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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한류’로 관광대국 도약 

쇼핑·미용·연예산업 주도 속에 올 1000만명 돌파 예상…관광 인프라에 투자 늘려야 

김태윤·허정연





635만명. 올 7월까지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숫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4만명(22%)이 늘었다. 4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올 7월 한달에만 우리나라 관광 통계 역사상 처음으로 외래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11월 중순 방한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고 12월에는 1100만명을 무난하게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관광 대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2000년 500만 명을 돌파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2년만에 두 배로 늘었다. ‘한류’가 일등공신이다. 원화 가치 하락과 일본 대지진 반사 이익 영향도 있지만,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K-팝과 드라마·영화 등 한류 열풍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외국인이 대폭 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외래 관광객 입국 순위 25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미국, 중국,스페인, 이탈리아, 터키 등과 비교해 빈약한 관광인프라를 감안하면 대단한 선전이다. 세계경제포럼(WEF) 관광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32위다. 우리나라의 관광분야 투자는 68억달러로, 전체투자(총고정자본형성)의 2.2%다. 세계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관광 코리아’만의 강점이 있다. ‘보고 쉬는 관광’이 아닌 ‘사고 먹고 즐기는 관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2011 외래관광객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한국 관광을 선택할 때 쇼핑(66.6%), 음식·미식 탐방(44.2%), 자연풍경(23.9%),패션·유행 등 세련된 문화(14.5%), 드라마 촬영, 한류스타 팬미팅(8.2%) 순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방문지 역시 명동,동·남대문 시장, 고궁, 남산타워, 인사동 순이었다. 또한 외국인들은 가장 좋았던 활동으로 쇼핑(31.9%)과 식도락 관광(13.5%)을 꼽았다.

만족도도 높아 조사 대상자 중 매우 만족은 21.7%, 대체로 만족은 56.7%였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한국의 매력인 기(氣), 흥(興), 정(情)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시장별로 적절한 마케팅 수단을 활용해 관광 한국 이미지를 홍보하고 외국인들이 한국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명동 화장품, 동대문 옷만으로 관광대국 힘들어

호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연간 600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양적으로 관광 대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하지만 마냥 웃으며 두 팔 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을 입장은 아니다. 올 7월 기준으로 방한 외국인 중 81.7%는 아시아인이다. 중국이 32%, 일본이 29.7%로 두 나라에 쏠려 있다. 미주 관광객은 7.6%, 유럽은 6.1%에 불과하다. 관광 지역 쏠림 현상도 심하다.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열 명중 아홉 명은 서울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알프스, 호주 골든코스트, 중국 자금성 같은 자연경관·문화유산으로 외국인 방문객을 유인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우리만의 강점을 극대화해야한다. 관광 전문가들은 쇼핑, 성형, 연예산업 등 현재 주류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분야에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류 범위를 확대하고 고급화하는 ‘프리미엄 한류’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한식·레저스포츠·컨벤션 관광 분야를 키우기 위해 규제는 풀고 투자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 2230만명이 찾은 쇼핑천국 홍콩, 1300만명이 다녀간 카지노 천국 마카오,컨벤션과 휴양레저 등 복합리조트 투자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싱가폴은 우리 관광 당국이나 업계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부족한 숙박시설 투자, 외국어 통역 서비스 확대, 전국 안내판 표지 정비 등도 시급하다. 또한 쇼핑 관광객 권리를 보호하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최근 서울시와 6개 지방자치단체가 공동협약을 맺고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버스자유상품인 ‘K셔틀’을 내놓은 것처럼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앞서 ‘한국 방문의 해’와 같은 국가적 이벤트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대도시 중 인구 100만명이 넘는 곳은 40여 곳에 달한다. 이들을 불러 들여야 한다. 중국으로 가는 서양 관광객이 경유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에 대한 투자 없이 명동 화장품, 동대문시장 옷가지, 군입대하는 남자 연예인 팬 미팅만으로 2000만, 3000만 관광대국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참 사장은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예산을 지원한다면 관광 인프라가 개선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관광산업의 볼륨이 커져 관광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154호 (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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