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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러시’ 언제 올까? 

부 보존수단에서 투자수단으로 바뀐다 … 거들떠보지 않을 때 사둘 필요
포스트 버블 역발상 투자전략 ⑤ 천정부지의 금값, 그 대안 투자 

정일환 재테크전문 저널리스트
보석의 대명사인 다이아몬드는 여인의 손가락이나 목에서만 가치를 발하는 것이 아니다. 석유가 아무리 ‘금값’이 된다 해도, 그리고 진짜 금값이 아무리 올라도 다이아몬드의 희귀성은 뛰어넘지 못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인 요즘, 대세라는 금에 밀려 푸대접 받는 다이아몬드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수천 년 동안 보석은 인간이 칭송하고 찾아 헤맨 부(富)의 한 형태였다. 보석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이며, 그 시장은 어떤 형태의 정부법규로부터도 자유롭고 독립적이다.

또 보석은 다른 형태의 부와 교환 수단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수 세기에 걸쳐 가치를 유지해 왔다. 그중에서도 다이아몬드는 두말할 나위 없이 보석의 대명사다. 다이아몬드는 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부다.

역사적으로 다이아몬드는 부를 저장하거나 이전하거나, 나타내거나 혹은 정반대로 부를 숨기는 목적을 위해 사용됐다. 또 다이아몬드는 그 보편적인 매력과 높은 가치 때문에 여러 보석 가운데서도 독특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유럽의 왕실이나 부유층에서는 후손에게 상속재산을 안전하게 넘겨주는 방법으로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오고 있다.

기형적인 국제 다이아몬드 시장 구조

<연재순서>
1. 미래와의 전쟁, 노스트라다무스는 없다
2. 앞으로 3년, 내 집 마련 마지막 기회
3. 비관론은 유행병! 비관론자를 비관한다
4. 신도시는 잊어라. 도심이 정답
5. ‘다이아몬드 러시’ 언제 올까?
하지만 최근까지 다이아몬드는 부를 보존하기 위한 귀중한 자산이었던 반면 부를 증가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투자’의 대상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다이아몬드에 대한 투자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다. 그전까지는 아무도 경제적인 이익을 기대하면서 다이아몬드를 구입하지는 않았다. 다이아몬드가 상징하는 사랑, 부, 아름다움, 권력, 사회적 지위 등의 이유로 다이아몬드를 구입했을 뿐이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금씩 상승해 온 다이아몬드 가격은 1970년대에 급격히 상승했다. 미국의 경우 1967년에서 1980년 사이에 다이아몬드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고, 그 상승률 또한 주식이나 채권 혹은 다른 상품에 투자한 것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서 한때는 다이아몬드 펀드가 조성되어 투자자들에게 판매되기도 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사랑의 징표인 동시에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다이아몬드를 넷째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임에도 아직 다이아몬드에 대한 재테크가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 투자시장에서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를 막론하고 찬밥신세다. 끝날 줄 모르는 금융위기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투자자들이 금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다이아몬드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전체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50%를 소비하는 미국이 휘청거리면서 다이아몬드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서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2003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 투자컨설팅 기업은 올해 다이아몬드 가격이 15%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사치품의 대명사인 다이아몬드도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다이아몬드계 선두주자인 드비어스(DeBeers)는 전체 다이아몬드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아프리카 보츠와나 광산의 생산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드비어스는 지난해 11월에는 원석을 전혀 팔지 못했고, 12월과 1월에도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타파니사의 루시다 다이아몬드 반지.

이쯤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다이아몬드가 지닌 근원적 가치, 소위 말하는 펀더멘털이 훼손됐느냐는 점이다. 영원한 사랑의 징표, 보석으로서의 희소성 등 어느 하나 망가진 것은 없다. ‘이 판국에 다이아몬드 살 돈이 어디 있느냐’는 상황이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사둬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부호들은 이미 버려진 다이아몬드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거래된 100만 달러 이상의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는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이들이 다이아몬드 투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예컨대 10캐럿짜리 무색 다이아몬드의 5년 전 가격은 7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 있다.

