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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원장 릴레이 인터뷰(1)] 성일종 22대 국회 국방위원장 

“안보에 여야 없어… 나부터 초당적 협치 나설 것”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北 오물 풍선, 체계 붕괴 의식한 김정은의 조급함 증명”
“국민 70% 핵무장 찬성…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필요”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오물 풍선은 김정은 정권의 조급함을 상징하는 비문명적 도발 도구”라면서 “북이 반인륜적 행위를 벌일 경우 유엔 헌장에 따라 자위권 차원의 원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이 지난 5월부터 계속되면서 생화학 공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성일종(61) 국회 국방위원장은 “우리 군은 이미 북한의 풍선 부양 지점을 파악했다”며 유사시 원점 타격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무력충돌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는 야권을 겨냥해 “평화는 힘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라며 핵무장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성 위원장은 충남 서산·태안에서 보수 정당 소속으로 20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했다. 21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간사, 국민의힘 국가안보위원장을 맡았고, 지난 6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22대 전반기 국방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동맹은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 말미에는 “안보에는 여야가 없는 만큼, 국방위가 초당적 협력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北, 비문명적 도발로 국제적 입지 옹색해져”


▎성일종 국방위원장이 6월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2주년 기념식’에서 해전 영웅들의 얼굴 부조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도발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오물 풍선은 김정은 정권의 조급함과 불안함을 상징하는 비문명적 도발 도구다. 북한은 남북 체제 경쟁에서 완패하면서 민족을 부정한 것을 넘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했다. 김정은이 딸 김주애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조성하면서 북한 내부 반발 기류도 거세졌다. 북한 주민은 물론 엘리트 계층인 외교관들의 귀순이 이어지는 이유다. 김정은 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단독 우상화에 애쓰는 이유도 내부 결속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오물 풍선을 살포함으로써 자신들의 입지가 오히려 매우 좁아진 상황이다.”

과거 무인기(드론) 등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하기도 했던 북이 행태를 바꾼 속내는?

“북한 오물 풍선은 인지전(認知戰, 가짜 정보로 비합리적 결정을 유도하는 이간계)의 일환이다.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무인기 도발은 정찰과 관측의 목적이 큰 반면, 오물 풍선은 도시 한가운데에 떨어져 시민 불안을 조성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북한의 인지전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오물 풍선의 유효 낙하율이 향상됐다는 합참의 분석이 있다.

“편차가 있지만 우리 영토 내 낙하율이 상승 추세인 건 사실이다. 특정 시간대에 집계한 이전 데이터를 제외하고 10차 살포(7월 24~25일) 때까지의 유효 낙하율을 살펴보면 ▷5차 28.6% ▷6차 40.0%% ▷7차 38.8% ▷8차 20.0% ▷9차 48.0%였던 것이 10차 때 96.0%가 됐다. 북한의 ‘부양 경험치’가 축적된 데다 타이머와 기폭장치 설치 비율이 높아진 게 요인이다.”

풍선을 화학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당장 살상용 무기 등으로 사용할 확률은 높지 않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데이터를 축적해 도발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엄중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군이 풍선의 원점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발언해 야권의 반발을 샀다.

“정확한 워딩은 ‘한·미 연합 감시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는 만큼, 북이 만약 오물 풍선에 생화학 무기 등을 집어 넣는다든지 해 대한민국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감지된다면 그 원점을 사전 제거하는 측면에서 반드시 타격을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우리 정부 방침도 마찬가지다. 우리 군은 이미 북의 오물 풍선 부양 원점으로 추정되는 전방 지역 13곳을 파악했다. 북이 반인륜적 행위를 벌일 경우 유엔 헌장 51조에 따라 자위권 차원의 원점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우리 군이 한 발에 2000원 정도 하는 레이저 대공 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등의 다각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께서 믿고 맡겨봐 주시면 좋겠다.”

여권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론’도 구체화하는 양상이다.

“올해 초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자체 핵무장 필요성에 공감하고 계신다. 북한이 이미 핵을 가진 만큼 우리도 모든 카드를 열어둬야 한다. 자주 국방의 완성은 곧 핵무장이다. 자체 핵무장 혹은 핵 잠재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가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치밀한 외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유엔 헌장에 따라 자위권 차원 대응 가능”


▎성일종 국방위원장이 8월 9일 국회 위원장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역시 민주당이 반대할 텐데?

“반대할 이유가 뭔가?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데 강도가 아닌 경찰 탓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공감하겠나? 문재인 정부 시절 ‘평화 타령’만 하다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있었나? 국방과 외교 다 망가뜨렸다. 중국을 방문한 국가원수를 수행하던 언론인이 공안에 폭행당해 얼굴 뼈가 함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음에도 ‘중국은 큰 산이고 우리는 작은 봉우리’라는 식의 저자세를 취했다. 북한과는 어땠나? 국민 혈세 400억원이 넘게 투입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에 의해 폭파돼도 말 한마디 못했다. 헌재에서 결국 위헌 결정이 난 이른바 ‘김여정 하명법’을 통과시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등 북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전전긍긍하던 민주당이다. 우리 국민이 느꼈던 자존감의 상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북 확성기 재개를 대통령 탄핵 사유로 주장하는 등 북 도발과 관련해 되레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야권에 대한 입장은?

