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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밴스 vs 월즈, 부통령 후보로 바라본 미국 대선 구도 

“러스트 벨트 재탈환 노린 트럼프가 ‘밴스’ 지명 민주당 지지층 결집 꾀하는 해리스는 ‘월즈’ 낙점”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힐빌리의 노래] 쓴 인기 작가이자 자수성가의 아이콘 밴스 통해 백인 노동자 흡수
해리스 예상 깨고 ‘서민 진보’ 이미지 강한 월즈 선택, 한국 등 아시아와도 네트워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년 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디트로이트 등 러스트 벨트 백인 노동자의 표심을 잡은 데 있었다. 이 지역 민심은 이번 대선도 가를 변수다. / 사진:AFP연합뉴스
미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노예제를 폐지하고 남북전쟁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극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건국과 독립전쟁을 주도한 조지 워싱턴 등을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지만, 당대의 부통령이 누군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올해 11월 5일 열릴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만큼이나 부통령 후보가 주목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5일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발표된 J. D. 밴스(40)와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8월 6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팀 월즈(60)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그것이다. 왜 트럼프는 밴스 오하이오주 연방상원의원을, 해리스는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를 각각 골랐으며, 이는 미국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밴스는 트럼프의 미니미”

우선 트럼프는 지난 임기(2017~2021년) 때 부통령이던 마이크 펜스를 ‘배신자’로 낙인 찍은 상태에서 새로운 부통령 후보를 골라야 할 처지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낙선한 2020년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펜스에게 연방상원의장(부통령이 겸한다) 직위를 이용해 대선 결과 인준을 거부하라고 지시했지만, 펜스는 헌법상 의무와 양심을 앞세워 이를 따르지 않았고 결별을 택했다. 결국 트럼프는 7월 15일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당시 39세(8월로 만 40세가 됨)의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이를 파악하려면 먼저 미국 대선 정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라는 선거공학적·정치지리적 용어를 살펴봐야 한다. 러스트 벨트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오하이오·인디애나·위스콘신 등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 일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가리킨다. 과거 산업화 시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활동했던 철강산업 중심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와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브랜드의 요람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가 자리 잡은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1950년대 말까지 중공업·제조업·광업으로 미국의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다.

하지만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하는 글로벌화와 새로운 디지털 경제의 출현 등으로 철로 상징되는 제조업이 쇠퇴하고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졌다. 녹을 가리키는 러스트는 이 지역의 경제적 쇠락과 자존심 손상의 상징이 됐다.

미국에서 이 지역이 정치적으로,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이유는 쇠락한 지역 주민의 불만과 분노가 공화당 트럼프의 2017년 대선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다. 원래 러스트 벨트는 노동계층이 많고 노동조합이 강한 지역으로, 민주당 텃밭이었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국내산업 보호를 내세워 세계화와 대중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던 러스트 벨트의 비주류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흡수했다.

그 결과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펜실베이니아(20)·미시간(16)·위스콘신(10) 3개 주가 정치적으로 이탈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0.72%, 미시간 0.23%, 위스콘신에서 0.77% 차이로 초박빙 승리를 거뒀다. 미국 대선은 전체 득표가 아니라 선거인단 확보로 결정되며, 주별 영향력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메인(4)·네브래스카(5)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최다 지지를 받은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의 바이든은 노동자 복지와 일자리, 그리고 중소사업자 지원과 빈곤층 사회보장 확대를 앞세운 선거 공약으로 이 지역 청년층과 블루칼라 층의 지지를 회복했다. 그 결과 러스트 벨트를 되찾고 대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가 밴스를 발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러스트 벨트 목장의 제3차 결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밴스를 지명하면서 “앞으로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밴스가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오하이오·미네소타주 등지의 노동자 및 농민들에 강도 높게 집중할 것”이라며 이 지역 공략을 위해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음을 대놓고 강조했다. 게다가 밴스는 트럼프의 ‘미니미’(영화 [오스틴 파워]에 등장하는 악당 닥터 이블의 소형 복제인간)로 불릴 만큼 트럼프의 생각과 정책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특히 동맹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충분히 지출하지 않고 안보를 미국에 맡기고 있다는 ‘안보무임승차론’을 부르짖고 있다.

‘흙수저’ 밴스, ‘힐빌리’와 동일시될까


▎카멀라 해리스(가운데 흰옷)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진보 성향의 60대 백인 남성인 팀 월즈(해리스 옆) 미네소타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 사진:AFP연합뉴스
밴스가 러스트 벨트를 차지할 ‘비장의 신무기’로 선택된 이유는 단순히 출신만이 아니다. 사실 밴스는 역경을 딛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오하이오주에서 실업과 가난에 찌든 부모의 이혼과 마약중독을 보고 자랐지만 고교 졸업 뒤 해병대 복무와 이라크 파병을 거쳐 GI 장학금(군 복무 뒤 받을 수 있는 학자금 지원)으로 오하이오대를 우등 졸업했다. 그 뒤 장학생으로 진학한 예일대 법대를 마치고 변호사가 됐으며 벤처캐피털 기업인으로 재산을 모은 뒤 오하이오주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국에선 ‘호레이쇼 앨저 신화’라고 해서 가난하고 배경도 없는 인물이 노력과 성실성만으로 인정받고 성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상당하다.

