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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프로야구단 마케팅>> 경기 보며 삼겹살 굽고 파티도 

골수 팬 확보 위해 여성·어린이 공략 … 구장을 쇼핑몰처럼 꾸미기도  


▎4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개막전에 앞서 원년 OB베어스의 우승 멤버들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두산베어스는 창단 30주년을 맞아 원조 팬의 마음을 잡는 ‘추억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4월 2일 열린 홈 개막 경기에서 두산베어스가 김성근 SK와이번스 감독에게 우승 반지를 선사했다. 김성근 감독은 1982년 당시 두산의 전신인 OB베어스 코치였다. 시리즈 우승팀에 반지를 주는 관습은 1990년대 중반 생겼다. 그래서 프로야구가 출범한 첫해인 1982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두산베어스 원년 멤버는 반지를 받지 못했다. 두산은 창단 3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당시 코치였던 김 감독을 비롯, 17명의 원년 멤버를 초청해 반지 전달식을 했다. 이날 두산베어스 선수단은 옛날 유니폼과 헬멧, 모자를 쓰고 그라운드에 올랐다.

두산베어스가 창단 30주년을 맞은 개막전에 이처럼 구단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행사를 마련한 것에는 다른 속사정도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구장을 찾는 젊은 신규 팬과 여성 관중이 크게 늘었다. 구단들 역시 새로운 팬층의 유입을 반기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가족을 몰고오는 주부를 공략

두산베어스의 조성일 마케팅 팀장은 “이번 행사는 우리 구단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우리를 지지해준 팬들과 감동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사를 지켜본 팬들은 “옛날 두산이 우승하던 순간이 생각났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린다. 과거의 역사는 구단에 중요한 유산이다. 앞으로도 두산은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의 30년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옛날 경기 사진 등의 콘텐트를 제공하며 ‘추억 마케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프로야구계가 관중 663만 명이라는 유례가 없는 목표를 세운 만큼 모든 구단은 새로운 팬들을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LG트윈스는 작년부터 여성과 어린이 관중을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전진우 LG스포츠 사장은 “야구 인기가 높은 지금 잠재적 관중을 확보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LG트윈스는 외야석에 어린이를 무료 입장시키는 ‘키즈 데이(kids day)’를 만들어 구단 마스코트의 공연과 선수들의 특별 사인회 등의 행사를 열었다. ‘레이디즈 데이(ladies day)’에는 여성에게 선착순 무료 입장권을 제공하고, 메이크업·네일아트 부스까지 운영했다.

여성, 특히 주부 고객은 가족 전체를 이끌고 온다.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LG트윈스는 잠실야구장에 수유실을 만들고 여성용 화장실을 확충했다. 여성 취향의 먹을거리 판매를 늘리고 흡연 공간을 분리했다. 경기 승패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활약에 집중하는 것이 여성 관중의 특징이다. 그래서 뜬 것이 ‘스타 마케팅’이다.

LG트윈스 조연상 마케팅 팀장은 “젊은 여성의 야구장 필수품은 카메라”라며 “블로그와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적극적으로 관람 후기를 올리는 여성 관중이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과 기획력으로 구단의 인기를 끌어올린 예로 SK와이번스를 빼놓을 수 없다. 연고지가 전주인 쌍방울의 선수단을 2000년 인수한 SK는 인천으로 연고를 바꿔 지역 팬이 없는 상황에서 출발했다. 지역 주민들을 끌어오기 위해 SK는 ‘소풍 오듯 찾을 수 있는 구장’을 구상했다.

홈구장인 문학경기장을 최신식 설비로 꾸미고 어린이놀이터와 야구장을 설치하며 각종 편의시설을 도입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과 패스트푸드점도 경기장에 들어섰다. 야구장이 백화점이나 쇼핑몰 같은 분위기를 풍기자 주말에 가족 관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컨셉트의 구단 운영이 성공한 것이다. 2006년 32만 명을 기록했던 SK 관중은 2010년 98만 명을 넘어섰다.

SK와이번스는 지난해 좌석을 대폭 줄이고 잔디밭 자리와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좌석을 신설해 큰 인기를 누렸다. 올해는 회식이나 지인끼리 단체로 경기를 볼 수 있는 ‘파티데크’, 그린존 내 정자에서 관람할 수 있는 ‘초가정자석’ 등을 신설했다. 이런 프리미엄석은 일반석에 비해 30%에서 두 배가량 비싸지만 지난해 일찌감치 예약이 찰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주시하며, 그 흐름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SK와이번스 마케팅의 특징이다.

지역 단체·학교·기업과도 연계

야구 도시라는 뜻의 ‘구도’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롯데자이언츠 팬들의 야구 사랑은 대단하다. 롯데는 팬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자는 측면에서 GIS(Giants Information System)를 통해 이들의 선호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 주중에는 팬 서비스를 강화해 고정 관중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주말에는 법인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 프로모션을 진행해 구단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롯데는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아 사회공헌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 활동이 유니세프와 공식 후원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올 시즌 전 경기에서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이 출연한 유니세프 후원 광고를 상영한다.

넥센히어로즈는 동원 관중 수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매년 20% 이상 증가율을 보여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번에 목동야구장의 관중석 전체를 팔걸이와 컵홀더가 달린 의자로 교체했다. 좌석 간 사이도 10㎝ 늘려 국내 구장 중에서는 가장 간격이 넓다.

신생 구단인 만큼 넥센은 목동 지역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주민과 직장인을 공략해 ‘미래 골수 팬’으로 키우려 한다. 경기 전 해당 지역에서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직장인 단체관람 시 사전 신청하면 좋은 좌석을 미리 정해주기도 한다. 넥센히어로즈 정도영 마케팅 팀장은 “인프라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그라운드와 가까운, 관중 친화적 구장이 우리 장점”이라고 말했다.

여성과 어린이 관객 유치, 경기장 시설 정비·확충, 지역 단체·학교·기업과 연계한 마케팅 활동은 구단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중 유치에 나선 야구단들, 최후의 승자는 누굴까.

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1083호 (201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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