“대통령 탄핵 몰이가 짜맞추기식 공작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장 두려워하는 쪽은 김정은과 노동당 고위 간부들이다. 9·19군사 합의를 파기하고, 전쟁 위기를 조장한 쪽도 명백히 북한이다. 전쟁을 좋아하는 이가 어디 있겠나? 그러나 평화는 힘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북 도발에 맞서 대통령이 군의 엄정 대응을 지시한 것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북한군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개념이 국방백서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그렇다. 2018, 2020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완전히 사라졌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기술했다. 주적이 없다면 우리의 소중한 청년들이 군에 갈 이유가 도대체 뭔가? 결국 지난 5년간 장병 대적관이 옅어지면서 우리 국방력 전체의 약화로 이어졌다. 정부가 북의 눈치를 보느라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처음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서 6년 만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명확히 규정했다. 지난 정부가 망가뜨린 부분을 정상으로 되돌렸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

당시 남북관계가 오히려 더 좋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주장이 아닌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국방정책의 핵심 기조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의 굴종적 대북정책이 우리 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무력화시켰고, 군의 실전적 훈련조차 제약을 받았다. 특히 탈북 선원을 아무런 절차 없이 강제 북송하면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서해상에서 표류하던 우리 공무원을 무참히 피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강력한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말뿐인 평화쇼가 우리 안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일깨우는 사례다.”

“美 대선 결과 상관없이 한·미 동맹 굳건할 것”


▎성일종 국방위원장이 국방위 간사 시절이던 2023년 10월 26일 경기 포천시 강포 도하훈련장을 방문해 김성민 5군단장(중장)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북이 오물 풍선에 이어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북의 도발은 그들의 생존 방식이나 다름 없다. 체제가 흔들릴 때마다 대남 도발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행태를 보였다. 과거 북은 항상 남남갈등을 유발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한 뒤 성동격서식의 도발을 감행했다. 전면 충돌 시 남북 간 군사력 격차로 승산이 없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전방 지역인 비무장지대(DMZ)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의 기습적 국지 도발이 북이 쓸 수 있는 카드다. 무인기를 통한 대남 침투 역시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향후 남북관계나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은?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혈맹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이다. 국익 차원에서 다양한 옵션을 준비하고 고민해야겠지만, 트럼프든 해리스든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동맹은 굳건히 유지될 것이다. 한·미동맹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주미대사가 밝힌 것처럼 어떤 후보가 정권을 잡더라도 미국 내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가 초당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우리 국방 외교 전략은 어떤 식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보는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필두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통해 북·러 밀착과 미·중 패권 경쟁의 위협 등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올해 하반기 실시될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와 미국 대선에 대비해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촘촘한 국방 외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을 시급히 이룩할 수 있도록 국회도 노력하겠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국방 시스템 전반에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 과거에는 ‘60만 국군’으로 불렀는데, 이미 2022년 말 기준 50만명 선이 붕괴됐다. 2040년이면 남성 인구의 감소로 30만 병력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우리가 처한 안보 환경에서 병력 감소는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과 군사분계선을 두고 GP나 일반전초(GOP) 등의 경계 근무에 군 인력을 반드시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앞장서서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국정감사 때 지적했던 외국인 모병을 비롯한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인공지능(AI) 및 무인화 시대에 군 시스템이 개선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안보 태세, 장병 처우 개선 법률안 통과 시급”

사병 월급 인상에 따른 역차별이 현실화하면서 군 초급 간부를 중심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 반해 군인의 급여는 정체됐고, 병사 복무 기간 감축 등 다양한 문제와 맞물려 초급 간부 모집에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장기 복무 군 간부에 선발되기 전까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도 구인난의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에 비해 올해 단기복무 장려금을 2배 인상했다. 앞으로도 초급 간부를 비롯한 군 간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

재원 확보 등에 어려움은 없나?

“정부는 ‘2023~2027 군인복지기본계획’에서 오는 2027년 초급 간부들의 급여를 2023년 대비 14% 인상하고, GP, GOP 등 경계 부대의 경우 30% 인상해 중견기업 수준의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어려운 세수 여건이지만, 국군 장병의 사기진작을 위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주요 현안 등 향후 국방위 운영 계획이 궁금하다.

“거대 야당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도를 넘고 있다. 요건도 갖추지 못한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여야 합의도 없이 개최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갑질과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고 오직 당대표 1인 방탄을 위해 국회를 이용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께 좀 희망을 드려야 하지 않겠나? 특히 국방위는 국가 안보를 다루는 상임위이다. 정쟁보다는 국익만 바라봐야 한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소야대 국면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상임위를 이끄는 입장에서 저부터 협치에 앞장설 생각이다. 국방위 전체가 초당적 협력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계류 중인 법안 중 우선 순위를 꼽는다면…

“국방위에 계류된 56건의 의안 중 굳이 꼽는다면 안보 태세와 장병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안들의 통과가 시급하다. 법안소위가 구성된 만큼, 조속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천안함 피격사건 피해구제 특별법, 국군의무사관학교 설치법, 군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법, 3사관학교 출신자 장기복무법(군인사법), 군 자녀들의 교육 혜택을 보장하는 군인복지기본법 등 여러 법안이 계류 중이다. 국방위원장으로서 빠른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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