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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도 사업도 고등어처럼 날쌔게 

CEO의 땀 ― 윤영학 웰씨위드 대표 


▎윤영학 웰씨위드 대표는 바람이 불면 한강 뚝섬으로 간다.

운동을 열심히 한 몸은 나이를 속인다. 물론 더 젊게 보이도록 말이다. 수산물 가공 전문기업 웰씨위드 윤영학(40) 대표도 그렇다. 우리 나이로 마흔한 살의 기혼남, 하지만 겉모습은 미끈한 총각처럼 보인다. 홀쭉한 배에 적당한 팔다리 근육, 요즘 각광받는 ‘짐승남’은 아니지만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끔 만드는 외모다.

그가 애지중지하는 윈드서핑 장비, 프리스타일웨이브93(JP AUSTRALIA)도 그렇다. 길이 234cm, 폭 65cm, 무게 5.8kg의 날렵한 보드다. 중상급 이상 서퍼들이 선호하는 타입으로 센 바람을 타고 질주하는 것은 물론 다이내믹 턴과 자이빙(스피드를 유지하며 방향을 전환하는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장비다.

그의 비즈니스 스타일도 그렇다. 웰씨위드는 고등어·주꾸미 등 흔한 수산물을 파는 회사다. 물론 색다른 무언가가 있다. 생선 한 토막이라도 편리하고 먹음직스럽게 가공했다. 그리고 예쁘게 포장해 부가가치를 한껏 높였다. 이 회사는 2년 전 ‘즉석 고등어’로 주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크렐(고등어순살구이)’이란 제품으로 공장에서 초벌구이가 된 고등어를 지퍼 팩에 담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집에서 생선을 손질할 여유가 없는 젊은 주부들에게 솔깃한 유혹이었다. 전자레인지에 3분만 익히면 노릇노릇한 고등어구이 반찬이 되기 때문이다. 간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는 가공 수산물은 이미 일본·미국 가정에서 일상적인 일이 됐다.

윤 대표는 조선호텔·신라호텔 등에서 마케터로 일할 당시 해외 출장이나 푸드엑스포 등을 통해 이런 추세를 눈여겨봐 두었다. 그리고 한국 시장에 재빠르게 적용한 것이다.

윤 대표의 윈드서핑 사랑은 매니어 수준이다. 윈드서핑은 요트·패러글라이딩과 마찬가지로 바람이 불어야만 가능한 레저다. 그러나 바람은 항시 불어오지 않는다.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서핑 매니어에게 바람은 멀리 떠나 있는 애인과도 같다.

애인을 기다리듯, 바람을 기다리다

윤 대표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도 창밖으로 이는 작은 바람만 봐도 설렌다고 말한다. 그는 “창밖을 보다가 ‘이 바람이다’ 싶으면 냅다 뛰쳐나간다”고 말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뚝섬 윈드서핑장에 미리 전화해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장비를 챙겨 나갈 수 있게끔 말이죠. 머뭇거리는 사이 바람이 죽으면, 너무 아쉽거든요. 간만에 돌아온 애인을 못 만난 것처럼.”

회사 대표가 업무 시간 중 윈드서핑을 위해 한강으로 달려 나가는 일은 사실 흔한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윈드서핑이야말로 CEO를 위한 레저라고 주장한다.

“하루 중 한두 시간만 투자해도 얼마든지 탈 수 있거든요. 한강이라는 천혜의 자연을 끼고 있는 서울이니까 가능한 것이죠. 반면에 골프는 시간을 너무 허비해요. 왔다갔다하다 하루가 다 가잖아요. CEO라면 노마드하게 움직여야죠. 그런 점에서 한강에서 즐기는 윈드서핑이야말로 비즈니스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레저라고 할 수 있죠.”

그가 본인에게만 관대한 근무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전 직원 모두 ‘10시 출근 5시 퇴근’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잘 놀아야 일도 잘할 수 있다는 것. 작은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경우다. 그는 네바다주립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국내 특급호텔 등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수산물 가공 유통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한국의 식음료 시장 중에서 가장 후진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윈드서핑의 매력은 스피드다. 센 바람을 타고 파도를 지칠 때는 모터보트보다 더 빨리 질주한다. 반면 잔잔한 파도를 유영할 때는 고요를 만끽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 스포츠다.

“세일링에 집중하다 보면 주중에 있었던 일은 생각이 안 나요. 또 보드 위에 서서 붐(세일을 다루는 조종간)을 잡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창조적인 인간이 되죠. 세일링이라는 게 파도·바람을 뚫고 나가는 거잖아요. 끊임없이 전략을 짜지 않으면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없죠. 또 너무 욕심내면 균형을 잃고 자빠지고 말죠. 여러 면에서 비즈니스와 비슷해요”

그는 봄부터 가을까지 서핑 시즌 동안 일주일에 한두 차례 물에 나간다. 웬만한 열정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란다.

윈드서핑은 싱싱한 스포츠

“활력, 자유, 능동적인 움직임, 이런 게 윈드서핑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평소 젊게 보이려고 노력하거든요. 우리 회사의 제품이 20, 30대 젊은 주부나 싱글들을 대상으로 하니까, 내가 40대에 맞춰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봐요. 그래서 더 윈드서핑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한강에서 윈드서핑을 배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젊은층이거든요.”

뚝섬 윈드서핑장에는 50여 개의 클럽이 있다. 그의 아지트는 뚝섬 윈드서핑장 25번 클럽하우스. 전대풍씨가 운영하는 주티클럽이다. 전씨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알아주는 윈드서핑 프로다. “운동신경이 좋아요. 바람을 보는 눈썰미도 좋고. 저의 수석 제자입니다.” 두 사람은 10여 년 사제지간을 맺었다. 그러나 지금은 절친한 윈드서핑 동료다. 윤 대표가 서핑을 하든 안 하든 주말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들르는 이유다.

윤 대표는 네바다주립대에서 호텔경영학을 배우던 시절부터 수영·스쿠버 다이빙 등 워터스포츠를 두루 섭렵했다고 한다.

한강이 얼어붙는 겨울엔 클럽 멤버들과 함께 보라카이 원정을 떠난다. 사철 내내 ‘싱싱한 레저’를 즐기는 CEO다.

김영주 일간스포츠 기자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CEO의 땀’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이 난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1043호 (201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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