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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이기려면?… ‘또라이 전략’에는 ‘또라이’가 藥 

수학 공식 게임이론 일상생활에 적용 

외부기고자 이재광 전문기자 imi@joongang.co.kr
시장을 지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또라이’가 돼라! 박찬희 중앙대·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에서 시장 수호의 한 방법으로 ‘또라이 전략’을 알려 준다. 시장독점 상황에서 신규 진입자가 등장했을 때 이 전략을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전략은 다른 기업들의 2차, 3차 진입도 막을 수 있다. “난 또라이”를 외치며 신참에게 총력전을 펼친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낮추고 판촉물을 대량으로 살포한다. 또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상대 기업이 스카우트할 수 있는 인재라면 미리 데려온다. 작은 신참 기업을 상대로 엄청난 물량공세를 하면 누가 봐도 ‘또라이’일 수밖에 없다. 신규 회사는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초토화돼 쫓겨나고 다른 회사들은 감히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누가 감히 ‘또라이’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 게임이론가들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게임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온갖 일들이 난무하는 이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했다는 평가다.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겠지만 너무 어렵다는 점이 일반 대중에게는 문제다. 교과서는 수학 공식으로 가득 차 있다. 수학 공식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쓴다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을 바꾸는∼』은 이런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신문 지면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표를 빼면 수학 공식은 찾아볼 수 없다. 저자들은 일상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게임이론을 설명하고 승리의 법칙을 알려준다. 영화 장면과 대사를 인용해 가끔 폭소가 터질 만큼 재미나게 꾸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힌다. 물론 올해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오먼과 토머스 셸링 교수의 ‘무한게임이론’의 사례도 담겨 있다. 싸울 경우 제압하기 힘들거나 너무 큰 피해가 우려된다면 적대관계는 협조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상황의 핵심이다. 저자들은 황순원씨의 소설 ‘학’을 사례로 든다. 경찰과 죄수의 관계로 변한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린 것인데, 경찰은 결국 죄수를 놓아주고 만다. 저자들은 이 대목에서 ‘게임의 법칙’ 한 가지를 가르쳐 준다. “어떤 게임상황에 돌입했을 경우 관계가 장기적·반복적인지 아니면 단기적·일시적인지 보라”는 것이다. 두 친구는 지연·혈연·학연으로 얽혀 있어 처벌할 경우 언제든 보복이 가능한 ‘게임상황’이다. 결국 경찰이 죄수를 풀어줌으로써 ‘보복의 가능성’을 없앤 게임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한 가지 게임 규칙이 여러 곳에 적용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라이 전략’은 비단 기업관계뿐 아니라 부부관계에서도 잘 먹힐 수 있다. 마누라가 잔소리할 때마다 머리를 벽에 부닥쳐 보라. “나, 또라인데…”라고 알려지면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진다. 반대로 또라이를 만나면 어떻게 하나. ‘게임 승리 가이드북’인 만큼 답도 알려준다. “똑같이 하면 된다”는 것이다. ‘누가 더 또라이냐’가 승리의 관건이다. 이로써 ‘또라이 전략’의 최대 약점이 드러난다. ‘진짜 또라이’를 만나면 100전 100패다. 이 책을 통해 “반드시 말과 글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를 혼내주겠다”는 저자들은 ‘또라이 전략’을 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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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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