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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원화 강세로 내수주 상승 기대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 엔화 약세 용인 … 통신·금융·전기·가스주 주목



경제 지표가 지역별로 엇갈렸다. 지난해 4분기 일본과 유럽의 경제 성장률이 각각 -0.1%와 -0.6%에 그쳤다. 일본은 3분기, 유럽은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그친 건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 탓이다. 소비는 3분기 감소에서 4분기 증가로 전환됐지만 수출은 2010년 3분기 이후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일본 정부가 재정·금융 정책을 총동원해 경기를 부양하는데 힘을 쏟았다. 올 1월에 20조엔 규모의 긴급 경제 대책을 확정한 데 이어, 물가 목표를 2%로 상향 조정했다. 물가 목표를 2%로 설정한 건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 경기 살고 일본·유럽 부진

지난해 4분기 유럽의 경제 성장률이 전기 대비 -0.6%로 떨어졌다.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4분기에 유로존(유로화 통용 17개국)의 상황이 악화된 건 독일·프랑스 등 경제 비중이 큰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이 각각 -0.6%와 -0.3%에 그쳤다. 이탈리아·스페인 역시 침체 폭이 더 커졌다. 현재 유럽은 고용 악화와 소비 부진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가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는 다행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산업생산이 둔화되긴 했지만 소매판매·소비자심리지표 등이 상승했다. 자동 지출 삭감과 부채 한도 문제가 지지부진하지만 이 문제 탓에 경기 회복 기조가 손상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은 고용 회복을 통해 민간 주도의 경기 회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제와 관련해선 기준금리 동결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지난해 10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4개월 연속 동결 조치가 이어졌다. 앞으로도 금리 인하 조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하 기조가 끝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금리를 동결한 건 앞으로 경제가 침체보다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엿보이고,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재정절벽 우려가 약해지고 있다. 국내 경제는 지난해 3분기에 바닥을 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기대가 국내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가 차별화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다른 모습이다. 연초 이후 미국 S&P 500지수가 7% 상승한 동안 유럽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와 다른 모습이다.

당시는 미국 시장이 4.8% 상승하는 동안 독일 시장이 9.5% 오를정도로 유럽 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비슷한 모습이 일본과 우리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연초 이후 일본 주식시장이 7.5% 상승하는 동안 국내 시장은 0.8% 하락했다.

경제 상황과 함께 유동성 정책, 수요 편향성이 주가 흐름을 달라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 강세의 내면에는 유동성 정책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몇 년 동안 미국이 세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핵심적인 지역이었다. 최근에는 일본이 여기에 동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에 비해 유로화가, 엔화에 비해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 부분이 주가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 됐다.

수요 편향성은 수요가 위축 또는 둔화되는 시기에 주로 나타난다. 지난 3년 간 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수익률 상위·하위 그룹의 격차를 보자. 2009~2011년 중반까지는 둘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이후에는 차이가 커졌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처럼 위축된 수요가 활성화되던 때는 수요 편향성이 없어져 주식시장에서 국가별 상승률 격차가 사라졌지만 수요가 줄어들면 편향성이 다시 커지면서 상승률 격차가 벌어져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요 편향성에 변화가 생겼다.

주가 차별화가 커진 상태에서 강세 지역 주가가 하락하면 약세 지역이 오히려 강세 지역보다 주가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악재에 버티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차별화 해소는 우리나라처럼 주가가 오르지 못한 나라가 미국처럼 주가가 오른 나라에 동조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문제는 미국 시장이 조정에 들어간 후다. 이 때 어떤 모양이 나타나느냐에 따라 앞으로 시장의 방향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덜기 위해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이 모인 회의가 ‘환율 결정과 유연성은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만 확인한 채 끝났다. 지난 3개월간 15% 절하된 엔화 약세가 국제적으로 용인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통화 절하 노력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나와 앞으로 엔화 절하가 더 가속화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환율에 대한 대강의 그림이 그려진 만큼 관련 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주식이 1월 중순 이후 하락을 멈췄다. 엔화 약세의 1차 효과가 주가에 반영된데다, 정책이 어떻게 결정될지 관찰할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정책의 대강이 완성됐다. 주가 하락에 따른 1차 저지 상황도 어느 정도 진행됐다. 이제부터는 자동차 주식의 자체 동력으로 어려움을 헤쳐가야 한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 주 앞날 당분간 험난할 듯

정보기술(IT) 관련 주는 자동차보다 환율에 덜 민감하다. 삼성전자처럼 이익 기반이 확고해 한두 가지 변수가 나빠져도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다. 경기 둔화나 수요 감소처럼 큰 그림이 변해야 주가가 떨어진다. 아직 이런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주식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고점을 갱신하고 하락하면 미국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우리 IT 주식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당분간 내수 관련 주의 우위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원화 절상기때 통신·금융·전기·가스업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개별 종목별 재료도 재료지만 원화 절상으로 득을 볼 거란 기대로 주가가 올라왔다. 이번에도 비슷한 모양이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된다.

1177호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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