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재계화제] 오너 일가부터 새 CEO까지… 주요 기업 수장들 각오 대단 

정용진, 회장 오른 뒤 SNS 끊고 경영 전념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SK 지주사 대표에 장용호, LG는 주요 계열사 대표 두 명 교체
KT&G 9년 만에 새 수장… 방경만 사장 “글로벌 톱 티어 도약”


▎정용진 회장이 2월 23일 신세계그룹 도심 인재개발원인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입문 교육 수료식에 참석해 질의응답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그룹
주요 기업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가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각 기업 새 수장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주요 그룹 오너 일가의 행보가 눈에 띈다. 정용진(56)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최근 회장으로 승진했고,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둘째 딸이자 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의 동생인 이서현(51)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물산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신세계 정용진, 18년 만에 회장 등극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 3월 8일 회장 자리에 오르며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의 이번 승진은 2006년 부사장에서 부회장이 된 지 18년 만이다.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신세계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유통 시장은 쿠팡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서 급변하는 추세다. 신세계는 정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목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녹록하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연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로 개편하고 실적과 성과 중심의 인사평가제도 구축을 주문한 바 있다.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보좌하는 경영전략실 본연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기민한 의사 결정과 실행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선 것이다.

활발한 SNS(소셜미디어) 활동으로 MZ세대들에게 ‘용진이 형’으로 불렸던 정 회장은 최근 경영에만 전념하는 모습이다. SNS 게시물 대부분을 비공개로 전환한 그는 회장 승진 이후 첫 쇄신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4월 2일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전격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62)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성과에 맞는 보상을 골자로 한 ‘신상필벌’ 인사 제도를 본격 가동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29조4722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도 4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마트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1993년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의 공세 속에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 영향까지 더해졌다.

정 회장의 신임을 받은 허 대표는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재무담당, 미주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지냈다. 2011년부터는 호텔신라로 이동해 경영지원장 겸 CFO 등을 거쳤다. 이후 2018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핵심 재무통인 허 부사장을 신임 건설 대표로 내정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건설의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원칙에 발맞춰 앞으로도 내부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기대 실적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영 성과가 저조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을 수시로 평가해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여동생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5년여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해 화제가 됐다.

삼성물산은 3월 29일 이 이사장을 전략기획 담당 사장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장은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을 겸직하면서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삼성물산 사업 부문 전반의 성장 전략을 기획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 등을 발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다. 2015년 9월 사장으로 승진해 같은 해 12월부터 3년 동안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을 지냈다. 2018년 12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등을 맡아 왔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 담당 사장을 맡았던 업무 경험과 삼성의 문화 사업 및 사회공헌 분야를 성공시킨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물산 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가 이서현도 5년여 만에 경영 복귀


주요 그룹 지주회사 등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신임 대표들의 면면도 관심사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올해 장용호(60) 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SK㈜는 장 사장 지휘 아래 그룹의 분산된 투자 기능을 일원화하는 한편, 지주사 본연의 포트폴리오 관리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SK그룹은 이와 관련해 기존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했다. 협의회 소속이던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글로벌 오피스도 SK㈜로 조직을 옮겼다. SK㈜는 이를 바탕으로 중복된 투자 기능을 일원화·효율화함으로써 투자 자산의 미래 가치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주회사 본연의 포트폴리오 관리기능을 강화하는 등 멤버사들의 기업 가치 제고를 지원할 계획이다.