다이아몬드가 투자대상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희소성이다. 일례로 최상품인 5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는 연간 생산량이 200개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숫자는 앞으로 점점 줄어들 예정이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기형적인 국제 다이아몬드 시장의 구조도 한몫했다.

다이아몬드 시장은 21세기가 무색할 만한 특징을 갖고 있다. 연 10조원 규모의 세계 시장을 몇 안 되는 유대인이 모조리 장악하고 있고, 다이아몬드 공급업체는 사실상 지구상에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아프리카, 러시아, 호주, 캐나다 등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벨기에 앤트워프, 인도 뭄바이, 미국 뉴욕 등에 산재해 있는 국제거래센터에서 거래가 이뤄지지만, 실질적으로 다이아몬드 거래 시장은 모두 유대인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드비어스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을 오로지해 왔다. 드비어스는 ‘중앙판매기구(CSO, Central Selling Organization)’를 통해 전 세계 다이아몬드 공급과 가격을 조절하고 있다. 독점으로 인한 폐해도 상당하지만, 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기형적인 시장은 장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격 폭락을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는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정부로부터도 직접적인 간섭을 받지 않는 드비어스의 관리와 통제가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에 투자하는 또 다른 장점은 다이아몬드는 현존하는 물질 중 g당 가치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0.2g에 불과한 다이아몬드 1캐럿은 가장 집약적인 부의 형태를 대표한다. 무엇보다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국제적인 현금 기능을 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시장이다 보니 국제시세는 전 세계 어딜 가도 똑같고, 즉각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 구입한 다이아몬드를 중국에서 팔아도 국제 시세가 있기 때문에 제값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같은 골드바라도 순금함량이나 인증마크에 따라 가격이 다르거나, 심지어 판매가 불가능한 금과는 전혀 다른 시장인 것이다. 게다가 다이아몬드는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구입·판매를 할 수 있다. 미술품이나 골드바 등은 크기와 무게 때문에 휴대가 불가능하다.

독점으로 인한 국제적 현금기능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작고, 가벼우며, 보관도 용이하다. 증여세가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일 것이다. 다른 보석에 비해 상처가 나지 않아 세월이 흘러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도 다이아몬드 재테크가 가능한 이유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다이아몬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펀드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인 것도 다이아몬드 투자가 활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시장이 가진 한계성도 다이아몬드 시장의 투자를 방해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시장은 다른 투자 대상 시장만큼 완전하지 못하다.

다이아몬드 시장은 현물시장만 있을 뿐 선물이나 옵션시장은 없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정보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가격대가 높고 보유해야 하는 기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투자 전에 감정 능력 먼저 키우자!
일주일 강좌면 기본기 ‘마스터’… 실전에 주효
다이아몬드의 품질은 보통 4C라고 불리는 네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캐럿(Carat), 색깔(Color), 투명도(Clarity), 컷(Cut)이 그것. 투명도에 따라 FL부터 13까지 12단계로 나뉘고 컬러에 따라 다시 D부터 Z까지 23개 등급으로 구별된다. 여기에 연마 정도에 따라 6단계(ideal, excellent, very good, good, fair, poor)로 다시 분류된다.

하지만 감정사마다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는 기준이 다르다. 특히 색상과 투명도는 눈으로 보고 감정하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평범한 사람들은 4C를 통해 매겨진 결과를 설명해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감정서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다이아몬드의 공정한 감정을 위해 GIA라는 공인 감정소를 운영하고 있다. GIA는 다이아몬드의 크기, 각도, 색깔, 무게, 투명도, 연마 상태, 균형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공인 감정서를 발급하고 있다. 이 GIA 감정서는 한국에서 다이아몬드를 사고팔 때도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감정서를 해석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 이 때문에 다이아몬드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강좌 등에 참석해 보는 것이 좋다. 보석 감정에 대한 기본기는 일반인도 일주일 정도의 강의와 실습을 통해 익힐 수 있다. 작은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살 때, 팔 때 가격 모두에 만족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사치의 이면에 가려진 보석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


977호 (20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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