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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노동력 아프리카로 몰리고 아프리카 자본은 세계 무대로 

실업난 겪는 포르투갈 젊은층 앙골라·모잠비크행…아프리카 부자들은 유럽 등에 투자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세계적인 불황으로 많은 나라가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자원부국 아프리카 국가에게 그것은 먼 나라 남의 얘기일 뿐이다. 석유와 광물자원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가 쌓이면서 일자리와 사업 기회가 넘쳐난다. 그런 소문이 퍼지자 멀리 유럽에서 기회를 찾아 아프리카로 이민 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반대로 아프리카에 축적되기 시작한 자본은 세계 각지로 투자처를 찾아 나간다. 글로벌 시대에 적응해 투자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아직 대세라고 말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지만, 지금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눈여겨봐야 할 현상임에는 분명하다.

옛 식민지에서 엘도라도 찾아

우선 남부 아프리카 앙골라에 유럽인들의 유입이 눈에 띈다. 석유가 많이 나는데다 경기도 좋아 포르투갈 실업자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아프리카 인터넷 뉴스사이트 메일&가디언이 9월 16일 보도했다. 메일&가디언은 “포르투갈 사람들이 긴축을 피해 조국을 떠나 과거 식민지였던 앙골라에서 엘도라도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4년 전 앙골라 수도 루안다로 이민 와 인쇄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호제 루이스 소우사(47)는 메일&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앙골라 사람들은 돈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 돈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소우사는 “앙골라 사람들은 포르투갈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산을 사들인다”고 부러워했다.

앙골라 정부에 따르면 앙골라에 사는 포르투갈 이민자는 2003년 2만1000명에서 2011년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현지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앙골라에 등록된 외국회사 중 38%가 포르투갈 회사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앙골라로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포르투갈은 1970년대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가혹한 긴축조치로 실업률이 15%까지 치솟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5%보다 3%포인트 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죽했으면 장관 한 명이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찾기 위해 조국을 떠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석유와 광물자원이 풍부한 앙골라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15%에 이르는 초고성장을 달성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성장 동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연합 17개국)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8~10%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앙골라는 석유 외에 다이아몬드·금·구리 등의 자원도 풍부하다.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앙골라는 특히 매력적인 나라다. 1975년 앙골라가 독립하기 전까지 식민지배 시절 형성된 사업적·문화적 관계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1991년 포르투갈 후원 하에 내전을 끝내기 위해 체결된 비세스 협정(Bicesse Accords)도 양국 간 우호관계를 확립하는데 도움을 줬다. 앙골라는 독립 후 치열한 내전을 겪었지만, 내전이 끝난 뒤 불과 10여년 만에 경제를 탄탄한 성장궤도에 올려놓았다.

2011년 현재 GDP규모가 1172억 달러(PPP, CIA의 The World Factbook)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남아공·나이지리아에 이어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포르투갈 사람뿐 아니라 중국과 브라질, 그리고 영국 투자자들도 앙골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중국인들이 차린 회사는 현재 앙골라에 들어온 외국 회사의 18.8%를 차지한다.

앙골라 수도 루안다의 스카이라인은 건설 현장의 크레인과 우뚝 솟은 고층빌딩이 가파른 성장세를 대변한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주로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건설부문과 은행, IT부문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메일&가디언은 “햄버거 한 개가 50달러나 되고, 나이트클럽 입장료는 100달러”라고 보도했다. 외지인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26%에 달하는 앙골라의 실업률과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감안한다면, 현지 주민과 이민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어 통해 교류 쉬워

남동부 아프리카의 신흥국 모잠비크에도 포르투갈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케냐센트 럴닷컴은 9월 3일 “아이러니컬하게도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국가의 ‘주인님’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옛날 식민지 모잠비크로 떼를지어 몰려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케냐센트럴닷컴은 포르투갈 사람들이 모잠비크로 몰려드는 이유로 모잠비크가 여전히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을 들었다.

