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Life

서늘한 죽음의 풍경 

 

화가·전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풍경이 보여주는 힘은 서정에 있다. 아름다운 경관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러한 힘에서 나온다. 특히 극적인 경치는 여러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풍경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이미지까지 연상하게 만든다. 풍경에다 자신의 생각을 실어 서정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가가 존 에버렛 밀레이(1829~96)다.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를 주도한 화가다.



이런 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이 ‘휴식의 계곡’이다. 극적인 황혼의 경치에다 인생의 의미를 시적 정서로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강하다.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밝은 하늘과 검은 숲의 강한 명도 대비가 빚어내는 환상적 분위기 때문이다.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작가는 색채의 기운을 걷어냈다. 채도가 약한 오렌지색과 올리브그린색으로 하늘과 숲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서늘하고도 투명한 공기의 흐름이 그림 전체에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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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9호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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