게다가 밴스는 부모의 마약중독과 가정폭력, 자녀 양육 포기 등 쇠락한 러스트 벨트에서 벌어지는 삶의 그늘을 솔직히 다루면서 미국사회를 성찰한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ie)]를 2016년 출간했다. 이 회고록은 많은 공감을 얻었으며 2020년 영화화도 됐다. 밴스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지원을 받아 오하이오주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벤처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결국 밴스를 지명한 것은 러스트 벨트에서 가난하고 희망 없이 살고 있는 유권자들이 ‘트럼프와 밴스가 우리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대책을 세워줄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힐빌리는 원래 산골 오지에 사는 시골 사람이나 가난하고 희망 없는 저소득 육체노동자라는 의미다. 트럼프로선 금수저인 자신에겐 없는 힐빌리형 흙수저 인생 스토리를 가진 밴스가 러스트 벨트와 중산층 이하 유권자의 표를 모아줄 인물로 기대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러스트 벨트의 지지율 회복에 얼마나 사활을 걸었는지는 7월 15~18일 공화당 전당대회 전후의 행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트럼프가 당대회 직전인 7월 13일 마지막 유세를 벌이다 저격 미수 사건을 겪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전당대회 개최지인 위스콘신주 밀워키,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밴스의 출신지인 오하이오주가 모두 러스트 벨트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오하이오가 모두 러스트 벨트에 포함된다. 트럼프는 의도적으로 ‘지리적 3종 세트’를 연출해 컨벤션 효과(특정 사건이나 이벤트를 계기로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를 극대화하고 러스트 벨트에 대한 관심을 전면에 부각한 셈이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는 진보 성향의 60세 백인 남성이다. 해리스는 “주지사이자, (미식축구) 코치, 교사, 퇴역군인으로서 ‘노동자 가정’을 위해 성과를 내왔다”고 월즈를 소개했다.

해리스는 그동안 남성 정치인 중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마크 켈리 애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 그리고 월즈 주지사를 놓고 부통령 후보 선택을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샤피로는 러스트 벨트에서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주지사로 민주당 내에서 중도파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선거의 사활이 걸린 경합지 공략과 지지층 확산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켈리 연방상원의원도 경합주인 애리조나주 연방상원으로 온건파로 분류됐다.

하지만 해리스가 중서부 출신의 진보파 주지사인 월즈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지연에 의존하기보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해 투표율을 높임으로써 대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스트 벨트를 비롯한 경합지역에 연고가 있는 후보로 접근하는 것보다 노동자와 중산층 이하 유권자들에게 직접 다가서는 정책 선거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민 정치인’ 스토리와 이미지 가진 월즈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40살의 J. D. 밴스(왼쪽)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지만, 당초 기대에 비해 지지율 버프를 못 받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월즈 지명은 트럼프에게 미세한 표차로 러스트 벨트 3개 주를 잃고 대선에서 패배한 2016년 선거의 가장 큰 패인 중 하나인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이 낮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학력·경력·능력이 모두 뛰어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거부감·위화감을 느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유권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평범한 인상과 경력으로 교사와 미식축구 코치로 공동체에 봉사하다 정치를 시작한 데다 선출직 정치인으로 일하면서 노동자와 서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친 월즈가 민주당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데다 득표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월즈의 정치적인 매력도 상당하다.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월즈는 6·25전쟁에 참전한 부친의 뒤를 따라 자신도 17세 때인 1981년부터 2005년까지 24년간 비상근 군인인 주방위군으로 복무했다. 월드의 선택 뒤에는 고교 졸업 당시 부친이 별세해 남은 가족이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면서 오로지 노력과 성실로 상황을 극복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 드라마가 자리 잡고 있다.

주방위군으로선 주로 재해관리 업무를 맡았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반 년간 미군에 파견됐다. 이를 바탕으로 GI 빌(제대군인 원호법)에 따른 학비 지원을 받아 채드런 주립대를 졸업하고 지리교사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미식축구 코치로도 일했다. 군인과 교사, 그리고 미식축구 코치는 가장 미국적인 직업이자 봉사로 평가된다. 젊어서 음주운동 단속에 걸린 뒤 아예 술을 영영 끊으면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은 일화도 있다. 두 자녀를 인공수정으로 가졌다는 사연도 있다.

월즈는 언변이 좋고 연설에 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공화당에 맞서는 민주당의 정책 어젠다인 공교육 강화나 총기 규제를 ‘일타강사’처럼 깔끔하게 설명해 설득에 나설 정도로 말솜씨가 뛰어나다. 재미난 점은 월즈가 공화당의 정·부통령 후보인 트럼프와 밴스를 “기괴하다(They‘re weird)”라고 대놓고 표현한 것이 민주당 지지층과 젊은 층에서 주목받았다는 사실이다. 외모는 평범하고 친근한 아저씨 같지만 살아온 과정과 현재 모습을 보면 의외로 강인하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과 연방상원의원 출신으로 법을 집행했던 해리스 후보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조합이다.

