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Life

가면 뒤에 숨기려 했던 허무한 인생사 

벨기에 ‘20인회’ 대표주자 앙소르, 가면·해골로 삶의 불안 표현…父情 결핍이 염세주의의 뿌리 

외부기고자 이주헌 아트스페이스 서울 관장
앙소르, '놀라 가면들'. 1883년앙소르, '몸을 데우려는 해골들', 1889년어두운 실내에서 가면을 쓴 남녀가 서로를 빤히 주시하고 있다. 가면을 씀으로써 익살스럽게 일상에서 벗어나려던 두 사람이 상대를 놀래키려 했다가 스스로 놀라는 현장이다. 집안의 풍경은 단출하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가구도 없고, 주인공들의 옷차림도 결코 화려하지 않다. 테이블 위에 술병 하나가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집은 가난과 소외의 힘겨운 싸움을 술로 달래는 데 익숙한 곳인 것 같다.



그래도 축제날을 맞아 이렇게 가면을 쓰고 그 익살과 흥겨움에 취해보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아니, 애처롭다. 비록 축제의 자취를 보여준다고는 하나 집안 곳곳에는 쓸쓸함이 배어 있고, 가면에 가린 영혼들은 지금 가까스로 생의 의지를 부여잡고 있다. 이 가면만 벗으면 이 영혼들은 곧 공중으로 산산이 흩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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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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