다.

2022년 경북 울진에 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당시 산불진화 임도(林道)를 활용한 덕택에 국유림 피해면적 4309㏊ 중 금강소나무숲은 225㏊만 소실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산불재해 안전망 구축 임도는 2022년 ‘국가균형발전사업 우수 사례’로 뽑혔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 시대’에 최적화된 청정산업

자작나무숲 국유림은 강원도 인제뿐 아니라 경북 영양군에도 있습니다.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에 위치한 조림지 면적은 30.6㏊, 숲길 길이는 7.4㎞에 이릅니다. 2019년 4500만원을 들여 2㎞의 숲길이 처음 조성된 이래 2021년 산촌활성화사업으로 선정되며 지금의 자작나무 숲길이 만들어졌습니다. 2023년에는 9억2100만원을 들여 8.44㎞에 달하는 숲길 조성에 돌입했습니다. 2024년 완료가 목표입니다.

2020년 이전까지 단 1명도 찾지 않았던 영양군 자작나무숲은 2022년 순식간에 1만 명을 넘겼고(1만520명), 2023년에는 1만8778명까지 급증했습니다. 안내센터 직원 채용 등 주민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가 효과도 발생했습니다.

국유림 활용 산촌활성화 전략의 사례로는 이 밖에도 2023년 10월 개장한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의 송송 숲어드벤처(10㏊), 2023년 11월 중부권 최초 산촌활성화 사업 모델을 완료한 충남 청양군 정산면의 바둑골마을(28.9㏊)을 꼽을 수 있습니다.

소위 ‘인스타그래머블’의 시대입니다. 사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과시할 수 있을 만한 공간만이 MZ 세대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그곳에서 ‘인생 샷’을 얻을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트렌드를 함축합니다. 그런 면에서 국유림 숲길 브랜딩은 어떤 유해물질도 배출하지 않으면서 돈을 창출할 수 있는 방편이 됩니다. 가히 21세기 버전의 연금술이라 할 것입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4호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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