월즈는 지한파… 한국 찾아 유력 인사들과 교분


▎8월 15일(한국시간) 기준 미국의 선거분석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가 내놓은 경합주 지지율. 7곳 중 5곳에서 해리스가 박빙 우세다. / 사진:연합뉴스
특이한 것은 월즈가 1989~1990년 중국에서 1년간 고교 교사로 일했으며 그 뒤에도 거의 매년 중국을 찾을 정도로 아시아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다만 중국 당국은 월즈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월즈의 중국과 아시아 사랑은 베이징 정부에 대한 선호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당국이 꺼리는 티베트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나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끈 조슈아 웡 등과 찍은 사진이 근거다.

월즈는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연방상원의원 선거운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것이 정치 입문 계기였다. 이후 2007~2019년 12년 동안 6선을 하면서 미네소타주 연방하원의원으로 활동했으며, 2019년부터 주지사로 일하고 있다.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학교 무상급식과 기후변화 대응, 증산층 대상 감세정책, 노동자를 위한 유급휴가 확대 등 진보적·친서민적 의제를 주도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VOA(미국의 소리)는 전했다.

하원의원 시절인 2011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했으며, 미네소타 주지사에 취임한 2019년에는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 유력 인사들과 교분을 쌓기도 했다.

월즈는 돈 문제에선 깔끔 그 자체로 보인다. 주지사로서 연봉 12만 달러를 받고 있음에도 최근 재산 공개에서 부동산·주식·채권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CNBC가 8월 7일 보도했다. 반면 미국 경제지 [포브스] 추정에 따르면 밴스 후보는 투자와 현금을 합쳐 300만~1000만 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변호사에 벤처투자가이자 인기 저술가에 걸맞은 재산이긴 하지만 러스트 벨트 유권자들이 두 사람 사이의 이런 차이를 어떻게 볼지는 미지수다.

해리스가 월즈를 부통령으로 지명하자,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해리스와 월즈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좌파 듀오”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밴스도 “월즈는 웃음거리로, 미국 정부 전체에서 가장 극좌파적인 급진주의자 중 한 명”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월즈의 평범한 박력 앞에선 트럼프나 밴스 특유의 편가르기, 몰아가기, 낙인찍기가 먹히지 않고 있다.

선거분석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가 7월 26일부터 8월 2일까지 7개 경합주 유권자 28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월 1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가 대선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7개 경합주 중 6개에서 트럼프를 앞서거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였던 지난 5월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7개 경합주 전체에서 앞서거나 동률이었는데, 7월 21일 바이든의 후보 사퇴 이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상황이 뒤바뀐 셈이다.

양자 대결을 가정했을 때 전체 지지율은 해리스 48%, 트럼프 47%로 오차범위 내였다. 하지만 주별로 살펴보면 해리스는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미시간(15)·노스캐롤라이나(16)·펜실베이니아(19)·위스콘신(10) 등 5개 주에서 트럼프에 근소하게 앞섰다. 조지아(6)에선 두 후보가 동률이었으며, 네바다(6)에서 유일하게 트럼프가 앞섰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는 5월 조사에선 트럼프 지지율이 7%p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선 해리스가 1%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7대 경합주의 선거인단은 모두 93명으로, 이번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우세한 주를 합치면 69명에 이른다.

이는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CBS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유권자 31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결은 약간 다르지만 유권자 경향은 짐작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 해리스의 전국 지지율은 50%로, 트럼프(49%)를 오차범위(±2.1%) 내에서 앞섰다. 통계학적으로 서로 우열이 없다는 의미다.

경합주 초접전에 이슈는 경제로 옮겨 가

주목할 점은 대선 승패와 직결된 7개 경합주의 전체 지지율은 50% 대 50%로 동률이었다는 사실이다. 주별로 보면 펜실베이니아·미시간·애리조나에선 각각 50대 50과 48대 48, 49대 49로 동률이었으며, 네바다에선 50대 48로 해리스 우세,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에선 각각 50대 47, 50대 47, 그리고 50대 49로 트럼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별 지지성향은 남성 유권자는 트럼프 54%, 해리스 45%였으며 여성 유권자는 해리스 54%, 트럼프 45%로 나타났다. 7월 18일 조사에선 흑인 유권자의 58%가 투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비율이 74%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진영은 해리스와 월즈에 대한 꼬투리 잡기에 바쁘다. 트럼프의 경제고문인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 재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14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바이든-해리스 인플레이션이 유권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인은 자신의 지갑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직후 유통망과 석유 수요 급증 등으로 물가가 오른 것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이라고 주장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바이든의 부통령인 해리스 책임론까지 거론한 셈이다.

선거는 생물이기에 11월 5일까지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북반구에 더위가 가시면 미국 대선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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