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소르, '놀라 가면들'. 1883년앙소르, '몸을 데우려는 해골들', 1889년어두운 실내에서 가면을 쓴 남녀가 서로를 빤히 주시하고 있다. 가면을 씀으로써 익살스럽게 일상에서 벗어나려던 두 사람이 상대를 놀래키려 했다가 스스로 놀라는 현장이다. 집안의 풍경은 단출하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가구도 없고, 주인공들의 옷차림도 결코 화려하지 않다. 테이블 위에 술병 하나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집은 가난과 소외의 힘겨운 싸움을 술로 달래는 데 익숙한 곳인 것 같다.
그래도 축제날을 맞아 이렇게 가면을 쓰고 그 익살과 흥겨움에 취해보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아니, 애처롭다. 비록 축제의 자취를 보여준다고는 하나 집안 곳곳에는 쓸쓸함이 배어 있고, 가면에 가린 영혼들은 지금 가까스로 생의 의지를 부여잡고 있다. 이 가면만 벗으면 이 영혼들은 곧 공중으로 산산이 흩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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