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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를 영화 메카에서 관광 명소로 

정동일 중구청장 

이필재 편집위원·jelpj@joongang.co.kr

"상영작의 60% 이상이 고전 영화입니다. 발견·복원·창조라는 키워드에 잘 드러나듯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신작 위주의 다른 영화제들과 달라요. 경쟁 부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화축제를 지향합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동일(55) 중구청장은 “한국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의 역사성과 중구의 관광 인프라를 접목해 이 영화제를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축제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3회를 맞는 충무로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초순 국립극장, 대한극장, 남산골 한옥마을 등 중구 일원에서 열린다. 2회 때 좌석 점유율은 84%, 약 300만 명이 찾았다. ‘닥터 지바고’ ‘엄마 없는 하늘 아래’ 같은 추억의 영화들도 걸렸다.

정 구청장은 도심의 가로수를 소나무로 바꾸고 있다.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소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양이 가로수의 주종인 은행나무·플라타너스보다 월등히 많아 대기 개선 능력이 뛰어나다.

정 구청장은 “역내 기업들에 협조를 요청했더니 조경하는 셈 치고 소나무를 심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중구는 이렇게 기증 받은 소나무에 기증자 이름을 새긴 표석을 설치해 주고 있다. 정 구청장은 자수성가했다. 전북 무주 출신인 그는 열다섯 살에 상경해 자동차정비공장에서 일했다.

30대 중반에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동국대에 진학했다. 1980년 치킨집을 차린 그는 1990년대에 이 치킨집을 프랜차이즈 치킨점 둘둘치킨으로 키웠다. 둘둘치킨 체인점 수는 전국적으로 500곳에 이른다. 1998년 중구 구의원에 뽑힌 그는 두 번의 서울시의회 의원을 거쳐 2006년 중구청장이 됐다.


지난해 열린 2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남산 자락에 대규모 휴식 공간을 만드는 게 골자인 ‘꿈의 동산’ 사업은 10여 년 전 구의원 시절의 구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지난해 이와 관련한 용역을 마친 그는 구의원 시절 이런 구상을 털어놓으면 “제정신이 아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 시절에 구상해 뒀기에 마스터플랜 용역까지 짧은 기간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쌓은 전문성이 구정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정 구청장은 남산고도지구 건축물 높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고층 건물을 짓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입니다. 현존하는 저층 건물과의 부조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도심을 되살리는 길은 초고층으로 짓는 것밖에 없습니다.”

977호 (20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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