신임 장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했다. 2015년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 부문장, 2018년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 2020년 SK실트론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쳤다. 장 사장은 그간 SK그룹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실적 향상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신임 CEO 중에서는 배형근(59) 현대차증권 사장이 눈에 띈다. 현대모비스 재경부문장(부사장)이던 그는 지난해 12월 20일 발표된 그룹 임원 인사에서 현대차증권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이후 지난 3월 21일 서울 여의도 현대차증권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배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에 입사했다. 재임 중 현대모비스의 미래 투자 강화를 위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자동차 기획실장을 비롯해 현대건설 종합기획실, 인천제철(현 현대제철) 등 그룹 내 여러 계열사 경험을 보유했다. 그룹 사업전략 전반에 걸쳐 전문성을 지닌 ‘재무통’으로 꼽히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배 사장이 업황 하락 국면에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리테일(IB) 분야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배 사장은 최근 현대차증권 주식 1억원어치를 매입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증권은 배 사장이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주 1만1130주를 매입했다고 4월 2일 공시했다. 주당 매입 단가는 8986원이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 경영 실천 의지와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LG그룹 주요 계열사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 CEO가 교체됐다. LG는 지난해 11월 22일부터 사흘간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2024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철동(63) 사장은 지난 3월 22일 경기 파주에서 열린 LG디스플레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사내이사 자리에 올랐다.

정 사장은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2011년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책임자(CPO) 부사장, 2016년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사장, 2018년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냈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과 IT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 화학사업 구원투수로 이훈기 등판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 등으로 연결 기준 2조51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 사장은 올해 OLED 중심의 핵심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차별화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동명(55) 사장을 사내이사로 공식 선임했다.

김 사장은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하고 1998년 LG화학 배터리연구센터에 입사했다. 2019년 LG화학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전무,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부사장, 2023년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사장 등을 거쳤다.

김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 뒤 주주들에게 보낸 ‘CEO 레터’에서 “강점을 확보한 프리미엄 제품군은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보급형 제품군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고객에게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롯데그룹에서는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훈기(57) 사장이 눈에 띈다. 롯데케미칼은 3월 2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 및 화학군 총괄대표를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화학업황 악화 등의 여파로 지난해 연결 기준 34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사장은 기존 석유화학사업 운영 효율화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2010년 롯데케미칼 기획부문장, 2019년 롯데렌탈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2020년부터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을 맡아 인수·합병(M&A)과 미래 신사업 발굴을 총괄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 사장은 전략·기획·신사업 전문가로, 화학 계열사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했다.

포스코그룹은 6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포스코홀딩스는 3월 2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회장 겸 사내이사에 장인화(69) 전 포스코 사장을 선임했다.

장 회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 졸업 후 서울대에서 조선공학 석사, 미국 MIT 대학원에서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해 2014년 포스코 신사업관리실장 전무, 2016년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 부사장 등을 역임한 철강·신사업 분야 전문가다. 또한 2018년 당시 사업형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던 포스코의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신사업과 마케팅,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사 관계 구축에 있어서도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덕장형 리더’로 불렸다.

포스코는 장인화, CJ제일제당은 잔뼈 굵은 강신호가

장 회장은 3월 22일 취임 뒤 첫 현장 경영 행보의 일환으로 2년 전 태풍 힌남노에 의한 포항 냉천 범람으로 피해가 컸던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장 회장은 “수해 복구 과정에서 보여준 여러분의 열정과 단결된 마음이 바로 포스코의 저력”이라며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해법은 현장과 직원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포항, 광양, 송도 등 그룹 주요 사업 현장을 대상으로 ‘100일 현장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CJ그룹은 그룹 ‘모태’이자 핵심인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바꿨다. CJ제일제당은 3월 27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강신호(63)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강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2014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2020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2021년에는 CJ대한통운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회사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4년 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CJ그룹에서 공채 출신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첫 사례다.

KT&G는 9년 만에 새 수장을 맞았다. KT&G는 3월 28일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방경만(53)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방 사장은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햄프셔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 공채로 입사해 2011년 KT&G 비서실장, 2021년 KT&G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 2022년 KT&G 총괄부문장 수석부사장 등을 지냈다. 해외 궐련 직접 사업 확대, 국내외 전자담배(NGP) 사업 성장, 해외 건강기능식품의 현지 완결형 밸류 체인 구축을 진두지휘하는 등 KT&G 3대 핵심사업(해외 궐련, NGP, 건기식) 중심의 중장기 성장 전략 추진을 주도했다.

방 사장은 “KT&G는 3대 핵심사업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성장의 과실을 공유함으로써 회사 가치를 높이고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더욱 단단한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5호 (2024.04.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