포르투갈어는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사용인구가 많은 언어다. 대략 2억4000만 명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나라는 지금도 포어를 공식언어로 사용한다. 브라질을 제외하면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로 앙골라·모잠비크·카보베르데·기니비사우·상투메프린시페가 그들이다.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에 있는 사무실에 가보면 포르투갈에서 ‘잃어버린 세대’라고 불리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포르투갈에서 ‘잃어버린 세대’는 25세가 안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모잠비크의 정부청사와 기업 사무실에 가면 일자리를 구하는 포르투갈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현재 모잠비크에는 2만5000명의 포르투갈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주 입국하는 사람만 100여 명에 이른다. 항공수요가 늘어나면서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마푸토로 들어오는 비행편수도 최근 두배로 늘었다.

다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모잠비크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IMF는 올해 모잠비크가 7.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높은 7.9%를 제시했다. 최근 10년간 평균 성장률은 7.2%였다. 이러한 고속 성장은 주로 광물자원 판매에 기인한 바가 크다. 모잠비크는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미개발 석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사람이 몰려들면서 마푸토에는 부동산 매기가 강하게 일고 있다. 현지 통화인 메티칼화도 강세다. 2011년

지구촌에서 달러화 대비 가장 강세를 보인 통화로 기록될 정도다.

사람들은 아프리카로 몰려들지만, 돈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앙골라의 백만장자들은 경제가 시들어가는 포르투갈의 자산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 은행·석유회사·언론사에서부터 농산물가공회사와 고급 저택까지 쇼핑리스트에 포함됐다. 앙골라 투자자들은 현재 포르투갈 증시에 상장된 전체 기업 가치의 대략 4%에 해당하는 2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 중에는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이 있다. 소난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4억6900만 달러를 들여 포르투갈상업은행(BCP)의 주식 9.99%를 인수했다. 2011년 말, 소난골은 지분을 더 늘려 12.44%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소난골은 은행 부문이 유일한 목표가 아니다. 포르투갈 석유회사 갈프(Galp) 접수를 목표로 꾸준히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모림 에네르지아의 주식 45%를 매입했다. 아모림에네르지아가 갈프의 지분 33.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앙골라 대통령의 장녀인 이사벨 도스 산토스는 포르투갈의 은행과 에너지, 미디어, 통신회사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방코 BPI의 지분 9.99%와 방송사 ZON의 지분 10%가 그의 수중에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아프리카 여성 거부 중 한 사람인 이사벨의 재산이 1억7000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산했다.

농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한 포르투갈 무역업체 사장은 “와인과 식용유는 앙골라에서 수요가 많아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그래서 앙골라 투자자들은 포르투갈에서 포도원과 농장을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프랑스 언론 사이트 프레스유럽은 “앙골라가 포르투갈에 조금씩 자신의 둥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앙골라에 사는 포르투갈 이민자 소우사는 인터뷰에서 “조만간 포르투갈이 앙골라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자조했다.

아프리카의 최고 부자 알리코 단고테(54)도 최근 세계 각지의 개발도상국에 6000만t 규모의 시멘트 공장을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9월 20일 “단고테가 내년부터 이라크·미얀마·인도네시아·브라질·칠레에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며 “아프리카 밖에서 매년 600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것이 단고테의 목표”라고 전했다.

단고테의 시멘트 회사는 현재 아프리카 대륙 안에서 매년 400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5년 후 해외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아프리카 대륙 안에서보다 바깥에서 생산하는 시멘트 양이 더 많아진다. 포브스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단고테는 2011년 11월 현재 101억 달러(약 11조 3000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국가 이집트에서는 한 재벌가문의 3형제가 모두 북한에 투자한 사례도 있다.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재벌총수인 온시 사위리스의 세 아들이 그 주인공이다. 장남 나귀브 사위리스 회장이 이끄는 오라스콤 텔레콤은 2008년 12월, 4억 달러를 투자해 북한 체신성과 합작으로 이동통신사 ‘고려링크’를 설립하고 북한에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라스콤 텔레콤이 지분 75%를 보유하며 25년간 독점 사업권을 보장받았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투자금액 4억 달러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합작 형태로 북한에 투자한 외국 기업 351개의 투자 프로젝트 중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최고 투자액은 무산광산의 철광석 채굴권을 얻은 중국의 옌볜천지공업무역

1159호 (20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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